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에 피는 바람꽃 가운데 홀아비바람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앞에 '홀아비'라는 말이 붙었을까? 여기에는 슬픈 전설이 하나 전해오고 있다.
고려 충선왕(忠宣王) 때 김해 무점(武店) 향리의 외아들 김태은은 금령천(金靈泉)이 흐르는 서젯골에서 과거를 보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의 혼기가 차자 걱정이 되었다. 여러 군데 혼담이 오갔지만 그는 깊이 생각한 끝에 논실마을 이씨네 딸에게 장가들었다. 둘은 서로 지극히 사랑했지만, 3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부인에게 태기가 없었다. 부인은 아기를 낫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고 밤이나 낮이나 노심초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에게 큰병이 나고 말았다. 태은은 지극정성으로 부인을 간호하면서 온갖 약을 구해다 먹였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죽음을 예감한 부인은 태은에게 흰 모시 저고리를 건네주면서 '내가 죽거들랑 이 옷을 만지며 마음을 달래세요. 그리고, 좋은 새 아내를 만나거든 이 옷을 묻어 주세요.'라고 당부하고는 눈을 감았다. 아내의 장례를 치른 날부터 태은은 밤마다 흰 모시 저고리를 안고 자면서 그리움을 달랬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어느 날 태은은 아리따운 낭자가 물을 길러가는 모습을 보고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날부터 태은은 그 낭자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홀아비의 텅 빈 가슴에 찾아온 사랑의 바람을 그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이후 태은은 죽은 아내가 남긴 흰 모시 저고리가 점점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또 죽은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마침내 태은은 흰 모시 저고리를 서젯골 금령천 약수터 아래 길옆에다 묻었다. 그리고, 그 낭자에게 청혼하여 다시 가정을 꾸렸다. 이듬해 봄 흰 모시 저고리가 묻힌 자리 위에 하얀색 꽃 여러 송이가 피어났다. 사람들은 이 꽃을 홀아비바람꽃이라고 불렀다.
홀아비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바람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어네머니 코라이엔시스 나카이(Anemone koraiensis Nakai)이다. 영어명은 코리언 어네머니(Korean anemone), 일어명은 히메이치린소우(ヒメイチリンソウ), 중국명은 차오셴인롄화(朝鮮银莲花)이다. 홀아비바람꽃을 홀애비바람꽃, 호래비바람꽃, 좀바람꽃이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홀바람꽃이라고 부른다. 꽃말은 '비밀스런 사랑', '덧없는 사랑', '사랑의 괴로움'이다.
홀아비바람꽃은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어네머니(Anemone)속 중 대표적인 식물이다. 주로 충청북도와 경기도, 강원도 일대의 고산지대나 계곡 주변의 습윤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국 고유종이지만. 자생지 및 개체수는 풍부한 편이다.
홀아비바람꽃의 근경은 굵고 육질이다. 뿌리는 지름이 2mm 정도이며, 선단에 몇 개의 비늘조각이 있다. 키는 약 20~50㎝ 정도이다. 근생엽은 1~2개이고, 엽병은 털이 없다. 엽신은 장상으로 5개로 갈라지며, 표면과 가장자리에 털이 있지만 뒷면에는 털이 없다.
꽃은 4~5월 흰색으로 핀다. 원줄기에서 꽃대 1개가 나와 그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꽃대에는 긴 털이 있다. 총포는 잎 같으며 3개로 갈라진다. 꽃받침조각은 5개로서 긴 거꿀달걀모양이며, 황색이다. 씨방은 털이 있고, 암술머리는 달걀모양이며 대가 없다. 열매는 납작한 타원형의 수과가 달리는데, 두꺼운 날개가 있다.
홀아비바람꽃은 개화 시기가 이른 편이고, 또 꽃이 아름다워서 정원에 심기도 한다. 낙엽수림의 아래나 풀밭에 군락으로 심으면 화려한 경관을 연출할 수 있다. 초물분재로 이용해도 좋다. 홀아비바람꽃은 유독성 식물이므로 먹을 수는 없다.
2021. 5. 1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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