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조팝나무

林 山 2021. 7. 17. 19:15

2021년 4월 중순경 월악산 만수골을 찾았다. 만수골 초입에 들어서자 새하얀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예전에는 시골 들판의 밭둑과 논둑에서도 조팝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요즘도 어린 시절 동무들과 함께 꽃이 핀 조팝나무를 꺾어서 가지고 놀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조팝나무는 꽃이 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조팝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조팝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조팝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스파이리어 프루니폴리아 에프. 심플리시플로라 나카이(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 Nakai)이다. 'Spiraea'는 그리스어로 '나선' 또는 '화환'의 뜻이다. 길게 늘어지는 조팝나무 가지를 휘어서 동그랗게 이으면 그대로 화환이 되기도 한다. 꽃말은 '헛수고', '하찮은 일', '노련하다'이다.

 

조팝나무의 영어명은 브라이들 리스 스파이리어(Bridal Wreath Spirea) 또는 브라이들 리스(Bridal Wreath)이다. 일어명은 유키야나기(ゆきやなぎ, 雪柳) 또는 고고메바나(こごめばな, 小米花·粉米花)이다. 낭만적인 이름이다. 일본인들은 조팝나무 꽃이 핀 모습을 눈이 내린 버드나무 가지로 보았던 모양이다. 조팝나무를 조밥나무, 계뇨초(鷄尿草), 압뇨초(鴨尿草), 목상산(木常山), 단화이엽수선국(單花李葉繡線菊)이라고도 한다.

 

중국명은 쉬에류(雪柳) 또는 샤오예화(笑靥花), 따오슈(稻树), 궈지에류(过街柳), 쩬주화(珍珠花), 펀쉬에화(喷雪花)이다. 헤이롱쟝조선민족출판사의 '한중사전'에는 딴화리예슈셴쥐(单花李叶绣线菊), 슈셴쥐(绣线菊)로 나와 있다. 중국인들도 조팝나무를 일본인들과 같은 눈으로 바라본 것 같다. 중국에서는 꼬리조팝나무를 슈셴쥐(繡線菊), 조팝나무의 기본종을 리예슈셴쥐(李葉繡線菊)라 부른다. 슈셴쥐는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옛날 효성이 지극한 슈셴(繡線)이라는 여성이 전쟁터에 나가 죽은 아버지의 무덤 옆에서 조팝나무를 가지고 왔다. 이후 그 효녀의 이름을 따서 조팝나무를 슈셴쥐(繡線菊)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다. 

 

조팝나무속은 지구상에 약 80여종이 자생하는데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아시아에는 한국과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함경남북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 자생한다. 주로 논둑, 밭가, 숲가, 산기슭, 산록의 양지, 돌밭 등에서 잘 자란다.

 

조팝나무 꽃(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조팝나무의 키는 1.5~2m 정도이다. 줄기는 밤색이며 능선이 있고 윤채가 난다. 밑에서 많은 줄기가 나와 큰 포기를 형성하며 곧게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달걀형 또는 긴 타원형에 첨두예저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발달했으며, 양면에 털이 없다. 

 

은 4월 말~5월 말에 핀다. 우산모양꽃차례로 윗부분의 짧은 가지에서 4~6개의 꽃이 달린다. 작은 꽃대 길이는 1.5cm로 털이 없다. 꽃받침조각은 5개로 첨두이고 안쪽에 면모가 있다. 꽃잎은 흰색으로 5개이고, 거꿀달걀형 또는 타원형이다. 암술대는 수술보다 짧다. 열매는 골돌로서 털이 없다. 종자는 8월 말~10월 초에 성숙한다.

 

조팝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조팝나무는 군집생활을 좋아하고 개화기간이 10~15일간이나 되므로 생울타리를 만들어도 좋고, 차폐용이나 첨경수로 심어도 좋다. 조경수나 절화용으로도 이용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조팝나무, 당조팝나무, 가는잎조팝나무의 뿌리는 소엽화근(笑靨花根)이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가을에서 이듬해 봄 사이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해열(解熱), 수렴(收斂)의 효능이 있어 인후종통(咽喉腫痛), 학질, 감모발열(感冒發熱), 신경통, 설사, 대하(帶下)를 치료한다. 인후종통에는 소엽화근 30g에 반변련(半邊蓮), 금은화(金銀花) 각 15~18g을 달여서 사당(砂糖)을 적당량 가미하여 아침, 저녁 식전에 복용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소엽화근을 거의 안 쓴다.

 

'우리 나무의 세계 1'에는 <동의보감>을 인용하여 '조팝나무 뿌리를 상산(常山), 혹은 촉칠(蜀漆)이라 하여 “여러 가지 학질을 낫게 하고 가래침을 잘 밭게 하며 열이 오르내리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고 나와 있다.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본초학에서 상산(常山)의 학명은 오릭사 저파니카 툰베리(Orixa japonica Thunb)이다. 상산의 싹을 촉칠(蜀漆)이라고 한다. 

 

조팝나무(성남 불곡산, 2013. 5. 10)

조팝나무의 유사종에는 인가목조팝나무, 털인가목조팝나무, 산조팝나무, 긴잎산조팝나무, 아구장나무, 설악아구장나무, 만첩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 초평조팝나무, 긴잎조팝나무, 털긴잎조팝나무, 꼬리조팝나무, 떡조팝나무, 둥근잎조팝나무, 참조팝나무, 갈기조팝나무, 덤불조팝나무, 가는잎조팝나무, 당조팝나무, 공조팝나무 등이 있다. 

