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겸양' 제비꽃

林 山 2022. 5. 16. 15:26

제비꽃은 그 종류가 하도 많아서 도감이 따로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물분류학자에게도 제비꽃은 '공포의 식물'로 알려져 있다. 식물분류학자가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제비꽃 기본종을 파악하는 데만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문가도 이러할진대 초보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초보자의 경우 제비꽃을 앞에 두고도 '이게 무슨 제비꽃일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웃지 못할 일도 있다.   

 

제비꽃(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아파트, 2022. 4. 20)

제비꽃은 제비꽃목 제비꽃과 제비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제비꽃이란 이름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때쯤 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꽃 모양이 물 찬 제비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꽃말은 '겸양'이다.  

 

제비꽃의 학명은 바이올라 만슈리카 빌헬름 베커(Viola mandshurica W.Becker)이다. 영어명은 맨추리안 바이얼럿(Manchurian Violet)이다. 일어명은 스미레(スミレ, すみれ, 菫), 이명은 스모토리바나(スモウトリバナ), 만쥬리카(マンジュリカ), 혼스미레(ホンスミレ), 생약명은 시카지쵸(シカジチョウ, 紫花地丁)이다. 중국명은 동베이진차이(东北堇菜) 또는 즈화디딩(紫花地丁)이다. 

 

제비꽃을 오랑캐꽃, 장수꽃, 씨름꽃, 민오랑캐꽃, 병아리꽃, 외나물, 옥녀제비꽃, 앉은뱅이꽃, 가락지꽃, 반지꽃, 참제비꽃, 참털제비꽃, 큰제비꽃, 독행호(獨行虎), 양각자(羊角子), 자화지정(紫花地丁)이라고도 한다. 오랑캐꽃은 꽃을 뒤에서 보면 그 모양이 오랑캐의 투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제비꽃이 필 무렵 오랑캐가 자주 쳐들어와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일본 자료인 인터넷 제비꽃 도감(スミレ すみれの部屋 インターネットすみれ図鑑, http://www.io-net.com)에는 제비꽃을 기본종으로 변종 4종, 품종 8종, 원예종 5종을 기록해 놓았고, 이명만 해도 6가지나 된다. 제비꽃의 변종 중 로열 로우브(Royal Robe)는 크고 긴 줄기에 진한 자주꽃이 핀다. 참(Charm)은 작고 흰 꽃이 피며, 로열 엘크(Royal Elk)는 매우 향기로운 보라색 꽃이 핀다.

 

제비꽃은 한강토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와 경남 남해도, 충북, 경기도에 야생한다. 산이나 들의 양지에서 흔하게 자란다. 야생화 전문가들은 제비꽃을 점점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제비꽃(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아파트, 2022. 4. 20)

제비꽃의 뿌리줄기는 길이 3~10mm이며 암갈색의 뿌리가 있다. 지상의 줄기가 없이 뿌리잎이 뭉쳐 난다. 높이는 10~15cm 정도이다. 때로는 24cm까지 자라는 경우도 있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난다. 엽병은 길다. 잎은 피침형이며, 둔두에 절저 또는 약간 심장저에 가깝다. 잎 길이는 3~8cm, 폭은 1~2.5cm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얕고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이 핀 다음에 자라는 잎은 달걀 모양의 삼각형이고 심장저로 되며, 윗부분에 약간 뚜렷하지 않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엽병은 길이 3~15cm로서 윗부분에 날개가 있다.

 

꽃은 보라색 또는 짙은 자색으로 4~5월에 핀다. 잎 사이에서 높이 5~20cm의 가늘고 긴 꽃줄기가 나오며, 그 끝에 한 송이 꽃이 달려서 한쪽을 향하여 핀다. 꽃잎은 5개이고 서로 같지 않으며 긴 타원 모양이다. 길이는 12~17mm로서 측편(側片)에 털이 있거나 없다. 입술 모양 꽃부리는 구두주걱 모양이고 자색의 줄이 있다. 꽃뿔(距)은 짧은 원주형이고, 길이 5~7mm이다.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며 피침형이고 길이 5~8mm로서 끝이 뾰족하다. 부속체는 반구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열매는 삭과로서 넓은 타원 모양이고 3갈래로 벌어진다. 타원형으로 생긴 열매는 익으면 터져서 씨앗이 멀리 퍼져 나간다.

 

제비꽃의 어린 식물체는 나물로 먹는다. 연한 잎을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쓴 맛을 제거한 다음 나물로 먹거나 데쳐서 무침, 초무침하여 먹는다. 된장국을 끓여서 먹기도 한다. 쓴 맛이 덜한 아주 어린 잎은 샐러드로 먹기도 한다. 튀김을 만들어도 맛이 있다. 꽃은 말려서 차로 마신다. 향료로도 이용된다.

 

제비꽃(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아파트, 2022. 4. 20)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제비꽃의 '근(根)을 포함한 전초(全草)를 지정(地丁)이라 하며 약용한다. 청열이습(淸熱利濕), 해독소종(解毒消腫)의 효능이 있다. 정창, 옹종(癰腫), 나력, 황달, 이질, 하리(下痢), 적목(赤目), 후비(喉痺), 독사교상(毒蛇咬傷)을 치료한다. 또 각종의 화농성 감염증(化膿性 感染症), 임파결핵(淋巴結核), 급성유선염, 전립선염, 위염, 방광염, 관절종통(關節腫痛), 목적종통(目赤腫痛), 맥립종(麥粒腫), 혈변, 비출혈(鼻出血)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호제비꽃의 뿌리를 포함한 전초만을 자화지정(紫花地丁)이라고 한다. 자화지정을 독행호(獨行虎), 지정초(地丁草), 지정(地丁), 양각자(羊角子), 여의초(如意草), 전두초(箭頭草), 자지정(紫地丁)이라고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이쉬에쩡쫜(医學正传)을 인용하여 '지정(地丁)이 즉 엉겅퀴이다. 꽃이 누른 것은 황화지정(黃花地丁)이라 하고 꽃이 자줏빛인 것을 자화지정(紫花地丁)이라 하는데 다 같이 옹종을 낫게 한다.'고 했다.   

 

제비꽃속 식물은 세계적으로 400여 종, 한강토에만도 60여 종이 분포한다. 제비꽃의 변종이 많은 이유는 타가수정(他家受精)에 의한 타식율(他植率)이 높기 때문이다. 한강토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제비꽃속 가운데 둥근털제비꽃은 제비꽃 중 가장 일찍 꽃이 핀다. 잎은 달걀 모양이고 식물 전체에 털이 있다. 꽃은 연한 보라색이다. 고깔제비꽃은 꽃 색깔이 진달래와 비슷하다. 잎이 처음 나올 때 고깔처럼 말려서 나오다가 점점 펴진다. 삼색제비꽃은 자주색, 노란색, 흰색의 꽃이 같이 핀다. 금강제비꽃은 국내에만 자생하는 고산성 특산식물이다. 새잎이 돋을 때 양쪽 가장자리가 말려서 올라온다. 꽃은 흰색이다. 왜제비꽃은 세모난 달걀형 꽃잎에 짙은 보라색 줄무늬가 있다. 알록제비꽃은 잎에 알록달록한 줄무늬가 있다. 단풍제비꽃은 잎이 단풍잎과 비슷하다. 남산제비꽃은 잎이 가늘게 갈라진다. 잔털제비꽃은 원줄기가 없고 전체에 털이 난다. 콩제비꽃은 흰꽃 아래쪽 꽃잎에 자주색 줄무늬가 선명하다. 노랑제비꽃은 노란색 꽃이 핀다. 

 

2022. 5. 16.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