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서울족도리풀 '모녀의 정'

林 山 2022. 4. 19. 12:28

2022년 4월 초순 남양주 천마산에 팔현계곡에 올랐다가 서울족도리풀을 만났다. 때마침 자주색 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서울족도리풀은 잎자루와 잎에 잔털이 덮여 있어 털족도리풀이라고도 한다. 또, 꽃받침의 갈래조각이 뒤로 젖혀지지만 통에 붙지는 않는 것도 서울족도리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족도리풀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아직 등재되지 않은 종이다. 작고 동그란 꽃 모양이 옛날 여자들이 결혼할 때 머리에 쓰던 족도리를 닮아서 족도리풀이라고 한다.

 

서울족도리풀(남양주 예봉산 세정사계곡, 2021. 4. 4)

서울족도리풀은 쥐방울덩굴목 쥐방울덩굴과 족도리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사룸 헤테로트로포이데스 바. 서울렌시스(Asarum heterotropoides var. seoulense) 또는 아사룸 헤테로트로포이데스 바. 서울렌스 (나카이) 기타가와[Asarum heterotropoides var. seoulense (Nakai) Kitag.]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서울족도리풀을  변종이 아닌 품종으로 보기도 하며, 잎자루에 털이 없는 만주족도리풀과 한데 묶어 털족도리풀로 다루기도 한다. 서울족도리풀의 원산지는 한반도이다. 서울시를 비롯해서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북도의 숲에 자란다.

 

서울족도리풀(남양주 천마산, 2022. 4. 9)

일본 자료에는 아사룸 헤테로트로포이데스 (프리드리히 슈미트) 마에카와 후미오 바. 서울렌스 (나카이) 마에카와 후미오[Asiasarum heterotropoides (F.Schmidt) F.Maek. var. seoulense (Nakai) F.Maek]를 우스게사이신(ウスゲサイシン, うすげさいしん, 薄毛細辛, 얇은털세신)이라고 한다. 우스게사이신(薄毛細辛)은 서울족도리풀의 특징과 들어맞는다. 우스게사이신의 유사종에는 Asarum mandshuricum (Maxim.) M.Y.Kim et S.K.So f. seoulense (Nakai) M.Y.Kim et S.K.So와 Asarum sieboldii Miq. f. seoulense (Nakai) C.Y.Cheng et C.S.Yang, Asarum heterotropoides F.Schmidt var. seoulense (Nakai) Kitag., Asarum sieboldii Miq. var. seoulense Nakai 등이 있다. 중국 자료에는 아사룸 지볼디입 서울렌스[Asarum sieboldiif. seoulense, Asarum sieboldii Miq. f. seoulense (Nakai) C.Y .Cheng et C.S .Yang]를 한청시신(汉城细辛, 서울족도리풀)이라고 한다. 족도리풀속의 꽃말은 '모녀의 정'이다.  

 

서울족도리풀(남양주 천마산, 2022. 4. 9)

서울족도리풀은 뿌리줄기가 있다. 뿌리줄기는 매운맛이 난다. 키는 10~25㎝이다. 잎은 뿌리줄기의 마디에서 대개 2개씩 나오고 심장형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자루와 잎 뒷면에 털이 많이 난다. 드물게 털이 적은 것도 있다. 유사종에 비해 크기가 큰 편이다.

 

꽃은 4~5월에 잎 사이에서 나온 짧은 꽃줄기 끝에 흑자색으로 핀다. 드물게 황록색으로 피는 것도 있다. 꽃의 지름은 유사종에 비해 큰 편이다. 꽃받침통은 끝이 3개로 갈라진다. 갈래조각은 끝이 둔하며 대개 뒤로 젖혀지는데, 각시족도리풀처럼 꽃받침통에 닿을 정도는 아니고, 사람의 귀처럼 뒤쪽으로 약간 휘어지는 정도다. 흔히 갈래조각의 안쪽에 흰색 또는 옅은 색깔의 무늬가 나타난다. 수술은 12개이고 2줄로 배열된다. 암술대는 6개이다. 열매는 수분이 많고, 속에 씨가 있는 장과(漿果)이다.

