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초순 남양주 천마산에 올랐다가 때마침 녹황색 꽃을 피워올리고 있는 개감수를 만났다. 개감수의 꽃은 특이하게도 이파리와 비슷한 색을 가진 꽃이 핀다. 자연에서 이파리와 비슷한 색의 꽃이 피는 식물은 아주 드물다. 꽃이 이파리와 잘 구분되지 않으면 꽃가루받이(受粉)에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개감수의 꽃은 화려한 색상을 띠지 않은 대신 그 모양이 별처럼 예쁘다. 나비나 벌들도 개감수의 별처럼 특이한 꽃에 이끌려 날아올 가능성이 많다. 개감수는 꿀샘덩이(腺體)가 초승달처럼 생긴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개감수의 이파리나 줄기를 자르면 하얀 유액이 나온다. 유액에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개감수는 쥐손이풀목 대극과 대극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이 개의 다리처럼 생겨서 개감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학명은 유포르비아 시볼디아나 모렌 & 드케슨(Euphorbia sieboldiana Morren & Decne.)이다. 영어명은 지볼츠 스퍼지(Siebold's spurge)이다. 일어명은 나츠토우다이(ナツトウダイ, なつとうだい, 夏灯台)이다. 중국명은 창쟈오따지(长角大戟) 또는 꺼우셴따지(钩腺大戟)이다. 개감수를 감수, 능수버들, 산감수, 산개감수, 산참대극, 좀개감수, 참대극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애교'이다.
개감수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러시아 쿠릴 열도와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해서 전남과 전북, 경남, 경북, 경기, 황해, 함북 등지에 야생한다.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
개감수의 뿌리는 수염뿌리로 옆으로 뻗는다. 줄기는 높이 20~40cm이며 털이 없고 녹색이지만 홍자색이 돌며 자르면 유액이 나온다. 유액은 독성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없고, 좁고 긴 타원형 또는 거꿀피침모양에 둔두이고 밑이 좁다. 잎 길이는 3~6cm, 폭 0.7~2cm로서 주맥이 뒷면으로 나오고 톱니가 없다. 잎 표면은 녹색이지만 뒤쪽은 홍자색을 띠고 있다. 포는 삼각상 달걀모양 또는 난상의 넓은타원모양이다. 원줄기 끝에서는 5개의 피침형 잎이 돌려나기하며 그 윗부분에서 5개의 가지가 갈라진다.
꽃은 4~7월에 녹황색으로 핀다. 총포조각은 녹색이며 삼각상 달걀모양 또는 삼각형이고, 길이 1~4cm, 폭 0.8~2.5cm로서 둔두 또는 예두이다. 소화서는 1개의 꽃처럼 보인다. 소총포(小總苞)는 동합하여 짧은 가지처럼 되고 길이 3mm로서 갈자색이다. 소총포 속에는 1개의 암술로 된 1개의 암꽃과 1개의 수술로 된 몇 개의 수꽃이 있다. 꿀샘덩이는 초생달 같고 홍자색이다. 암술대는 길고 끝이 2개로 갈라진다. 소총포는 도원추상 종형(鐘形)이고 열편은 달걀모양이다.
열매는 9월경에 달린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구형(球形)이고 광택이 나며 지름 3mm이다. 3각편 개열하여 난원형의 평활한 종자를 방출한다. 종자는 길이 2~3mm정도로서 밋밋하다.
개감수의 뿌리를 본초명 감수(甘遂)라고 한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감수는 사하약(瀉下藥) 가운데 준하축수약(峻下逐水藥)으로 분류되어 있다. 사수축음(瀉水逐飮), 소종산결(消腫散結)의 효능이 있어 수종창만(水腫脹滿), 흉복적수(胸腹積水), 담음적취(痰飮積聚), 기역해수(氣逆咳嗽), 이변불리(二便不利), 습열종독(濕熱腫毒), 현벽(懸癖), 징가(癥瘕) 등을 치료한다. 현벽은 벽기(癖氣)가 옆구리 부위에서 활줄처럼 길쭉하게 불거지고 기침이 나 가래를 뱉을 때 옆구리 아래가 매어달린 것처럼 땅기면서 아픈 증상을 말한다. 감수는 유독성 한약재이므로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그리 자주 사용하는 한약재는 아니다.
감수와 감초(甘草)는 서로 배합을 금하고 있다. 한의학의 18반(十八反) 배합 금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감수와 감초 합제(合劑)를 사용한 연구에서는 심장, 간장, 신장 등에 대한 독성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감수와 감초 합제는 실험용 쥐의 S180 암종과 간암 HAC의 생장을 억제하고 종양조직의 괴사를 촉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감수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함을 시사한다.
감수(甘遂, Euphorbia kansui S.L.Liou ex S.B.Ho, 대한민국약전외한약 제4개정판 Euphorbia kansui Liou ex Wang)는 국립수목원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다만, 개감수의 비추천명으로 감수를 기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본초명 감수는 중국에서만 나는 식물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감수는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하품(下品)으로 처음 기재된 이후 역대 본초서에 많이 기록되었다. 2015년 판 '중국약전(中國藥典)'에 감수는 법정기원식물로 등재되어 있다. 주요 산지는 중국의 샨시성(陕西省), 허난성(河南省), 샨시성(山西省), 깐수성(甘肅省) 등이다.
개감수의 유사종에는 대극(Peking spurge, 大戟, タカトウダイ), 흰대극, 두메대극(Korean mountain spurege), 암대극(갯바위대극, Jolkin's spurge, 岩大戟), 등대풀(Madwoman's milk, トウダイクサ) 등이 있다. 대극(Euphorbia pekinensis Rupr.)은 8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선다. 잎자루는 없고, 잎은 어긋나며 타원형의 바소꼴로 끝이 뾰족하다. 꽃은 6월에 갈자색으로 핀다. 흰대극(Euphorbia esula L.)은 남부 도서지방의 해안가에 분포한다. 전체에 털이 없다. 잎은 거꿀피침모양 또는 주걱모양이다. 꽃은 6~7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은 1개월 이상 핀다. 두메대극(Euphorbia fauriei H.Lev. & Vaniot H.Lev.)은 제주도 한라산의 산지, 부산시 기장군에 자란다. 줄기에 꼬부라진 잔털이 분포한다. 잎은 난상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이다. 꽃은 황록색이다. 암대극(Euphorbia jolkinii Boiss.)은 한반도 남해안의 암석지대에 분포한다. 전체에 털이 없다. 잎은 피침형 또는 선상 피침형이다. 꽃은 황록색이다. 등대풀(Euphorbia helioscopia L.)은 경기도 이남에 분포한다. 잎자루는 없다. 잎은 주걱 모양의 거꿀달걀모양 또는 끝이 둥근 모양이거나 오목하게 들어간다. 꽃차례에 많은 등잔모양 꽃차례가 달리고 소총포는 황록색이다.
2022. 4. 16.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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