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병꽃나무 '전설'

林 山 2021. 7. 16. 12:13

4월 중순경부터 산에 들어가면 어디서나 병꽃나무 꽃을 흔히 만나게 된다. 병꽃나무는 아래를 향한 통꽃이 마치 백자나 청자 호리병을 세워놓은 듯한 모습이다. 꽃이 피기 직전의 모습은 영락없는 병모양이다. 열매도 길쭉한 호리병을 닮았다. 그래서 병꽃나무란 이름을 얻었다.    

 

병꽃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4. 17)

병꽃나무는 산토끼꽃목 인동과 병꽃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와이겔라 셉세실리스 (나카이) 리버티 하이드 베일리[Weigela subsessilis (Nakai) L.H.Bailey.]이다.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은 지리산 등 여러 지역에서 채집한 병꽃나무를 등가기준표본(syntype)을 근거로 신종으로 발표했다. 후에 미국 원예학자 리버티 하이드 베일리(Liberty Hyde Bailey)는 병꽃나무를 병꽃나무속으로 재조합했다. 꽃말은 '전설'이다.

 

병꽃나무의 영어명은 와이겔라(Weigela) 또는 코리언 와이겔라(Korean weigela)이다. 일어명은 고우라이야부우츠기(コウライヤブウツギ, 高麗藪空木) 또는 고우치이세부우츠기(こうちいせぶうつぎ)이다. 중국명은 진다이화(锦带花)이다. 조선 후기의 '물명고(物名考)'에도 금대화(金帶花)라고 나와 있다. 비단을 두른 것처럼 아름다운 꽃이란 뜻이다. 병꽃나무를 팟꽃나무, 조선금대화(朝鮮金帶花), 고려양로(高麗楊櫨)라고도 한다. 

 

병꽃나무(남양주 예봉산, 2015. 4. 19)
병꽃나무(남양주 축령산, 2022. 4. 24)

병꽃나무는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황해도, 강원도 동부지역 이남에 주로 분포한다, 하지만 평안북도와 함경북도에서도 자생지가 보고되었다. 산지의 고도가 낮은 곳에서부터 비교적 높은 곳까지 햇빛이 약간 드는 계곡과 산록에 작게 무리 짓거나 흩어져 매우 흔하게 자란다. 진달래, 철쭉과 함께 혼생하거나 때로는 단일군집을 이룬다. 자생지 보호를 해야 할 정도로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은 아니다. 하지만 국외로 반출할 때는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종이다.

 

병꽃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5. 1)

병꽃나무는 밑에서부터 많은 줄기가 나와 큰 포기를 이룬다. 키는 2~3m 정도이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다. 작은 가지는 녹색이고, 껍질눈이 뚜렷하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거꿀달걀형 또는 넓은 달걀형에 첨두 예형 또는 원저이다. 잎 양면에는 털이 있고, 뒷면 맥 위에는 퍼진 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고, 잎자루는 거의 없다.

 

꽃은 암수한몸 양성화다. 꽃이 피는 시기는 4월 중순~5월 초다. 꽃은 1~2개씩 잎겨드랑이에 달리고, 꽃받침조각은 밑부분까지 가늘게 째져 갈라진다. 꽃이 처음 필 때에는 황록색이 돌지만 점차 적색으로 변한다. 꽃잎 앞면과 뒷면의 색깔이 다른 경우가 많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약간씩 다르므로 한 나무에 두 가지 색깔의 꽃을 같이 볼 수 있다. 열매는 삭과로 잔털이 있고, 종자에는 3개의 좁은 날개가 있다. 종자는 9월 중순~10월 중순에 성숙한다. 

 

병꽃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5. 1)

병꽃나무는 도로 절개지나 제방 복토 지역 등에 사방용으로 권장할 만하다. 도시 조경 등의 관상용으로도 이용한다. 옛날에는 화력이 좋아 땔감으로 많이 사용했다. 

 

병꽃나무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말려서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된장국 같은 국물 요리에 넣어 먹을 수도 있다.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다음백과'에는 병꽃나무의 효능에 대해 '이뇨작용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다. 잎과 열매 등도 약재로 쓰는데, 잎은 출산 후 통증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뼈 건강에 좋은 성분이 들어있어 골절 등에도 효과가 있다. 알레르기성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등에도 좋다. 열매는 신장염에 도움이 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병꽃나무가 수록되어 있지 않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병꽃나무를 거의 안 쓴다. 민간에서도 병꽃나무를 약용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병꽃나무(용인 불곡산, 2013. 5. 6)

병꽃나무의 유사종에는 붉은병꽃나무, 흰병꽃나무, 흰털병꽃나무, 색병꽃나무, 삼색병꽃나무, 골병꽃나무, 흰골병꽃나무, 통영병꽃나무 등이 있다. 붉은병꽃나무의 학명은 Weigela florida (Bunge) A.DC.이다. 마주 붙은 잎은 긴 타원형이고, 겨드랑이에서 붉은색의 통꽃이 아래를 향해 핀다. 꽃잎 끝은 5장으로 갈라진다. 흰병꽃나무의 학명은 Weigela florida f. candida (Voss) Rehder이다. 마주 돋아난 잎 사이에서 흰색 꽃이 아래를 향해 핀다. 관상가치가 뛰어나다. 흰털병꽃나무의 학명은 Weigela subsessilis var. mollis Uyeki이다. 일년생 가지에는 퍼진 털이 있다. 꽃이 핀 가지의 잎은 타원형에 첨두, 예저이다. 잎 양면에 길고 약한 털이 있으며, 화경에도 퍼진 털이 있다. 

 

색병꽃나무의 학명은 Weigela florida f. alba (Carriere) Rehder이다. 처음에는 꽃이 흰색이고 판통이 적색이었다가 점차 전체가 적색으로 된다. 삼색병꽃나무의 학명은 Weigela florida f. subtricolor Nakai이다. 꽃부리는 백록색이고, 판통 겉은 붉은색이 돌며, 안쪽 입술모양 꽃부리는 노란색이 감돈다. 골병꽃나무의 학명은 Weigela hortensis (Siebold & Zucc.) K.Koch이다. 잎 뒷면 맥 위에 백색 융털이 밀생한다. 꽃부리는 홍색이고, 암술대가 밖으로 나온다. 흰골병꽃나무의 학명은 Weigela hortensis f. nivea Bonard이다. 중부 이남, 관악산에 분포한다. 흰색 꽃이 피는 골병꽃나무다. 통영병꽃나무의 학명은 Weigela toensis Nakai이다. 경남 통영시 미륵산에서 자란다. 붉은색 꽃이 핀다. 잎 표면은 털이 있어 거칠며, 뒷면은 주로 맥 위에 딱딱한 털이 있다.

 

2021. 7. 16. 林 山. 2022.5.17.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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