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

林 山 2021. 7. 20. 11:59

2021년 4월 중순경 월악산 만수골에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말을 맞아 삼지구엽초 꽃을 보기 위해 만사 제쳐놓고 월악산 만수골을 찾았다. 만수봉에서 용암봉을 거쳐 뻗어내린 능선 산발치에는 미색을 띤 삼지구엽초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야생에서 핀 삼지구엽초 꽃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몹시 반가왔다.       

 

삼지구엽초(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는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 삼지구엽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에피메디움 코리아눔 나카이(Epimedium koreanum Nakai)이다. 영어명은 코리언 에피미디엄(Korean Epimedium), 일어명은 이카리소우(いかりそう, 錨草·碇草)이다. 중국명은 인양훠(淫羊藿) 또는 산지쥬예차오(三枝九叶草), 셴링피(仙灵脾)이다. 삼지구엽초를 음양곽(淫羊藿), 팔팔이 또는 팔파리라고도 한다. 꽃말은 '비밀', '회춘', '당신을 붙잡아두다'이다. 

 

삼지구엽초를 음양곽, 방장초(杖草)라고 부르게 된 유래를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중국에 전한다. 옛날 중국 쓰촨(四川) 지방에 한 노인 양치기가 있어 양을 수백 마리 몰고 다녔다. 그 중 수컷 한 마리가 사시사철 발정하여 매일 암양들과 교접을 하면서도 전혀 피로한 기색이 없었다. 어느 날 그 숫양이 슬그머니 무리를 떠나 사라지는 것을 본 노인이 뒤를 따라가 보았더니 이름 모를 풀을 마구 뜯어 먹고 있었다. 노인도 그 풀을 뜯어먹자 갑자기 힘이 팔팔해지면서 정력도 왕성해졌다. 회춘(回春)한 노인은 그길로 지팡이도 내던지고 산을 내려와 새장가를 들어 아들까지 낳았다. 이후 이 풀을 양의 정력을 발동시켰다 하여 음양곽, 지팡이도 내던지게 했다 하여 방장초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숫양이 뜯어 먹었다는 그 풀이 바로 삼지구엽초다. 

 

삼지구엽초(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삼지구엽초는 한국과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경기도와 강원도 등 중부 이북 내륙 산지의 계곡이나 산록에서 자란다. 지리산에도 개체수는 많지 않지만 자생지가 있다. 삼지구엽초는 1990년대 이후 강장제 또는 강정제로 알려져 자생지 및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종이다. 환경부에서는 삼지구엽초를 멸종위기종(지정번호 식-66)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삼지구엽초(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삼지구엽초의 근경은 단단하고 옆으로 뻗으며, 잔뿌리가 많이 달리고, 꾸불꾸불하다. 키는 3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자라고, 원줄기 밑을 비늘 같은 잎이 둘러 싼다. 원줄기에서 3가지가 갈라지고, 각 가지마다 3장의 잎 모두 9장의 잎이 달린다. 잎은 달걀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이 심장저이다. 가장자리에 털같은 잔톱니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꽃은 4~5월에 연노란색 또는 황백색으로 피며, 원줄기 중상부에서 나온 꽃대에 총상꽃차례로 밑을 향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8개이다. 겉의 4개는 작으며 크기가 서로 다르고 일찍 떨어진다. 안쪽의 4개는 크며 크기도 비슷하다. 꽃잎은 4개로 긴 거(距)가 있다. 1개의 암술과 4개의 수술이 있다. 꽃밥은 들창문처럼 터진다. 열매는 골돌이다.

 

삼지구엽초(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삼지구엽초는 잎과 꽃이 특이해서 관상용으로 정원이나 화분에 심어도 좋다. 봄에 어린 잎과 꽃잎을 따다가 나물로 해먹기도 한다. 어릴 때는 쓴맛이 별로 없으므로 가볍게 데쳐서 찬물에 헹구기만 하면 된다. 물에 넣어 끓이면 잎과 줄기가 뻣뻣해지는 특성이 있다. 봄에 새싹의 잎이 벌어지기 전에 채취해 튀김으로 먹기도 한다. 말린 잎은 차로 이용한다. 술을 담그기도 한다. 주침(酒浸)한 약술을 선령비주(仙靈脾酒) 또는 영패주(靈牌酒)라 한다.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열이 많은 체질을 가진 사람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  

 

삼지구엽초(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삼지구엽초의 줄기와 잎을 본초명 음양곽(淫羊藿)이라고 한다. 신선이 먹는 신령스러운 약이라는 뜻으로 선령비(仙靈脾), 천냥의 황금 가치가 있는 약이라는 뜻으로 천량금(千兩金)이라고도 한다. 음양곽은 여름~가을에 채취하여 햇볕 또는 그늘에서 말린다. 또는 잎과 줄기를 여름에 채취하여 술에 하룻밤 담갔다가 불에 말려 쓴다. 중국에서는 심엽음양곽(心葉淫羊藿, Epimedium brevicornum Maxim.), 유모음양곽(柔毛淫羊藿, Epimedium pubescens Maxim)을 쓴다. 

