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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주민중항쟁 74주년 국가추념일을 맞아] 아! 이덕구 - 김광철(글지)

林 山 2022. 4. 4. 15:56

2022년 4월 3일은 4.3 제주민중항쟁 74주년 국가추념일이었다. 4.3 제주민중항쟁은 이덕구(李德九, 1920년~1949년 6월 7일)라는 인물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이덕구는 그는 누구인가? 그는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서 부유한 지방 유지인 부친 이근훈과 모친 김삼봉 사이에서 3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의 리쓰메이칸 대학(立命館大學) 경제학부 재학 중이던 이덕구는 1943년 학병으로 제국주의 일본의 관동군에 징집됐다. 1945년 귀향한 그는 신촌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가 한라산에 들어가 제주도 인민유격대 3·1지대장을 맡아 제주읍과 조천읍, 구좌읍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김달삼이 1948년 8월 21일 황해도 해주에서 열린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에 참석하러 간 뒤 이덕구는 남로당 제주도위원회 군사부장과 제주도 인민유격대 사령관 직책을 이어받았다. 1949년 6월 이덕구는 경찰과 교전하다 사망하였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는 당시 이덕구 유격대가 주둔했던 북받친밭(이덕구산전)이 있고, 제주시 회천동에는 이덕구 기림비가 세워져 있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김광철 글지(작가)는 4.3 제주민중항쟁 74주년 국가추념일을 맞아 '아! 이덕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 이덕구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다음은 김광철 작가의 글 '아! 이덕구' 전문이다. <林 山>
 
 
1949년 6월 8일 제주읍 관덕정 광장 앞 제주경찰서 정문 입구 서쪽에 전시된 이덕구 시신

아! 이덕구 - 김광철

 
제주 4.3을 보며 동학혁명(東學革命)을 생각한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외치며 장렬히 쓰러져간 우금치 동학군들을 생각한다. '동학난'에서 '운동', '혁명'으로 인정해온 역사를.....
 
이덕구를 보며 동시대를 살았던 남미의 체게바라를 생각한다. 의사이자 시인이며, 음악을 즐겼다는 인텔리가 쿠바혁명을 성공시키고 정치지도자가 되었지만 이를 물리치고 다시 남미의 밀림으로 들어가 남미 해방을 위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해간 혁명가를.....
 
해방된 나라에서 꿈꿨던 자주 독립의 통일된 나라는 미제(美帝)의 신식민 패권 야망에 의하여 제주 민중들은 처참히 짓밟힌다. 군인, 경찰, 서북청년단, 우익세력들을 내세워 무차별 검거, 투옥, 살륙, 방회, 약탈..... 여전한 미군정의 식량공출에 기근, 역병까지 돌아 살기 힘든 민중들은 싸울 수밖에 없었다. 고립된 섬이라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을지라도 앉아 죽을 수는 없으니 항거해야 했다. 한라산으로 들어가서라도.....
 
숨도 쉬기 힘들고 쉬쉬하며 말도 할 수 없었던 반백년 세월이 지나서 독재 정권이 물러서고 나서야 사람들은 제주 4.3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한국판 킬링필드를..... 하지만 반쪽이다. 희생과 피해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추념하는 정도까지..... 무장투쟁을 이끌며 저항했던 사람들의 평가가 빠졌다. 그들이 비록 좌익일지라도.....
 
미소 제국주의자들에 의하여 분단된 나라에서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역사는 반토막을 내어 서로의 역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제주 4.3을 이끌었던 이덕구의 주검은 불태워져 무덤도 없이 구천을 떠돌다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붙이에 의해 회천동 비탈 작은 돌조각 위에 '처사 이공덕구(處士李公德九)'로 누워 있다. 아들, 딸, 부인, 부모, 형제, 조상들도 '수재(秀才)', '처사'로 돌조각 위에 같이 누워 있다
 
회천동 하늘을 배회하는 까마귀만 까악까악 울어대고 언덕받이 진달래는 사월이 오면 붉게 피를 토한다. 동백꽃잎이 뚝뚝 떨어지던 날 주변을 서성이던 산노루들은 이런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만 보면 놀란 가슴 쓸어안고 억새 숲을 냅다 내달린다.
 
사육신(死六臣)이 역적에서 충신으로 돌아오는데 삼백 년이 걸렸지만 정당한 평가가 내려지듯이 4.3이 폭압에 맞선 항쟁에서 '혁명'으로 정명이 되는 날도 오겠지. 이덕구의 비문도 '혁명가 이덕구'로 돌아오겠지. 남과 북이 통일이 되는 그날에는 물론 비록 그날이 오기 전일지라도 어서.....
 
글쓴이 김광철(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