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는 가시나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탱자나무의 가시는 짐승이나 도둑을 막기에 충분할 만큼 크고 억세다. 그래서 예로부터 남도지방에는 탱자나무로 생울타리를 만든 집들이 많았다.
탱자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조정래의 장편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인물 김범우가 떠오르곤 한다. 김범우는 어린 시절 들었던 탱자나무 전설에서 가시의 의미를 성년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탱자나무 가시에는 억압과 착취에 신음하며 가난에 시달리던 민초들의 한이 서려 있다는 그 슬픈 의미를 말이다.
옛날에 한 과부 어미가 어린 자식 다섯을 데리고 살았다. 남편이 남기고 간 것은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뿐이었다. 과부 어미 혼자 힘으로 아무리 뼈빠지게 일해도 자식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몇 년을 이 앙다물고 악착같이 살아낸 과부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만 병이 들어 눕고 말았다. 어미가 자리에 눕자 자식들은 그대로 굶어죽을 판이었다.
과부네 집이 굶어죽게 생겼다는 소문이 나자 하루는 어떤 노파가 찾아왔다. 산 너머 늙은 부자가 큰딸을 소실로 보내면 논 다섯 마지기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처녀는 꽃다운 열다섯살이었다. 어미는 차마 딸에게 그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노파가 대신하기로 했다. 노파의 말을 들은 처녀는 하루 밤낮을 눈물로 보낸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처녀는 노파에게 논 다섯 마지기 대신 그 값에 해당하는 쌀을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전혀 어려울 것이 없는 조건이었다. 쳐녀는 쌀을 받은 날 집을 떠났다. 늙은 부자와 초례를 치른 그날 밤 처녀는 뒤뜰 감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늙은 부자는 쳐녀의 죽음을 불쌍하게 여기기는 커녕 속았다고 펄펄 뛰며 당장 쌀가마를 찾아오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하인들이 부랴부랴 처녀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과부 어미와 동생들은 간 곳이 없었다. 이 소식을 듣고 더욱 화가 난 늙은 부자는 '저런 못된 년은 산짐승한테 뜯어먹혀야 한다'면서 처녀의 시체를 묻지 말고 산골짜기에 내다버리라고 명했다.
처녀의 시체는 산골짜기에 버려졌다. 그런데 그날 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처녀의 시체를 업고 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처녀와 남몰래 사랑을 나누어 오던 사내였다. 사내는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처녀를 고이 묻어 주었다.
이듬해 봄 처녀의 무덤에서 연초록 싹이 하나 솟아올라왔다. 연초록 싹은 차츰 자라면서 몸에 크고 억센 가시를 달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때 연인의 한맺힌 혼백이 가시 돋친 나무로 변한 것을 깨달았다. 처녀는 아무도 자기 몸을 범하지 못하게 하려고 온몸에 가시를 달고 환생한 것이었다. 연인의 정절에 감동한 사내는 평생을 혼자 살았다고 한다.
탱자나무는 운향목 운향과 탱자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폰시루스 트리폴리아타 (엘.) 라피네스크[Poncirus trifoliata (L.) Raf.]이다. 영어명은 트라이폴리어레이트 오린쥐(trifoliolate orange)이다. 중국명은 즈커(枳树) 또는 꺼우쥐(枸橘)이다. 일어명은 카라타치(カラタ, 枳殻) 또는 키소쿠(キコク, 枳殻)이다. 탱자나무를 구귤(枸橘), 취극자(臭棘子), 점자(粘刺), 동정(同庭), 상각(商殼)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추상, 추억'이다.
탱자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단 1종만 있다. 원산지는 중국 양쯔강 상류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한국에서도 탱자나무가 자생했다고 주장한다. 탱자나무는 현재 한국과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경기도 이남 지방에서 심는다. 자생종은 찾아보기 어렵고,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재배종이다.
탱자나무의 키는 높이 3m까지 자란다. 가지는 녹색으로 약간 편평하고, 길이 3~5㎝ 정도의 굳센 가시가 어긋나기한다. 가시와 가지가 녹색이므로 다른 식물과 쉽게 구별된다..잎은 어긋나기하고 3출엽이다. 소엽은 두꺼우며 거꿀달걀형, 타원형, 무딘형 또는 작은 오목형에 예두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고, 잎자루에는 날개가 약간 있다.
