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패랭이꽃을 처음 만난 때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잔디처럼 땅에 낮게 깔려 분홍색으로 일제히 피어난 지면패랭이꽃은 실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낯설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지면패랭이꽃이 토종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지면패랭이꽃을 꽃잔디라고도 불렀다. 이후 지면패랭이꽃은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는 전국 각지 어디를 가도 지면패랭이꽃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지면패랭이꽃은 통화식물목 꽃고비과 풀협죽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플락스 수불라타 엘.(Phlox subulata L.)이다. 꽃이 패랭이꽃과 비슷하고 지면으로 퍼지기 때문에 지면패랭이꽃이라고 한다. 지면패랭이꽃은 멀리서 보면 잔디 같지만 아름다운 꽃이 피기 때문에 꽃잔디라고도 한다. 꽃잔디가 더 좋은 이름 같다. 이명에는 땅패랭이꽃 등이 있다. 꽃말은 '온화, 희생'이다.
지면패랭이꽃의 영어명은 플락스 수불라타(Phlox subulata) 또는 모스 플락스(Moss phlox), 모스 핑크(Moss pink), 크리핑 플락스(Creeping phlox), 마운튼 플락스(Mountain phlox)이다. 중국명은 젠예톈란슈치우(针叶天蓝绣球) 또는 총셩푸루카오(丛生福禄考)이다. 일어명은 시바사쿠라(シバザクラ, 芝桜)이다.
풀협죽도속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약 65종이 있다. 65종 가운데 아시아 북동부에서 나는 1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지면패랭이꽃은 북아메리카 동부 지역이 원산지다. 한국에서는 외래종이다. 전국 각지에서 관상용으로 심어 기른다. 건조한 모래땅에서 잘 자란다.
지면패랭이꽃에 얽힌 전설이 전해 온다. 하늘과 땅이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태초에 세상은 아직 혼돈 속의 무질서 상태에 있었다. 세상의 질서를 잡기 위해 신이 직접 나섰다. 봄을 맞이해서 해는 신의 명령으로 식물들에게 봄볕을 뿌려주었다. 심술이 난 구름은 천둥, 번개에 소나기까지 몰고 와 큰 홍수가 났다. 신은 구름을 잘 달래서 비를 그치게 하고, 홍수로 황폐해진 땅에는 봄의 천사를 보내 식물들을 돌보게 했다. 천사는 최선을 다했지만 혼자서 그 많은 식물들을 돌보기에는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그래서, 천사는 식물들에게 누구든 황폐한 대지에 꽃을 피워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예쁜 꽃과 나무들은 모두 천사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런데, 잔디는 모두가 가기를 꺼려하던 폐허에 자진해서 찾아가겠다고 했다. 잔디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않는 황폐한 땅을 파릇파릇하게 덮어주었다. 천사는 신에게 잔디의 선행을 알렸다. 신은 상으로 잔디에게 예쁜 꽃관을 선물해 주었다. 그 꽃관을 받아 쓴 잔디가 지금의 꽃잔디가 되었다고 한다.
지면패랭이꽃은 땅속줄기가 길게 땅속을 뻗는다. 키는 10cm 정도이다. 줄기는 많은 가지가 갈라져 잔디 같이 땅을 완전히 덮는다. 잎은 엽병이 없이 마주나기하며, 대개 피침형이지만 그 밖에도 여러가지 잎 형태가 있다. 잎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껄끄럽다.
꽃은 4~9월에 피지만 주로 4월에 핀다. 꽃자루는 꽃받침과 더불어 선이 없거나 간혹 있고, 줄기 상부에서 갈라진 3~4개의 가지 끝에 꽃이 1개씩 달린다. 꽃받침은 길이 6~9.5mm이고, 화관통은 길이 8.5~16mm이다. 열편은 침형으로 끝에 깊이 2mm 정도로 파진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끝이 예리하게 뾰족하고 잔털이 있다. 꽃부리는 깊게 5개로 갈라지며, 끝이 얕게 파이고, 수평으로 퍼진다. 꽃부리 색은 적색, 자홍색, 분홍색, 연한 분홍색, 흰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꽃통은 길이 10mm 가량이며 가늘다. 수술은 5개이고, 판통 안쪽에 붙어 있으나 일부는 밖으로 뻗는다. 암술대는 길이 약 1.2cm이다. 열매는 삭과이며, 종자는 각 실에 1개씩 들어 있다.
지면패량이꽃의 유사종에는 풀협죽도가 있다. 풀협죽도의 학명은 플락스 패니쿨라타 엘.(Phlox paniculata L.)이다. 줄기가 1~1.5m 정도로 커서 쉽게 구별된다. 꽃은 원줄기 끝에서 크고 다소 둥근 원뿔모양꽃차례가 자라며, 홍자색 또는 흰색 꽃이 여러 송이 밀착해서 달린다.
2021. 5. 18. 林 山. 2022. 3. 8. 최종수정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양수수꽃다리 (0) | 2021.05.21 |
---|---|
사과나무 (0) | 2021.05.20 |
딸기 (0) | 2021.05.17 |
루피너스(Lupin) (0) | 2021.05.14 |
캄파눌라 미디엄(Campanula medium) (0) | 2021.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