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다가 보면 운이 좋은 날이 있다. 2016년 6월 5일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다가 미스김 라일락(학명 Syringa pubescens ssp. patula Miss Kim)의 원종인 털개회나무를 만났다. 때마침 털개회나무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오래간만에 오른 노고단에서 활짝 핀 털개회나무 꽃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털개회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시링가 파툴라 (팔리빈) 나카이[Syringa patula (Palib.) Nakai]이다. 털개회나무의 영어명은 코리언 라일락(Korean lilac), 중국명은 관동챠오링화(关东巧玲花), 일본명은 우스게하시도이(ウスゲハシドイ)이다.
털개회나무를 정향나무, 정향목(丁香木), 정향화(丁香花), 새발사향나무라고도 한다. '정(丁)'자는 '강한, 심한'의 뜻이다. '정향목(丁香木)'은 '향기가 강한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통꽃 1개를 따서 옆에서 보면 마치 한자의 '丁'자 같이 보이며, 향기가 난다고 해서 정향(丁香)이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
털개회나무는 함경남북도와 평안남북도, 황해도, 강원도 등 백두대간을 타고 충청북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까지 널리 분포한다. 깊은 산에서 자란다. 산림청은 1997년 털개회나무를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털개회나무의 키는 높이 3m까지 자란다. 작은 가지는 가늘고 털이 있으며, 회색으로 껍질눈이 있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타원형 또는 달걀형, 거꿀달걀형에 점첨두, 넓은 예저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없고, 뒷면에 융털이 밀생한다.
꽃은 5월 초~6월 말에 연한 자주색 또는 연한 자홍색, 적자색으로 핀다. 꽃대는 없고, 원뿔모양꽃차례로 전년지 끝에 달리며, 꽃대축에 털이 있다. 화통 길이는 6~10mm이며, 열편은 달걀형의 원형으로 끝에 돌기가 있다. 열매는 삭과로 피침형이고 첨두이며, 껍질눈이 있다. 9~10월에 성숙한다.
털개회나무의 유사종에는 수수꽃다리가 있다. 수수꽃다리의 학명은 Syringa oblata var. dilatata (Nakai) Rehder이다. 꽃은 4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일년생가지와 잎의 양면에는 털이 없다.
털개회나무는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우며, 특유의 향기가 있어 정원이나 공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옛날에는 털개회나무의 꽃봉오리를 향갑이나 향궤에 넣어 실내나 방에 놓았다. 여인들은 향낭에 넣어서 차고 다니기도 했다. 뿌리는 민간에서 복부를 따뜻하게 하고 치통, 배가 더부룩한 증상의 치료에 사용했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1. 5. 3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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