봄철이 되자 캄파눌라 미디엄(Campanula medium, 캄파눌라) 화분 하나가 선물로 들어왔다. 캄파눌라는 아직 꽃이 피기 전이었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다가 한동안 잊어버리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베란다를 내다보니 진보라색 캄파눌라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작은 종을 닮은 캄파눌라의 앙증맞은 꽃들이 베란다를 환하게 밝혀 주는 듯했다.
캄파눌라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아직 등재되지 않은 식물이다. 국생정에서는 예산 확보와 전문가 확충을 통해서 캄파눌라처럼 미등록 식물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서 등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캄파눌라는 국화목 초롱꽃과 초롱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캄파눌라 미디엄 엘,(Campanula medium L.)이다. 영어명은 켄터베리 벨스(canterbury bells) 또는 컵-앤드-소서(cup-and-saucer), 벨 플라워(bell flower, 종꽃)이다. 일어명은 후우린소우(ふうりんそう, 風鈴草)이다. 중국명은 펑링차오(風鈴草) 또는 차이쫑화(彩钟花)이다. 캄파눌라를 종꽃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따뜻한 사랑, 감사의 마음'이다.
캄파눌라의 원산지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 남유럽 지중해 연안이다. 북반구 온대 지방과 지중해 연안 등지에 분포한다. 야생에서는 해발 0~1,500m의 돌이나 바위 지대의 덤불이 많은 경사면에서 자란다. 현재는 한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재배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정원이나 화분에 심는다.
캄파눌라와 관련된 서양 전설이 전해진다. 먼 옛날 깊은 산속에 예쁜 요정 캄파눌라가 살았다. 캄파눌라는 신전 과수원의 황금사과를 지키는 일을 맡았다.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작은 종을 울려서 알려야 하는 일이었다. 어느 날 과수원에 도둑이 들어와 황금사과를 훔치려고 했다. 캄파눌라는 즉시 이 사실을 알리려고 은종을 울렸다. 하지만 결국 도둑은 캄파눌라를 죽이고 황금사과를 빼앗아 달아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꽃의 신 플로라(Flora)는 슬퍼하면서 캄파눌라를 예쁜 종처럼 생긴 꽃으로 변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캄파눌라의 뿌리는 곧게 뻗는다. 키는 높이 60~80cm 정도이다. 1m까지 자라는 종도 있다. 재배종에서는 40~50cm 정도의 왜성종도 있다. 가지줄기는 원줄기에서 여러 개가 피라밋형으로 분지된다. 근생엽(根生葉)의 엽병(葉柄)은 잎 길이의 약 1/2이다. 잎 모양은 도피침형(倒披針形) 또는 장타원형(長楕圓形)이다. 잎 양면에는 털이 있는데, 위로 갈수록 털이 없어진다. 경엽(莖葉)은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경엽의 모양은 장타원형 또는 피침상(披針状) 장타원형, 쐐기 모양(楔形)이다. 엽병은 없고 줄기를 감싼다. 잎 가에는 물결 모양의 잔거치가 있다.
꽃은 3~5월경 청자색(青紫色, violet) 또는 자색(紫色, purplish)으로 핀다. 하나의 꽃자루에 1~2개의 꽃이 달린다. 청색도 있으며, 드물게 흰색 꽃이 피는 것도 있다. 꽃차례는 총상꽃차례(總狀花序)에 많은 가지가 생겨 이루어진 원추꽃차례(圓錐花序)이다. 꽃대는 길고, 잎처럼 생긴 포(苞)가 있으며, 강모(剛毛)가 나 있다. 꽃자루는 짧고, 강모가 빽빽하게 나 있다. 소포(小苞)는 잎 모양인데, 길이는 약 2.5㎝ 이하이다.
꽃부리(花冠)는 작은 종 모양의 통꽃(筒状鐘形)이다. 화관열편(花冠裂片)은 길이 5~10㎜로 거의 삼각형이며, 끝이 뒤로 젖혀진다. 꽃받침은 길이 1.5~2.8㎝로 깊게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강모가 있다. 꽃받침조각은 피침형이다. 부속체는 길이 7~11㎜이고, 광란형(廣卵形)이다. 기부는 깊은 심장형이고, 뒤로 젖혀진다. 꽃부리는 길이 4~5㎝, 폭 2~3.5㎝이다. 재배종은 이보다 크다. 꽃부리 안에는 흰색의 긴 털이 나 있다. 암술머리는 5개이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의 길이는 약 2㎝이다. 삭과는 5실이고, 넓은 도란형(廣倒卵形)이다. 삭과 기부에서 열개(裂開)한다.
캄파눌라는 분화용으로 많이 재배하고, 꽃꽂이용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서양에서는 양봉가들이 캄파눌라를 밀원으로 하여 좋은 꿀을 생산한다.
2021. 5. 14. 최종 수정.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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