꽃은 4월~6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가지 끝 또는 잎겨드랑이에 1개 또는 2개씩 달린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 5개가 떨어져 있다. 수술은 20개로 많으며 털은 없다. 씨방은 8~10실로 나뉘고 밀모가 있다. 열매는 장과로 둥글고, 표면에 부드러운 털이 많이 나며, 향기가 좋으나 먹을 수는 없다. 종자는 긴 타원형이다. 장과는 9~10월에 황색으로 성숙한다.
탱자나무는 줄기에 매우 강한 가시가 나 있어 방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집이나 과수원 생울타리용으로 최적합한 수종이다. 차폐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묘목은 밀감나무류의 접목용 대목으로 사용한다.
옛날에는 성을 쌓고 주위에 해자(垓字)를 판 다음 성 밑에 탱자나무를 심기도 했다. 이른바 지성(枳城)이다. 대표적인 지성은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해미읍성에 대해 '성 밖은 탱자나무 숲(枳林)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강화도에 침입하는 몽고군을 막기 위해 성을 쌓고 그 주변에 탱자나무를 많이 심었다. 강화군 강화읍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78호 탱자나무와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79호 탱자나무는 그 당시 심은 것들이다. 포항 내연산(內延山) 보경사(寶鏡寺) 천왕문(天王門) 옆에도 수령이 400년 되었다는 탱자나무 고목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탱자의 미성숙 과실은 枸橘(구귤), 根皮(근피)는 枳根皮(지근피), 나무껍질의 小片(소편)은 枳茹(지여), 가시는 枸橘刺(구귤자), 잎은 枸橘葉(구귤엽), 성숙 직전의 과실은 枳殼(지각), 종자는 枸橘核(구귤핵)이라 하며 약용한다. 枸橘(구귤)은 疏肝(소간), 和胃(화위), 理氣(이기), 止痛(지통)의 효능이 있다. 胸腹脹滿(흉복창만), 胃痛(위통), 疝氣(산기), 乳房結核(유방결핵), 子宮下垂(자궁하수), 타박상을 치료하고 酒毒(주독)을 해독한다. 枳根皮(지근피)는 齒痛(치통), 치질, 혈변을 치료하고 뿌리를 술에 담갔다. 달인 즙을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치통을 다스릴 수 있다. 枳茹(지여)는 탱자나무의 枝莖(지경) 및 피(皮)로 水脹(수창), 異風(이풍), 骨筋疼痛(골근동통)을 치료한다. 枸橘刺(구귤자)는 風蟲齒痛(풍충치통)에 구귤자의 달인 액을 머금고 있다가 뱉아낸다. 枸橘葉(구귤엽)은 理氣(이기), 祛風(거풍), 消毒(소독), 散結(산결)의 효능이 있다. 枳殼(지각)은 破棄(파기), 行痰(행담), 消積(소적), 散結(산결)의 효능이 있다. 胸膈痰滯(흉격담체), 胸痺(흉비), 脇脹(협창), 食積(식적), 噫氣(희기), 嘔吐(구토), 下痢後重(하리후중), 脫肛(탈항), 子宮脫垂(자궁탈수)를 치료한다. 枸橘核(구귤핵)은 腸風下血不止(장풍하혈부지)에 구귤핵, 樗根白皮(저근백피) 각 等量(등량)을 볶아서 가루 내어 1회 3g씩 莢子(급협자)를 달인 액으로 調服(조복)한다.'고 나와 있다.
국생정의 설명은 전국 한의과대락 본초학 교과서 내용과는 다소 다르다. 한국에서는 탱자나무의 어린 과실(幼果)을 건조한 것을 본초명 지실(枳實)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산등(酸橙, Citrus aurantium L.) 및 재배 변종 또는 첨등(甛橙, Citrus sinensis Osbek)의 어린 열매를 지실이라고 한다. 구귤(枸橘)은 '본초겅목'에 나오는 본초명으로 지금은 한국에서 안 쓰는 이름이다. 중국에서 꺼우쥐(枸橘)는 '탱자 또는 탱자나무, 탱자나무의 미성숙 과실(Trifoliate-orange Immature Fruit), 지실(Fructus Ponciri Trifoliatae)'의 뜻이다. 일본에서는 탱자나 지각(枳殼)을 카라타치(からたち, 枳殻, 枸橘)라고 한다. 이것으로 볼 때 구귤이란 말은 중국이나 일본의 본초명을 그대로 들여온 곳으로 보인다.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한약재는 지실(枳實)과 지각(枳殼)이다. 지실(枳實)은 본초학에서 이기약(理氣藥)에 속한다. 파기(破氣), 산비(散痞), 사담(瀉痰), 소적(消積)의 효능이 있어 흉복창만(胸腹脹滿), 흉비(胸痺), 비통(痺痛), 담벽(痰癖), 수종(水腫), 식적(食積), 변비, 胃下垂(위하수), 자궁하수(子宮下垂), 脫肛(탈항) 등을 치료한다.