 

인가목조팝나무(Spiraea chamaedryfolia L.)는 함경남북도~강원도, 경상북도, 울릉도, 북부 백두대간에 분포한다. 양성꽃이고 흰색이다. 털인가목조팝나무(Spiraea chamaedryfolia var. pilosa Hara)는 경남 가야산에 자란다. 일년생 가지, 엽병에 잔털이 있다. 잎의 표면 특히 맥 위와 꽃차례에 잔털이 있다. 열매의 복면에도 털이 많다. 산조팝나무(Spiraea blumei G.Don)는 황해도, 강원도 이남에 주로 분포한다. 울릉도에도 있다. 흰색 꽃이 산형상 편평꽃차례로 핀다. 꽃잎은 둥글고, 길이보다 너비가 넓다. 긴잎산조팝나무(Spiraea pseudocrenata Nakai)는 한국의 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잎이 긴 타원형이다. 산조팝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길고 열매의 복면에 잔털이 산생하는 것이 다르다. 아구장나무(Spiraea pubescens Turcz.)는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경상북도까지 분포한다. 흰색 양성꽃이 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린다. 설악아구장나무(Spiraea pubescens var. lasiocarpa Nakai)는 열매의 뒷면에 오랫동안 긴 털이 남아 있고 과서(果序)에 털이 없다. 만첩조팝나무(Spiraea prunifolia Siebold & Zucc.)는 겹꽃이 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린다. 일본조팝나무(Spiraea japonica L.f.)는 일본이 원산지다. 연한 분홍색 꽃이 가지끝의 편평꽃차례에 모여 달린다.

 

떡조팝나무 꽃 (단양 옥순봉, 2006. 6. 4)

초평조팝나무(Spiraea pubescens f. leiocarps (Nakai) Kitag.)는 중부 이북의 표고 100~1,500m 사이에서 자생한다. 잎에 털이 적고 씨방에 털이 없다. 긴잎조팝나무(Spiraea media Schmidt)는 백두산 지역에서 자란다. 잎이 긴 타원형이다. 흰색 꽃이 산형상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털긴잎조팝나무[Spiraea media var. sericea (Turcz.) Regel ex Maxim.]는 잎에 털이 밀생한다. 꼬리조팝나무(Spiraea salicifolia L.)는 함경북도~강원도 남부, 경기도, 황해도 일부에 분포한다. 줄기 끝에서 핑크빛 꼬리 모양의 큰 원뿔모양꽃차례가 발달한다. 꽃대와 작은꽃대에 털이 많다. 꽃잎이 분홍색이다. 떡조팝나무(Spiraea chartacea Nakai)는 충북 단양군, 전남 고흥군, 신안군, 경북 울릉군, 경남 합천군, 제주도에 분포한다. 당조팝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두껍고 윤채가 있으며, 뒷면에 털이 밀생하는 것이 다르다. 둥근잎조팝나무(Spiraea betulifolia Pall.)는 잎이 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이다. 참조팝나무(Spiraea fritschiana C.K.Schneid.)는 평안남북도~강원도에 분포하지만 백두대간을 따라 지리산까지 분포한다. 함경남북도에는 자생지가 없다. 흰색 꽃이 겹편평꽃차례로 피는데 중앙부는 연한 홍색이다.

 

일본조팝나무(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2021. 6. 15)

갈기조팝나무(Spiraea trichocarpa Nakai)는 평안남북도, 백두대간을 따라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에 분포한다. 꽃가지가 마치 말의 갈기처럼 생겼다. 흰색 꽃이 복산방꽃차례로 달린다. 뭉게구름처럼 눈부시게 피어나는 흰꽃은 설화를 연상케 한다. 꽃봉오리가 진주처럼 아름다워 일명 진주화(眞珠花)라고도 한다. 덤불조팝나무(Spiraea miyabei Koidz.)는 강원도 이북의 해발 200~2,200m에서 자란다. 약간 덩굴성이다. 흰색 꽃이 복산방꽃차례로 달린다. 인가목조팝나무와 비슷하지만 복산방꽃차례인 것이 다르다. 가는잎조팝나무(Spiraea thunbergii Siebold ex Blume)는 전국의 표고 100~1,000m에 이르는 산야에 자생한다. 흰색 꽃이 산형으로 달리지만 전체적으로 이삭꽃차례 같다. 꽃이 피었을 때 가지 전체가 꽃방망이처럼 보인다. 당조팝나무(Spiraea chinensis Maxim.)는 경북, 강원, 황해, 함북에 분포한다. 냇가나 강가 따위의 돌이 많은 곳에서 자란다. 일년생 가지는 갈색으로 짧은 털이 밀생한다. 공조팝나무(Spiraea cantoniensis Lour.)는 잎 양면에 털이 없고 뒷면은 흰빛이 돈다. 꽃차례가 가지에 산방상으로 나열되어 마치 작은 공을 쪼개어 나열한것 같아 공조팝나무라고 한다.

 

2021. 7. 17.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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