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고(山慈姑)를 처음 만난 곳은 2008년 봄 경상남도 통영(統營)의 미륵도(彌勒島)에 있는 미륵산(彌勒山)에서였다. 정상부 마룻금을 걷고 있을 때 산기슭 저만치서 흰색 바탕에 엷은 홍자색(紅紫色)을 띤 산자고 꽃이 멀리서 온 산길 나그네를 반겨주기라도 하듯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파리가 무릇을 닮은 산자고는 상당히 연약해 보였다. 꽃도 순박하고 가녀린 느낌이었다. 산자고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국립생물자원관(국생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의 산자고 분류는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백합강(百合綱, Liliopsida) 백합목(百合目, Liliales) 산자고속(山慈姑屬, Tulip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 국명(國名, Vernacular name)은 산자고(추천명), 까치무릇, 물구, 물굿 등이 있다. 북한명(北韓名, North Korean name)은 까치무릇(추천명)이다. 국생정, 국생관 등재 국명은 산자고(추천명), 까치무릇(비추천명) 등이 있다. 산자고의 꽃말은 '봄 처녀(處女), 가녀린 미소(微笑)'다.
'산자고(山慈姑)'에서 '자고(慈姑)'는 '남의 시어머니(媤母)에 대한 높임말'이다. 산자고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 온다. 옛날 홀로 삼남매를 키운 여인이 있었다. 딸 두 명을 시집 보낸 여인에게는 막내아들만 남았다. 하지만 집이 너무 가난해서 아무도 시집을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해 봄날 한 처녀(處女)가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다. 처녀는 모시고 살던 홀아버지가 죽자 유언에 따라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처녀를 며느리로 삼은 어머니와 아들은 아주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가 등창(背瘡)이 나고 말았다. 등창은 날로 심해졌지만 가난 때문에 의원을 찾아갈 수도 없었다. 그때 어머니가 산에서 작은 꽃을 발견해 며느리의 등창이 난 곳에 발랐더니 신기하게도 깨끗이 나았다. 이후 이 작은 꽃을 산자고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登載) 산자고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툴리파 에둘리스 (미쿠엘) 베이커[Tulipa edulis (Miq.) Baker]다. 국생관 등재 학명이명(學名異名, synonymy)은 오리티이아 에둘리스 미쿠엘(Orithyia edulis Miq.)이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툴리파(Tulipa)'는 '고운 머즐린(fine muslin, 속이 거의 다 비치는 고운 면직물), 터번(이슬람교도나 시크교도 남자들이 머리에 둘러 감는 수건)이나 (여성용) 터번형 모자(turban)'의 뜻을 가진 오스만 튀르키예어(Ottoman Turkish) '튈벤트(دلبند, tülbent)' 기원(起源)의 근대 라틴어(New Latin) '툴리파(tulipa), 툴리판(tulipan, 이상 tulip)'에서 유래한 다국어(多國語, Translingual) 고유명사(固有名詞, Proper nouns)다.
서유럽에서 '튤립(tulip)'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1554년경이다. '튤립(tulip)'은 오토만 튀르키예 수도 콘스탄티노플 주재 오스트리아 외교관 오지에 길랑 드 뷔스베크(Ogier Ghiselin de Busbecq, 1522~1592)가 터키어로 쓴 편지(Turkish Letters)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어를 통해 들어온 '튤립(tulip)'이 영어로 나타난 최초의 형태는 '툴리파(Tulipa)' 또는 '툴리판트(Tulipant)'였다. 프랑스어 '튤립(Tulipe)' 및 그 옛 형태 '툴리판(Tulipan)'이나 근대 라틴어(Modern Latin) '툴리파(Tulipa)'는 오스만 튀르키예어 '튈벤드(tülbend, 영어 muslin 또는 gauze)'에서 유래했으며, '튈벤드(tülbend)'는 궁극적으로 페르시아어 '뗄반드( دلبند, delband, 영어 Turban)'에서 파생되었다. 이 이름은 터번(Turban)과 튤립 꽃의 모양이 유사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이는 터번에 튤립을 꽂았던 오스만 제국의 패션이 유행하던 시대 초기 번역의 오류 때문일 수 있다. 번역가는 아마도 꽃을 터번과 혼동했을 것이다.
종소명(種小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에둘리스(edulis)'는 라틴어 동사 '에도(edō, 영어 to eat, to give out, to produce, to set forth, to raise up)'가 인도유럽어족 언어학에서 어간이 /u/로 끝나는 u-스템(u-stem)으로 바뀐 '에두(edū)' 또는 '에두스(edus)'에 동사나 어근에 붙어 수동형 형용 명사를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접미사 '-일리스(-ilis)가 붙은 것이다. 뜻은 '먹을 수 있는, (독이 없어서) 먹어도 되는, 식용의(edible)'라는 뜻이다. 산자고의 구근을 먹을 수 있음을 나타낸 이름이다.