'동의보감' <탕액편 : 나무>에는 지실(枳實, 탱자열매)에 대해 '성질은 차며[寒](약간 차다[微寒]고도 한다) 맛은 쓰고[苦] 시며[酸](쓰고[苦] 맵다[辛]고도 한다) 독이 없다. 피부의 심한 가려운 증과 담벽(痰癖)을 낫게 하며 창만과 명치 밑이 트직하면서 아픈 것을 낫게 하고 오랜 식체를 삭인다. ○ 나무는 귤나무 비슷한데 약간 작다. 잎은 문설주와 비슷하고 가시가 많다. 봄에 흰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가 익는다. 음력 7~8월에 따서 햇볕에 말린다. ○ 배 껍데기가 뒤집어진 것이 마치 물동이의 아가리 비슷한데 오래 묵혀 둔 것이 좋다. ○ 옛말에 귤나무가 회수(淮水)를 건너가면 탱자나무가 된다고 하였고 또한 양자강 남쪽에서는 귤나무가 되고 강북쪽에서는 탱자나무가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 양자강 남쪽에는 귤나무와 탱자나무가 다 있고 강북쪽에는 탱자나무만 있다. 귤나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딴 종류이며 변해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본초]. ○ 지실은 담을 삭이는 데서 담장을 찌르고 벽을 넘어 뜨릴 만큼 힘이 세다. 물에 담갔다가 속을 긁어 버리고 밀기울과 함께 볶아서 쓴다[입문]. ○ 속을 버리지 않은 지실은 효력을 더 빨리 나타낸다[단심]'고 나와 있다. .
지경피(枳莖皮, 탱자나무줄기의 껍질)에 대해서는 '수창(水脹), 갑자기 생긴 풍증, 뼈마디가 몹시 가드라드는 것을 낫게 한다[본초].', 지근피(枳根皮, 탱자나무뿌리껍질)에 대해서는 '5가지 치질과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낫게 한다[본초]'고 나와 있다.
지각(枳殼)은 본초학에서 이기약에 속하는 약이다. 지각은 산등(酸橙, Citrus aurantium L.)의 미성숙한 과실(未成熟果)을 건조한 것이다. 파기(破氣), 행담(行擔), 산결(散結), 소적(消積)의 효능이 있어 흉격담체(胸膈痰滞), 흉비(胸痹), 협창(胁胀), 식적(食積), 애기(噫气), 구역(呕逆), 하리후중(下利後重), 탈항(脫肛), 자궁탈수(子宮脫垂) 등을 치료한다.
'동의보감' <탕액편 : 나무>에는 지각(枳殼)에 대해 '성질은 차고[寒](혹은 약간 차다[微寒]고도 한다) 맛이 쓰며[苦] 시고[酸](쓰고[苦] 맵다[辛]고도 한다) 독이 없다. 폐기로 기침하는 것을 낫게 하며 가슴 속에 몰려 있는 담을 헤치고 대소장을 잘 통하게 하며 창만을 삭히고 관격(關格)으로 몰리고 막힌 것을 열어 준다. 담을 삭이고 물을 몰아내며 징벽(쑫癖)과 몰려 있는 사기를 헤치고 풍으로 가렵고 마비된 것, 장풍, 치질을 낫게 한다. ○ 음력 7~8월에 열매를 따서 햇볕에 말린다. 배껍데기가 뒤집어진 것이 마치 물동이의 아가리와 비슷하면서 오래 묵혀 둔 것이 좋다[본초]. ○ 지각의 약 기운은 주로 올라가고 지실의 약 기운은 주로 내려간다. 지각은 올라가서 피부와 흉격의 병을 낫게 하고 지실은 내려가서 명치와 위(胃)의 병을 낫게 하는데 그 맞음증은 거의 같다[탕액]. ○ 탱자는 즉 귤의 종류인데 물에 담갔다가 속을 버리고 밀기울과 함께 볶아서 쓴다[입문]. ○ 우리나라에는 오직 제주도에서만 난다. 왜귤(倭橘)이라고도 한다[속방].'고 나와 있다.
2021. 6. 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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