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보람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이 윤석열 신임 대통령의 취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 한국 사회 내 유해한 성별 고정관념에 맞서야'라는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이 글은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 아시아 온라인판에도 동시에 게재되었다.
장보람 조사관은 '오늘 한국의 많은 여성들은 정의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신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에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라고 전제한 뒤 '윤석열 대통령의 여성혐오적 관점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해로운 성별 고정관념 및 편견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장 조사관은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상의 젠더 폭력 근절을 위한 전사회적 항의와 당국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면서 '변화의 시작은 먼저 윤 대통령이 한국사회 내의 성별 및 젠더에 따른 차별과 고정관념이 야기하고 있는 수많은 과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장 조사관은 이어 '한국의 여성들은 새 대통령이 이전과는 전적으로 다른 행보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신임 윤 대통령은 여성 권리 증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윤석열 대통령, 한국 사회 내 유해한 성별 고정관념에 맞서야'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한국 사회 내 유해한 성별 고정관념에 맞서야 - 장보람
신임 윤 대통령, 여성 권리 증진 의지를 보여줘야
오늘 한국의 많은 여성들은 정의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신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에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수 차례 여성혐오적 발언을 했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관료들이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한다고 비판했으며, 한국의 출생률 저하를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한국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으나 공식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성평등지수는 주요 경제개발국 중 최하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평균임금은 남성 대비 31.5% 낮아서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큰 격차를 보인다. 한국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OECD 평균인 32%에 한참 부족한 19%에 머물렀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및 기회 측면에서는 세계 156개국 중 123위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성혐오적 관점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해로운 성별 고정관념 및 편견을 보여준다. 그 바탕에는 여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관념이 깔려 있다. 여성은 성역할에 따라 남성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적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3월, 이른바 ‘N번방’ 이라는 사건으로 한국 내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 시민기자단의 폭로로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이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에서 암호화폐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 6만명 이상이 ‘N번방’으로 통칭되는 유사한 채널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한국의 젠더 기반 폭력을 유발한 성차별과 가부장적 패턴이 디지털 세계에서 어떻게 재생산되고 증폭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디지털 성범죄는 일반적으로 동의 없이 사적인 콘텐츠를 촬영 및 배포하는 젠더 기반 폭력의 한 형태이며, 대개 온라인에서 피해자를 위협하고 성적 괴롭힘을 동반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발생률은 2003년에 비해 7.5배나 급증했고 그 중 대다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다. 같은 기간, 강간과 성폭행은 1.6배 증가했다.
성폭력 생존자에 대한 차별은 오랜기간 여성들이 경찰에 신고하기를 주저하게 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특히 여성 생존자들이 경험하는 이러한 사회적 낙인을 심화시킨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권력과 통제를 유지하며, 이를 통해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피해를 신고하고 법적 권리를 추구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상의 젠더 폭력 근절을 위한 전사회적 항의와 당국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정부와 온라인 플랫폼들의 미온적 대처에 분노한 여성인권단체 및 활동가들은 책무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 여성들에게 ‘N번방’ 사건은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여성혐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어떻게 형태를 바꾸어 왔는지를 보여주었다.
지난 2021년 10월, ‘N번방’ 사건 채팅방 운영자 중 한 명이 42년형을 선고받았고, 다른 공범자 일부도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회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일련의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법안들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은 자사의 서비스 내 성범죄 관련 디지털 콘텐츠의 유포를 차단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은 성범죄 관련 콘텐츠의 유포 방지 책임자를 지정해야할 의무가 있다.
법무부도 디지털 성범죄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최근 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통합적 피해자 지원시스템 구축, 불법 온라인 콘텐츠 즉시 삭제를 위한 응급조치, 법정절차가 진행 중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디어 보도 가이드라인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것만으로 한국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해로운 성별 고정관념이 해소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유해한 성별 고정관념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먼저 윤 대통령이 한국사회 내의 성별 및 젠더에 따른 차별과 고정관념이 야기하고 있는 수많은 과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것이다. 또한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태스크포스의 권고안을 실행함으로써 새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지도자로서 여성의 권익 신장이 곧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가 지금까지 해오지 못한 그 일 말이다.
한국의 여성들은 새 대통령이 이전과는 전적으로 다른 행보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 출발점으로,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이 사회에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해한 성별 고정관념이 야기한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장보람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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