 

음양곽은 본초학에서 보익약(補益藥) 중 보양약(補陽藥)으로 분류된다. 보신장양(補腎壯陽), 거풍제습(祛風除濕)의 효능이 있어 양위불거(陽痿不擧, 음위, 발기불능), 소변임력(小便淋瀝, 오줌발 무력증), 근골련급(筋骨攣急), 반신불수(半身不隨), 요슬무력(腰膝無力), 풍습비통(風濕痹痛), 사지불인(四肢不仁), 갱년기(更年期) 고혈압증(高血壓症)을 치료한다. 근골위연(筋骨痿軟), 불임, 권태무력(倦怠無力), 류머티즘에 의한 마비와 통증에도 응용할 수 있다. 달여서 복용한다. 술에 담그거나 고제(膏劑), 환산제(丸散劑) 등으로 만들어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달인 물로 씻는다. 음양곽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정력부족이나 발기부전 등의 증상에 종종 처방하는 한약재다.

 

삼지구엽초의 근경(根莖)은 음양곽근(淫羊藿根)이라고 한다. 음양곽근은 민간에서 허림(虛淋), 백탁(白濁), 백대(白帶), 월경불순, 소아야맹증, 농(膿)이 안터진 옹저(癰疽), 천식발작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산제로 하여 복용한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음양곽(淫羊藿, 팔파리)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고[溫](평(平)하다고도 한다) 독이 없다. 모든 풍랭증(風冷證)과 허로(虛勞)를 낫게 하며 허리와 무릎을 보한다. 남자의 양기(陽氣)가 끊어져 음경이 일어나지 않는 데와 여자의 음기가 소모되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데 쓴다. 늙은이가 정신없고 기력이 없는 것, 중년에 건망증이 있는데 음위증(陰쌇證)과 음경 속이 아픈 것을 낫게 한다. 기력을 도와주고 근골(筋骨)을 든든하게 한다. 남자가 오래 먹으면 자식을 낳게 할 수 있고 나력(瘰癧, 결핵성의 경부 림프샘염)을 삭게 하며 음부에 생긴 헌데를 씻으면 벌레가 나온다. ○ 일명 선령비(仙靈脾)라고도 하며 민간에서는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고 한다. 산과 들에 나는데 잎은 살구나무의 잎(杏葉)과 비슷하고 잎 꼭대기에 씨가 있다. 줄기는 조짚[粟稈]과 같다. 음력 5월에 잎을 뜯어 햇볕에 말린다.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 좋다. 또 술과 배합하여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 이것을 먹으면 성욕이 강해진다. 양(羊)이 하루에 여러 번 교미하는 것은 이 풀을 먹기 때문이므로 음양곽이라고 하였다. 술에 씻어 잘게 썰어 약한 불기운에 말려 쓴다[본초].'고 나와 있다. 

 

삼지구엽초(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다른 식물을 삼지구엽초로 잘못 알고 유통되는 것도 많다. 꿩의다리(Thalictrum aquilegifolium var. sibiricum Regel & Tiling)도 삼지구엽이다. 삼지구엽초의 잎은 달걀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이 심장저이다. 하지만 꿩의다리의 잎은 거꿀달걀모양 또는 심원형에 원두이다. 꽃은 7∼8월에 백색 또는 대홍색으로 피며, 줄기 끝에 편평꽃차례로 달린다. 꿩의다리아재비(Caulophyllum robustum Maxim.)도 삼지구엽이다. 잎은 긴타원모양 또는 타원상 피침형이고, 끝이 뽀족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2~3개로 갈라진다. 꽃은 6~7월에 녹황색으로 핀다. 원줄기 끝에 원뿔모양꽃차례가 달리고 많은 꽃이 핀다. 연잎꿩의다리(Thalictrum coreanum H.Lev.)도 삼지구엽이다. 잎은 둥글다. 작은잎자루가 밑에서부터 약간 올라가서 달리므로 방패나 연잎 같다. 꽃은 6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피며, 원줄기 끝에서 발달하는 작은 원뿔모양꽃차례에 달린다. 

 

은꿩의다리(Thalictrum actaefolium var. brevistylum Nakai)도 삼지구엽과 유사하다. 잎은 넓은 달걀모양, 네모진 타원형 또는 난상 원형이며 결각상 톱니가 있고 뒷면은 분백색이다. 꽃은 7월에 홍백색으로 피며, 양성으로 줄기 끝에 원뿔모양꽃차례로 달린다. 금꿩의다리[Thalictrum rochebrunianum var. grandisepalum (H.Lev.) Nakai]도 삼지구엽과 유사하다. 잎은 달걀모양, 거꿀달걀모양 또는 넓은 거꿀달걀모양이고, 밑부분이 둥글거나 얕은 심장저이며, 끝에 3개의 둔한 톱니가 있고 뒷면이 분백색이다. 꽃은 7~8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피며, 원뿔모양꽃차례가 때로 밑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져서 커진다. 자주꿩의다리(Thalictrum uchiyamae Nakai)도 삼지구엽과 비슷하다. 잎은 심장상 달걀모양 또는 심장상 원형이지만 달걀모양 또는 원형인 것도 있다. 가장자리에는 큰 톱니가 있거나 3개로 갈라진다. 꽃은 6~7월에 흰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핀다. 엉성한 원뿔모양꽃차례에 달린다. 이들 식물들을 채취해서 삼지구엽초로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꿩의다리류와 삼지구엽초를 혼동해서는 안되겠다. 

 

2021. 7. 2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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