 

서울족도리풀(남양주 예봉산 세정사계곡, 2021. 4. 10)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족도리풀과 북세신[北細辛, Asarum heterotropides FR. var. mandshuricum (MAXIM.)], 한성세신(漢城細辛, Asarum sieboldii MIQ. var. seoulense NAKAI)의 뿌리를 본초명 세신(細辛)이라고 한다. 세신은 해표약(解表藥) 중 발산풍한약(發散風寒藥)으로 분류된다. 발산풍한(發散風寒), 통규지통(通竅止痛), 온폐화음(溫肺化飮)의 효능이 있어 풍한감모(風寒感冒), 두통(頭痛), 아통(牙痛), 비색(鼻塞, 코막힘), 비연(鼻淵, 비염), 풍습비통(風濕痺痛, 관절염), 담음해천(痰飮咳喘) 등을 치료한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세신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고[溫] 맛이 몹시 매우며[大辛](쓰고[苦] 맵다[辛]고도 한다) 독이 없다. 풍습으로 저리고 아픈 데 쓰며 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를 내린다. 후비(喉痺)와 코가 막힌 것[鼻]을 치료하며 담기를 세게[添] 한다. 두풍(頭風)을 없애고 눈을 밝게 하며 이가 아픈 것을 멎게 하고 담을 삭이며 땀이 나게 한다. ○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데 뿌리는 아주 가늘고 맛이 몹시 매우므로 이름을 세신이라고 한다. 음력 2월, 8월에 뿌리를 캐어 그늘에서 말린 다음 노두를 버리고 쓴다. ○ 단종[單]으로 가루내어 쓰되 2g을 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이 약을 많이 쓰면 숨이 답답하고 막혀서 통하지 않게 되어 죽을 수 있다. 비록 죽기는 하나 아무런 상처도 없다[본초]. ○ 소음경 약이다. 소음두통(한기가 몸속 깊이 서려 양기가 쇠약해지면서 오는 두통)에 잘 듣는데 따두릅을 사약[使]으로 하여 쓴다. 족도리풀은 향기나 맛이 다 약하면서 완만하므로 수소음경에 들어가며 두면풍(頭面風, 머리와 얼굴에서 땀이 많이 나고 바람을 싫어하는 증, 안면신경경련)으로 아픈 것을 치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약이다[탕액].'고 나와 있다. 

 

서울족도리풀(남양주 예봉산 세정사계곡, 2015. 4. 19)

서울족도리풀의 유사종에는 족도리풀(wild ginger), 각시족도리풀(Glabrate wildginger), 금오족도리풀(Spreading wildginger), 만주족도리풀(Manchurian wildginger), 무늬족도리풀(Coloured wildginger), 개족도리풀(Korean wild ginger), 털족도리풀, 자주족도리풀, 민족도리풀, 구족도리풀 등이 있다.  

 

족도리풀(Asarum sieboldii Miq.)의 잎 표면은 녹색이고 털이 없지만 뒷면은 잔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는 민밋하고, 엽병은 자줏빛이다. 꽃은 홍자색이고, 항아리모양이다. 윗부분은 3갈래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3각형이다. 각시족도리풀[Asarum glabrata (C.S.Yook & J.G.Kim) B.U.Oh]은 제주도, 전남 완도 등 남부 섬 해안에서 자란다. 만주족도리풀과 서울족도리풀에 비해 꽃이 작고, 꽃받침열편이 꽃받침통에 가깝게 많이 젖혀져 있다. 또한 잎 뒷면과 잎자루에 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금오족도리풀[Asarum patens (K.Yamaki) B.U.Oh]은 잎맥이 다른 족도리풀에 비해 뚜렷하다. 꽃받침통 입구에 흰 테가 없다. 만주족도리풀[Asarum heterotropoides var. mandshuricum (Maxim.) Kitag.]의 키는 4~10cm이다. 잎 전체에 털이 있지만 잎자루에는 털이 없으며, 꽃받침조각은 뒤로 살짝 말린다. 

 

무늬족도리풀[Asarum versicolor (K.Yamaki) Y.N.Lee]은 잎이 얇고, 희미한 무늬가 있다. 개족도리풀(Asarum maculatum Nakai)은 제주도와 남해안에 분포한다. 잎이 두껍고, 선명한 백색 무늬가 있다. 섬족도리풀, 섬세신이라고도 한다. 털족도리풀(Asarum heterotropoides)은 잎 전체와 잎자루에 털이 있고, 꽃받침통 입구에 흰 테가 있다. 자주족도리풀[Asarum koreanum (J.Kim & C.Yook) B.U.Oh & J.K.Kim]은 잎이 자주색이다. 민족도리풀(Asarum sieboldii var. seoulensis)은 잎이 나기 전에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 꽃이 핀다. 구족도리풀(Asarum europaeum)은 시베리아 서부에서부터 중부 유럽 등지까지 넓은 지역에서 자란다. 족두리풀과 형태는 비슷하나 꽃에 통처럼 생긴 부분이 없다.

 

2022. 4. 19. 林 山. 2022.5.19.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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