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초 한계령에서 설악산 대청봉을 향해 서북능선을 오르다가 꽃이 활짝 핀 정향나무를 만났다. 정향나무는 설악산 같은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여서 반가왔다. 정향나무와 털개회나무, 꽃개회나무는 꽃만 봐서는 잘 구별이 안 된다. 이 세 가지를 구별하는 데 있어서는 잎을 잘 관찰해야 한다.
정향나무와 털개회나무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잎 뒷면의 솜털이다. 잎 뒷면에 솜털이 많이 나 있으면 털개회나무, 솜털이 없거나 조금만 나 있으면 정향나무다. 꽃개회나무와 정향나무를 구분하는 기준점은 잎과 향기다. 잎이 작고 타원형에 가까우면 정향나무, 잎이 좀더 크고 길쭉하면 꽃개회나무다. 꽃향기가 독할 정도로 진하면 정향나무, 꽃향기가 강렬하면서도 은은하면 꽃개회나무다.
정향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꽃의 모양이 '정(丁)'자 모양으로 생기고, 향기가 높다고 하여 정향나무라고 한다. '정향목(丁香木)'은 '향기가 강한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정(丁)자'는 '강한, 심한'의 뜻이 있다.
정향나무의 학명은 시링가 파툴라 바. 카미바야시 (나카이) 엠.와이.김[Syringa patula var. kamibayashii (Nakai) M.Y.Kim]이다. 영어명은 재퍼니즈 트리 라일락(Japanese Tree Lilac), 일어명은 쵸우센하시도이(チョウセンハシドイ), 중국명은 딩샹슈(丁香樹)이다. 정향나무를 둥근잎정향나무라고도 한다. 꽃말은 ‘위엄’이다.
정향나무는 한국과 중국 동북 지방이 원산지이다. 한국에서는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북도 이북 지역에 분포한다. 주로 높은 산 정상 부근의 바위틈에서 자란다.
정향나무는 키가 높이 1.5m 정도이다. 밑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 큰 포기를 이룬다. 가지는 회갈색이며 껍질눈이 흩어져 있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넓은 달걀형 또는 아원형에 첨두 원저이다. 잎 표면에는 털이 없고, 잎맥에 홈이 지며, 뒷면은 털이 없거나 주맥 기부에 털이 있다. 잎자루에는 털이 없거나 간혹 있다.
꽃은 5월~6월초에 자주색으로 핀다. 꽃대는 없고, 향기가 있다. 원뿔모양꽃차례는 전년지 끝에 달리며, 꽃대축에 보통 털이 있다. 화통은 길이 7~8mm이고, 열편이 젖혀진다. 수술은 판통에 달린다. 열매는 삭과로 끝이 둔한 타원형이고, 겉면에 갈색 껍질눈이 산재한다. 종자는 9월에 익는다.
정향나무는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우며, 향기도 좋아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수로 심기도 한다. 특히 공원 등에 군식(群植)하거나 열식(列植)하여 생울타리로 해도 좋다. 밀원식물로도 가치가 크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정향나무의 '꽃봉오리는 丁香(정향), 수염뿌리는 丁香根(정향근), 나무껍질은 丁香樹皮(정향수피), 樹枝(수지)는 丁香枝(정향지), 과실은 母丁香(모정향), 화뢰를 증류하여 나온 精油(정유)는 丁香油(정향유)라 하며 약용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다. 한의학에서 한약재로 쓰는 정향(丁香, clove)은 학명이 Eugenia caryophyllata Thunb.이며, 인도네시아 몰루카 제도가 원산지다. 정향은 향신료로도 쓰인다. 산림청에도 한의과대학에서 본초학을 전공한 사람이 필요하다.
또, '정향나무, 개회나무의 껍질, 줄기, 가지를 폭마자(暴馬子)라 하며 약용한다.'고 나와 있다. 폭마자는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거의 안 쓰는 약재다.
정향나무의 유사종에는 흰섬개회나무, 섬개회나무 등이 있다. 흰섬개회나무의 학명은 Syringa patula var. venosa f. lactea K.Kim이다. 울릉도에 분포한다. 흰색의 꽃이 나무 전체를 가리면서 피어 장관이다. 한국 특산종이다. 섬개회나무의 학명은 Syringa patula var. venosa (Nakai) K.Kim이다. 울릉도에서 자란다. 가지는 회갈색이고, 삭과에 껍질눈이 산재한다.
정향나무의 잎 형태와 잎맥의 털, 잎맥이 들어가는 정도는 원변종인 털개회나무[Syringa patula (Palib.) Nakai]의 변이 안에 포함된다. 그래서, 정향나무를 털개회나무에 통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2021. 6. 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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