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흰털괭이눈 '골짜기의 황금'

林 山 2022. 4. 18. 16:29

2022년 4월 초순 남양주 천마산에서 흰털괭이눈을 만났다. 흰털괭이눈은 잎과 줄기에 흰털이 빽빽하게 나는 특징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눈속 식물은 그 종류가 제법 많아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괭이눈은 꽃이 핀 모습이 고양이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흰털괭이눈은 장미목 범의귀과 괭이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전에는 흰털괭이눈을 큰괭이눈, 흰괭이눈이라고도 했다. 지금은 흰털괭이눈으로 통합되었다. 꽃말은 '변하기 쉬운 마음', '골짜기의 황금'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과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흰털괭이눈의 학명은 크리소스플레늄 바르바툼 나카이(Chrysosplenium barbatum Nakai)이다. 국표에 등재된 이명에는 Chrysosplenium hallaisanense Nakai와 Chrysosplenium pilosum Maxim. var. barbatum (Nakai) M.Kim 등이 있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에는 Chrysosplenium pilosum Maxim. var. valdepilosum Ohwi의 유사종으로 Chrysosplenium barbatum Nakai가 등재되어 있다.

속명 '크리소스플레늄(Chrysosplenium)'은 '황금(gold), 황금색(gold colour)' 또는 '노란색(yellow)'의 뜻을 가진 영어 '크리소(Chryso)'와 '차꼬리고사리속, 파초일엽(spleenwort)'의 뜻을 가진 라틴어 '스플레늄(splenium)'이 합성된 근대 라틴어다. '크리소(Chryso)'는 '황금(gold)'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크루소스(khrusós)에서 유래했다. '스플레늄(splenium)'은 그리스어 '스플레니온(splēnion)'에서 유래했는데, '스플레니온(splēnion)'은 '비장(spleen)'의 뜻을 가진 '스플렌(splēn)에서 유래했다. '스플렌(splēn)은 '(물고기 수컷의) 이리, 어백(魚白, milt)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스플렌(splḗn)'을 차용한 라틴어다. 꽃받침과 꽃, 잎이 황금색을 띠는 특징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소명 '바르바툼(barbatum)'은 라틴어 '바르바투스(barbātus)'의 주격 중성 단수 형용사다. '바르바투스(barbātus)'는 '수염(beard)'의 뜻을 가진 '바르바(barba)'에 명사와 결합하여 소유를 나타내는 형용사형 어미(-ed) '-아투스(-ātus)'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수염이 있는, 털이 있는(bearded)'의 뜻이다. 잎과 줄기에 흰털이 빽빽하게 나는 특징을 표현한 이름이다.

'나카이(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조선반도)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인물이다.

국표와 국생정에 등재된 흰털괭이눈의 영어명은 화이트-헤어 골든 색서프리지(White-hair golden Saxifrage)이다. 직역하면 '흰털금괭이눈'이다. 일본명은 국표와 국생정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일본명은 시라게네코노메소우(シラゲネコノメソウ)다. '시라게(シラゲ)'는 '흰털', '네코노메소우(ネコノメソウ)'는 '괭이눈풀(猫の目草)'이다. 중국명은 러우마오진야오(柔毛金腰)이다.

흰털괭이눈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 중국이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와 전남 백양산, 경남 남해도와 지리산, 경기도 광릉과 천마산, 강원도 금강산, 함경남북도 등지에 분포한다. 주로 산지의 물가나 습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허베이(河北), 샨시(山西), 샨시(陕西), 깐쑤 남부(甘肃南部), 칭하이(青海)의 쉰화 멍따(循化孟达), 저쟝 톈타이샨(浙江 天台山), 후베이(湖北), 쓰촨 동부(四川东部)의 해발 1500~3500m 고지대의 숲 아래 응달지고 습한 곳이나 계곡의 바위틈에서 자란다.

 

흰털괭이눈(남양주 천마산, 2022. 4. 9)

흰털괭이눈의 키는 3~9cm 정도이다. 원줄기는 밑에서부터 갈라지고 하부에는 갈색 털, 상부에는 흰색의 퍼진 털이 밀생한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엽병이 있으며, 둥글거나 선형이고 밑부분이 넓은 예저 또는 다소 절저이더, 잎 가장자리에는 규칙적인 톱니가 있다. 잎 표면에는 엽병과 더불어 털이 있으며, 뒷면에는 털이 없다. 엽신은 길이 1~2.3cm, 폭 0.8~2cm이다.

꽃은 4~6월 줄기끝에 취산꽃차례로 달려 모여나기한다. 꽃받침조각은 4개이고 넓은 타원형으로서 끝이 둥글며 곧게 선다. 길이는 2.5mm, 폭은 2mm이며 황록색이다. 수술은 8개이고, 그 중 4개는 꽃받침 밑에 붙어 있다. 수술대는 꽃받침 길이의 1/2정도이다. 꽃밥은 황색이며 둥글다. 암술대는 매우 짧으며 2개이고 끝이 바깥쪽으로 젖혀있다. 씨방은 털이 없다. 심피는 길이 6mm, 지름 2.5mm로서 벌어진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길이 6mm 정도이고 2개로 갈라진다. 종자는 흑색이고 길이 0.5mm, 지름 0.3mm로서 양쪽에 10개의 돌기조선이 있다.