'미쿠엘(Miq.)'은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프리드리히 안톤 빌헬름 미쿠엘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 1811~1871)이다. '베이커(Baker)'는 UK 식물학자 존 길버트 베이커(John Gilbert Baker, 1834~1920)다. 그의 아들 에드먼드 길버트 베이커(Edmund Gilbert Baker, 1864~1949)도 식물학자였다.
국표, 국생정 등재 산자고의 영문명(英文名)은 에더블 튤립(Edible tulip)이다. '먹을 수 있는(Edible) 튤립(tulip)'이라는 뜻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영문명은 Korean turips다. 'turips'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독일어에는 없는 낱말이다. 'tulips(튤립)'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코리언 튤립스(Korean tulips)는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Korean) 튤립(tulips)'이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산자고의 일문명(日文名)은 아마나(アマナ, 甘菜)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는 Amana edulis (Miq.) Honda와 Tulipa edulis (Miq.) Baker(Flora of China)의 일문명이 아마나(甘菜)다. '단(甘) 나물(菜)'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이 식물의 비늘줄기(鱗茎)를 산지코(山慈姑, さんじこ)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산지코의 비늘줄기는 자양강장(滋養強壮)으로 쓰였다. 일문명 아마나(甘菜)의 유래는 비늘줄기에 단맛(甘味)이 있어서 식용(食用)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늘줄기가 쿠와이(クワイ, 慈姑, 쇠귀나물)를 닮아 무기카와이(ムギクワイ, 麦慈姑)라는 별명(別名, 異名, 同義語·同意語, synonym)으로도 불린다.
일본에서 아마나(甘菜)의 꽃말은 '대운이 트이다, 행운이 찾아오다(運が向いてくる), 기분파, 변덕쟁이(お天気屋)'다.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산자고의 중문명(中文名)은 라오야빤(老鸦瓣)이다. '까마귀(老鸦) 꽃잎(瓣)'이라는 뜻이다. 라오야빤(老鸦瓣)이라는 이름은 칭(淸)나라 시인이자 식물학자 우치쥔(吳秦君)이 지은 즈우밍싀투카오(植物名实图考)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라오야빤(老鸦瓣)은 밭이나 들에서 나며 후베이(湖北)에서는 몐화빠오(棉花包, 목화꾸러미), 허난성(河南省) 구싀(固始)에서는 라오야터우(老鸦头, 까마귀 머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식물의 비늘줄기가 까마귀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라오야빤(老鸦瓣)이라는 이름이 붙었음을 알 수 있다. 維基百科 등재 별명은 광치구(光慈姑, 中国中草药汇编)다.
중국에서 라오야빤(老鸦瓣)의 꽃말은 '태도가 겸손하고 온화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붙임성이 좋다, 사귀기 쉽다(平易近人)'이다. 이 식물은 주로 풀밭에서 자란다. 꽃은 휘어지고 처지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핑이진렌(平易近人)'이라는 꽃말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산자고는 한강토,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제주, 전남(무등산, 백양산), 경기도(광릉) 등 중부 이남에 야생한다. 양지쪽 풀밭에서 자란다(국생정). 한강토 경기, 전북, 전남, 경남, 제주도 등에 나며, 세계적으로 만주, 일본 등에 분포한다(국생관).
아마나(甘菜)는 일본 재래종(在来種)이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東北地方南部以西), 시코쿠(四国), 큐슈(九州) 등지에 난다. 한강토(朝鮮), 중국에도 분포한다(FOM).
라오야빤(老鸦瓣)은 중국 랴오닝(辽宁), 샨둥(山东), 쟝쑤(江苏), 쩌쟝(浙江), 안후이(安徽), 쟝시(江西), 후베이(湖北), 후난(湖南), 샨시(陕西) 등지에 난다. 한강토(朝鲜), 일본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維基百科).
산자고의 비늘줄기(鱗茎)는 난상 원형(卵狀圓形) 또는 넓은 난형(廣卵形)이며, 비늘조각 안쪽에 갈색(褐色) 털이 밀생한다. 표면은 엷은 자갈색(紫褐色)이고, 비늘줄기 밑에 수염뿌리(鬚根(가 많이 나 있다.
꽃대(花莖)는 높이 15~30cm까지 자란다. 꽃대가 가늘어 오후가 되면 꽃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구부러지기도 한다. 근생엽(根生葉)은 줄기 아래쪽에 2장이 달린다. 잎은 선형(線形)이고 백록색(白綠色)이며, 털이 없고 줄기를 감싸고 있으며, 끝이 날카롭고 연질(軟質)이다.
꽃은 3~5월 줄기 끝에 한 송이가 위를 향해 흰색으로 핀다. 꽃이 위를 향해 벌어지고 넓은 종 모양(鍾形)이다. 화피열편(花被裂片)은 6개인데, 피침형(披針形)에 끝이 둔하고, 백색 바탕에 자주색(紫朱色) 맥(脈)이 있다. 수술은 6개로서 3개는 길고 3개는 짧다. 씨방은 녹색이며 세모지고 타원체(楕圓體)이다. 1개의 암술대가 있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녹색(綠色)이다. 삭과는 거의 둥글고 세모지며, 끝에 길이 6mm 정도의 암술대(雌蕊柱)가 달린다. 열매는 5월에 결실(結實)한다.
