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들의 대중교통 이용이 너무 불편하다면서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장애인이동권리보장 출퇴근 전철 탑승 투쟁에 들어갔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장애인특수교육법‘ 개정 등 4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장연은 또 '지하철 계단에 설치되어 있는 리프트들이 철거되고 있다. 지하철내 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이거나 고장이면 다른 이동 방법이 없다. 장애인이 이용하기 쉬운 저상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용 콜택시 운행이 저조하다.'는 등 불편한 사항들을 지적하면서 획재정부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를 예산에 의무 편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권리 보장과 이동권 보장 요구는 지극히 정당한 것이다. 정부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왜 필요한가? 정부는 장애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국민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불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숙한 시민이라면 불평에 앞서 전장연이 왜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아야 한다. 지하철 시위라도 하지 않으면 정부 부처가 정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 유럽인들은 노동자들이나 장애인들이 시위를 하거나 파업을 벌이면 거의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인들 왜 불편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유럽인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불평하지 않는 것이다. 전장연을 비판하기에 앞서 이들을 시위 현장으로 내몬 정부를 먼저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전장연을 '반문명적 시위, 비효율적 방법'이라는 등 연일 비판하고 나섰다. 제1 야당의 대표로서 이준석의 비판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이준석이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췄다면 전장연이 아니라 정애인 정책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부를 먼저 비판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석은 남녀갈등, 세대갈등에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퇴행적인 행동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제1 야당의 대표로서 함량 미달도 한참 미달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이준석 대표의 분열과 갈등조장 정치를 비판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준석의 전장연 폄훼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각종 갈등을 야기시키는 정치인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성명서 전문이다. <林 山>
이준석 대표의 분열과 갈등조장 정치를 비판한다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정부 출범을 준비하면서 많은 파열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이 공약으로 제시돼 예견됐던 사안들도 있지만, 청와대의 용산 이전과 같이 선거 이후 불쑥 제기된 정책 이슈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의 폄하 발언으로 촉발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투쟁연대(이하 전장연)’의 장애인이동권리보장 출퇴근 전철 탑승 투쟁이다.
출퇴근 시간에 맞춰 휠체어를 타고 전철 승강장에 집결하여 전철의 출발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전장연의 투쟁으로 출퇴근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극적인 용어와 표현방식을 사용하며 비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전장연의 권리투쟁 방식이 ‘다수의 국민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반문명적인 행태’라고 공격하고 있다. 선거기간 중에는 남녀갈등을 일으키더니 이런 언행을 반복하는 것이 사회갈등을 해소해야 할 공당의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정당한 행위인지 의문이다. 자칫 파시즘적 정치행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 힘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의 적절성 여부와 전장연의 요구내용의 처리에 대해 어떤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개인 자격으로 투쟁 현장에 나가 전장연 간부들에게 이준석 대표를 대신해 사과했다. 또한 장애인 딸을 둔 나경원 전 의원이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장애인의 생존권 투쟁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사회복지분과 임이자 간사는 전장연 간부들과 간담회를 했지만 전장연의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하고 돌아가 전장연의 공분을 샀다.
전장연의 요구사항을 요약하면 장애인 권리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장애인특수교육법‘ 개정 등 4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것과 장애인 이동권리 강화를 위해 광역·시외 저상버스 운용, 광역·시외 장애인콜택시 운용, 전철의 장애인 승강기 추가시설 지원 등에 필요한 예산 반영을 약속해달라는 것이다. 이 중 4대 법안들은 조율이 필요한 내용들이다. 꼭 필요한 법안들이지만 현행 법령들과의 충돌 또는 중복 회피 등을 위해 충분한 검토를 통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 이동권리 보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면 교육을 받기 어렵고 교육을 받지 못하면 일자리를 구하거나 문화적 삶은 고사하고 생존도 쉽지 않기에 장애인 이동권리 보장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기본권 보장사항이다.
장애인 이동권리 보장 투쟁은 2001년 오이도역, 2002년 발산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전철 바닥까지 내려가 투쟁한 장애인들 덕분에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장애인 승강기 설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21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일부 전철역에는 장애인 승강기가 없는 실정이다. 나아가 장애인이나 노약자 탑승을 용이하게 하는 시내 저상버스의 확대와 광역·시외 저상버스 도입, 장애인 시외콜택시 운영 등은 장애인들 이동권리 확보를 위해 오랫동안 요구해온 숙원 사업들이다.
21년 12월 6일에 시작되어 거의 4개월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전장연 출퇴근 전철 투쟁은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비판 발언을 계기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역설적으로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리 투쟁은 이준석 대표로 인해 정치권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이준석 대표는 본인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장애인 이동권리 이슈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사안이 갖고 있는 본질적 위험성을 정치권이 깊이 있게 성찰하고 이를 타개할 대책을 찾아야 한다.
첫째,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정치부재‘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정치는 정당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는 수단이지만, 정치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강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대변할 수 있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스스로를 대변할 힘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생존에 관한 절실한 문제를 효율성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적 역할을 방기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반문명적 시위니, 비효율적 방법이니 하며 전장연의 투쟁을 폄훼한 이준석 대표의 태도와 발언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는 자신의 언행이 공당의 대표로서 적절한 것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으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한 것이라면 더욱 비판받아야 한다.
둘째, 투쟁의 불법성과 시민불편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그 원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장연의 전철 출퇴근 투쟁은 2001년, 2002년 연이은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에서 촉발된 절실한 생존권 투쟁이다. 21년간의 지난한 권리투쟁으로 지금 수준의 장애인이동권리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약6%)의 전철역에는 승강장이 없다. 또한 지금도 장애인이 광역·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의 요구가 이렇게 장기간 지연되거나 방치되어도 좋을 사안인가? 정치인들 포함해 우리 자신이나 가족들이 장애인이라도 이런 상황을 당연시 했을 것인가? 설령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투쟁이 과격하더라도 정치인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고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진보나 보수 정부에 관계없이 전장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마저 옮기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가 우리를 100미터 밖으로 쫓아내어 효자동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전장연 간부의 하소연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셋째, 장애인들이 겪는 심각한 불편 해소를 위해 비장애인들은 일시적인 불편을 감수할 포용력이 필요하다. 더 어려운 이웃과 집단을 위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포용이다. 장애인들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사회적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상이 전쟁이다. 서구 복지 선진국의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아직 그들의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들조차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배려는 장애인만이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 등 교통 약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일상 전쟁을 하고 있는 그들이 과격한 목소리를 낸다거나 그들의 집단행동이 비장애인들의 일상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그들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공격해서는 안 된다. 사고의 위험이 도처에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성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기에 장애인 투쟁이 4개월이나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의 정치를 하기보다는 남녀갈등, 세대갈등에 더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등까지 부추기는 혐오와 갈등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그런 정치인은 하루 빨리 우리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전장연의 요구에 정치권이 발 빠르고 진정성 있게 나서기를 촉구한다. 나아가 이번 사태가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와 정치가를 퇴출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22년 3월 31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관련내용 : http://www.welfarestate21.net/home/data4.php?mode=read&mod_gno=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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