한강토에 자생하는 국표 등재 흰털괭이눈의 유사종에는 괭이눈(Gray's golden saxifrage), 애기괭이눈(Stolon golden saxifrage, ツルネコノメソウ), 바위괭이눈(Big-leaf golden saxifrage), 선괭이눈(Upright golden saxifrage, オオイワボタン), 천마괭이눈(Cheonma golden saxifrage, 금괭이눈), 산괭이눈(Mountain golden saxifrage, ヤマネコノメソウ), 가지괭이눈(Many-branch golden saxifrage, マルバネコノメソウ), 가지털괭이눈(Branched golden saxifrage), 털괭이눈(Hairy golden saxifrage, ケネコノメソウ), 누른괭이눈(Yellow golden saxifrage), 기는괭이눈(Creeping golden saxifrage), 녹빛괭이눈(Baical golden saxifrage), 사술괭이눈(Northern golden saxifrage, ヨツシベヤマネコノメ), 시베리아괭이눈(Siberian golden saxifrage, タイリクネコノメソウ), 연노랑괭이눈(Yellowish-bract golden saxifrage), 천지괭이눈(Baekdu golden saxifrage) 등이 있다.

괭이눈(Chrysosplenium grayanum Maxim.)은 줄기가 옆으로 뻗어가면서 지면에 닿는 부분에서 새로운 뿌리가 내리는 특징이 있다. 꽃은 4~5월에 연한 노란빛을 띤 녹색으로 가지의 끝 부분에 모여 달린다. 애기괭이눈(Chrysosplenium flagelliferum F.Schmidt)는 다른 괭이눈보다 줄기가 가늘게 자라는 특징이 있다. 줄기는 모여나기하고 긴 털이 다소 있다. 잎은 어긋나기한다. 바위괭이눈(Chrysosplenium macrostemon Maxim. ex Franch. & Sav.)은 중부 이북의 산골짝 냇가 습지에서 자란다. 줄기는 자줏빛이 돌며 꽃이 핀 다음 옆으로 뻗는 가지가 자란다. 전체에 털이 밀생한다. 꽃은 6~8월에 황록색으로 핀다. 선괭이눈(Chrysosplenium pseudofauriei H.Lev.)은 제주, 강원, 평남, 함남북,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 극동지방에 분포한다. 바위괭이눈과 비슷하지만 꽃대가 모여서 나오며 줄기잎이 보다 작은 것이 다르다. 천마괭이눈[Chrysosplenium valdepilosum (Ohwi) S.H.Kang & J.W.Han]의 꽃줄기는 곧게 서고, 자줏빛이 돈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산괭이눈[Chrysosplenium japonicum (Maxim.) Makino]은 경기도 수원 이북에서 자란다. 꽃은 4~5월 연한 녹색으로 핀다. 암술대는 2개가 서로 젖혀진다. 털괭이눈과 비슷하여 혼동되기도 한다. 꽃이 진 다음 지면 가까이에 작은 살눈(구슬눈)이 달린다. 가지괭이눈(Chrysosplenium ramosum Maxim.)의 꽃은 5~7월에 녹색이나 녹색 바탕에 자주색 또는 자갈색으로 핀다. 기는줄기는 옆으로 길게 자라면서 갈라지고 편원형의 잎이 달린다. 긴 털이 약간 있다. 가지털괭이눈(Chrysosplenium ramosissimum Y.I.Kim & Y.D.Kim)은 오대산 질뫼늪, 선자령 일대에 분포한다. 무성지(無性枝) 잎의 거치가 둔하고, 잎 표면에 작은 백색 점들이 덮여 있다. 2018년에 발표된 신종으로 한강토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이다. 꽃이 진 후 무성지가 그물망처럼 가지를 많이 치는 것이 특징이다.

털괭이눈(Chrysosplenium pilosum Maxim.)은 한라산, 지리산 및 함경북도의 깊은 산에서 자란다. 꽃은 5월에 연한 황록색으로 핀다. 누른괭이눈(Chrysosplenium flaviflorum Ohwi)은 중부 이북지방의 깊은 산에 분포한다. 전체에 털이 많고 옆으로 뻗는 가지가 있다. 기는괭이눈(Chrysosplenium epigealum J.W.Han & S.H.Kang)은 무성지가 땅 위를 긴다. 씨앗에는 돌기가 없다. 녹빛괭이눈(Chrysosplenium baicalense Maxim.)은 국내에 분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다. 국표에는 국명, 학명만 등재되어 있고, 국생정에는 이조차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사술괭이눈[Chrysosplenium japonicum (Maxim.) Makino f. tetrandrum H.Hara]은 수술이 4개라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수술이 3개 또는 5개인 것도 있다. 선괭이눈과 비슷한데 꽃술로 구별한다. 시베리아괭이눈(Chrysosplenium serreanum Hand.-Mazz.)은 강원도 오대산 북대사 근처, 함경도에서 자란다. 전체적으로 털이 약간 있다. 꽃대는 길이 5~12cm로서 중앙부에 1장의 잎만 달린다. 꽃은 4~6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받침조각은 4개이며 옆으로 퍼진다. 수술은 8개이고, 길이 0.5mm 정도이다. 연노랑괭이눈(Chrysosplenium aureobracteatum Y.I.Kim & Y.D.Kim)은 꽃이 필 때 포의 색깔이 연한 노란색인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줄기 전체에 긴 털이 밀생한다. 열매 표면의 돌기 위에 유두상 돌기가 있다. 천지괭이눈(Chrysosplenium macrospermum Y.I.Kim & Y.D.Kim)은 중국 동북부에 분포하는 괭이눈속의 신종이다. 무성지가 아치형으로 벋는다. 기부와 줄기 상부, 잎 표면에 털이 드문드문 있다.

2022. 4. 18. 林 山. 2023.3.16. 최종 수정

#흰털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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