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중의무릇

林 山 2021. 4. 30. 18:35

2021년 4월 초 남양주 예봉산 세정사계곡을 찾았을 때 마침 중의무릇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중의무릇은 이름이 특이해서 한번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그 특이한 이름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무릇'의 옛말은 '물웃'이다. '물웃, 물구지'는 무릇의 방언이다. ‘물’은 물(水)이고 ‘웃 또는 옷’과 ‘위나 구지’는 ‘가장자리나 구석’이라는 뜻이다. 무릇은 물기가 많은 곳이나 담장, 구석진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중의무릇은 잎, 뿌리 등의 모양이 무릇과 비슷하고, ‘중’처럼 산속에 사는 무릇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승려들은 향이 강하고 양기(陽氣)를 북돋우는 오신채(五辛菜)를 먹지 않는 대신 이 풀의 꽃을 향신료로 사용한다고 해서 중의무릇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중의무릇(남양주 예봉산, 2021. 4. 4)

중의무릇은 백합목 백합과 중의무릇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개기어 루티어 (엘) 케르골.[Gagea lutea (L.) KerGawl.]이다. 중의무릇을 중무릇, 조선중무릇, 참중의무릇, 반도중무릇, 애기물구지라고도 한다. 꽃말은 '일편단심'이다.

 

중의무릇(남양주 천마산 팔현계곡, 2022. 4. 9)
중의무릇(정선 함백산, 2021. 4. 11)

중의무릇의 영어명은 오리엔틀-옐로우 개기어(Oriental-yellow gagea) 또는 옐로우 스타 오브 베쓸리헴(yellow star of Bethlehem)이다. 옐로우 스타 오브 베쓸리헴은 노란색 꽃이 동방박사를 이끌었던 길잡이 별을 닮았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꽃을 보면 정말 노란 별처럼 아름답다. 일어명은 고우라이아마나(コウライアマナ), 중국명은 딩빙화(顶冰花)이다. 

 

중의무릇(정선 함백산, 2021. 4. 11)

중의무릇은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사할린,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중부 지역의 산지에서 자란다. 특히 물이 잘 빠지는 산록에서 잘 자란다.

 

중의무릇(정선 함백산, 2021. 4. 11)

중의무릇의 비늘줄기는 길이 1.5cm로서 달걀모양이고 갈색이다. 키는 15~2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1개의 잎이 달린다. 기부에서 난 잎은 1개이고, 어느 정도 육질이며, 약간 안쪽으로 말리고, 밑부분이 꽃대를 감싼다.

 

중의무릇(정선 함백산, 2021. 4. 11)

대는 높이 15~25cm이고, 엽병은 긴 것과 짧은 것이 있으며, 끝에 3~10개의 꽃이 산형으로 달린다. 꽃대 상단부에 두 장의 잎이 붙어 있는데, 이것은 꽃봉오리를 보호하기 위한 포가다. 포는 2개이며 밑부분의 것은 길이 4~8cm이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화피열편은 6개인데, 긴 타원형으로 뒷면에 녹색이 돈다. 수술은 6개이며 화피보다 짧다. 꽃은 볕을 쬐면 피고, 어두운 곳에서는 오무린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거의 둥글고, 길이와 지름이 각각 7mm로서 짧고 작으며, 막질이고 3개의 능선이 있다.

 

중의무릇(정선 함백산, 2021. 4. 11)

중의무릇 유사종에는 애기중의무릇(Gagea hiensis Pascher)이 있다. 애기중의무릇은 작은 비늘줄기에서 싹이 나와 높이 10㎝ 정도로 자란다. 중의무릇보다 전체적으로 작은데, 특히 잎의 넓이가 2㎜로 가늘고 선형이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중의무릇(정선 함백산, 2021. 4. 11)

중의무릇은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중의무릇을 자양강장제로 쓴다. 비늘줄기는 심장병의 치료에 쓴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중의무릇을 거의 안 쓴다. 

 

2021. 4. 30. 林 山. 2022.4.19.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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