라오야빤(老鸦瓣)은 꽃이 아름답고 색상도 우아하며 이른 봄에 개화하는 식물이어서 정원의 숲 아래 지피식물(地被植物)이나 화경(花境)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비늘줄기(鳞茎)는 전분(淀粉, 澱粉)이 풍부하여 먹거나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百度百科).
산자고는 봄에 꽃봉오리가 나오기 전에 채취하여 무침, 국으로 먹고 생뿌리를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독(毒)이 강해 많이 먹으면 안 된다. 관상용(觀賞用)으로 심기도 한다(우리 주변 식물 생태도감).
정원에 심을 때는 낙엽수(落葉樹) 아래나 이른 봄에 햇살이 최대한 닿을 수 있는 남향(南向) 또는 남동향(南東向) 의 화단에 심는다(꽃과 나무 사전). 산자고의 비늘줄기를 날것으로 먹거나 구워 먹는다. 비늘줄기는 달면서도 담백한 맛과 살짝 끈적끈적한 질감(質感)을 가지고 있다. 말린 뒤 달여서 차(茶)로 마시는 경우도 있고, 장아찌로 담가 먹기도 한다(다음백과).
라오야빤(老鸦瓣)은 비늘줄기(鳞茎)를 약으로 쓴다. 맛은 달고 매우며(味甘辛), 성질은 차고 독성이 약간 있다(性寒有小毒). 청열해독(清热解毒), 산결소종(散结消肿)의 효능이 있다. 주로 인후종통(咽喉肿痛), 나력결핵(瘰疬结核, 連珠瘡, 頸部淋巴腺結核), 어체동통(瘀滞疼痛), 옹절종독(痈疖肿毒), 사충교상(蛇虫咬伤) 등의 병증(病症)을 치료한다(百度百科).
산자고의 비늘줄기를 광자고(光慈姑)라 하며 약용(藥用)한다. 가을, 봄에 캐어 수염뿌리와 외피(外皮)를 벗기고 깨끗이 씻어 햇볕에 건조한다. 소종산결(消腫散結), 화어(化瘀)의 효능이 있어 인후종통(咽喉腫痛), 나력, 창종(瘡腫), 산후어체(産後瘀滯)를 치료한다(국생정).
산자고는 진통(鎭痛)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항암(抗癌)에도 효과가 있다. 기력(氣力)을 회복하게 하는 성분이 들어있어 자양강장제(滋養强壯劑)로도 좋다(다음백과). 산자고는 항종양작용(抗腫瘍作用)을 나타낸다. 약난초인 산자고(山慈姑)의 대용약재(代用藥材)다(민속특산식물사전).
비늘줄기를 산자고(山慈姑)라 한다. 식용·약용으로 이용된다. 포기 전체를 식용한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여 사용한다. 외상에는 짓이겨 붙인다(익생양술대전).
'비늘줄기를 산자고(山慈姑)라 한다.'는 익생양술대전의 설명은 식물명(植物名)과 본초명(本草名)을 혼동한 데서 온 오류(誤謬, fallacy)로 보인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本草學) 교과서에 수록된 본초명 산자고(山慈姑, Cremastra Appendiculatae Tuber)는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으로 분류된 약난초[藥蘭草, 학명 Cremastra variabilis (Blume) Nakai ex Shibata]의 가인경(假鱗莖)이다. 식물명 산자고(Edible tulip)와 약난초(Single-leaf cremastra)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본초명 산자고의 이명에는 산자고(山茨姑), 금등(金燈), 녹제초(鹿蹄草), 주고(朱姑), 모고(毛姑) 등이 있다.
본초명 광자고는 전국 한의과 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수재(收載)되지 않았다. 한의사(韓醫師)들은 임상(臨牀)에서 광자고를 거의 쓰지 않는다.
국표 등재 산자고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 土種植物, native plants, 在来種, landrace)은 없다. 산자고는 산자고속의 유일종(唯一種)이다.
국표 등재 산자고의 유사종 재배식물(裁培植物, garden plant, cultivated plant)에는 툴리파 게스네리아나, 툴리파 네우스트루에, 툴리파 리니폴리아, 툴리파 비플로라, 툴리파 삭사틸리스, 툴리파 스프렝게리, 툴리파 실베스트리스, 툴리파 우르미아, 툴리파 클루시아나, 툴리파 클루시아나 크리산타, 툴리파 타르다, 툴리파 투르게스타니카, 툴리파 폴리크로마, 툴리파 하게리, 툴리파 후밀리스, 툴리파 휘탈리 등 46종이 있다.
2021. 5. 4. 林 山. 2024.3.1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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