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하순경 남양주 예봉산 세정사계곡에서 딱총나무를 만났다. 때마침 피어난 아주 작고 노란색을 띤 녹색의 꽃들이 뭉쳐서 원뿔꽃차례를 이루고 있었다. 딱총나무를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어릴 때 봄이 돌아오면 딱총놀이를 하곤 했다. 딱총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딱총나무의 곧은 줄기에서 스펀지처럼 생긴 골속을 파내고 총통을 만든다. 줄기 가운데에 들어 있는 골속은 다른 나무에 비해 매우 커서 쉽게 파낼 수 있다. 물에 적신 종이를 뭉친 총알을 총통에 넣고 피스톤 역할을 하는 막대기로 압력을 가하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간다.
딱총나무의 열매는 아름다워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어린순은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된장이나 고추장 등 다양한 양념과 함께 무쳐 먹는다. 튀김으로 먹기도 한다. 꽃과 열매로 술을 담그기도 한다. 약술은 민간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썼다. 열매에는 안토시아닌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딱총나무의 골속을 빼내서 말린 것을 접골목, 잎을 접골엽, 뿌리를 접골목근이라고 한다. 옛날 한강토와 중국, 일본 사람들은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면 딱총나무의 가지를 까맣게 태워서 가루를 내고 식초를 섞어 환부에 바른 다음 부목을 대 묶어두는 방법으로 치료를 했다. 그래서, 동양 3국에서는 딱총나무를 접골목이라고 부른다. 유럽에서 자라는 서양딱총나무도 약으로 쓰인다. 특히 서양딱총나무의 열매로 만든 술은 엘더베리 와인(elderberry wine)이라고 하여 상품으로도 나와 있다.
딱총나무의 유사종에는 청딱총나무, 넓은잎딱총나무(Korean red elder), 털딱총나무, 말오줌나무(red-berried elder), 노랑말오줌나무, 덧나무(Siebold's red elder), 지렁쿠나무, 털지렁쿠나무 등이 있다.
청딱총나무(Sambucus williamsii HANCE)는 꽃차례에 입상돌기가 없다. 넓은잎딱총나무(Sambucus latipinna Nakai)는 꽃차례가 반원형이며, 전체에 털이 없다. 털딱총나무(Sambucus sieboldiana var. miquelii f. lasiocarpa T.B.Lee)는 씨방이나 열매에 털이 있다.
말오줌나무[Sambucus sieboldiana var. pendula (Nakai) T.B.Lee]는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잎과 꽃차례에 털이 있다. 암술머리가 붉은색이고, 꽃잎 가운데가 갈라진다. 열매자루가 길고 아래로 늘어진다. 노랑말오줌나무(Sambucus sieboldiana for. xanthocarpa)는 열매가 노란색으로 익는다. 울릉도 저동 계곡과 경남 거제시 저도에서 자란다.
덧나무[Sambucus sieboldiana (Miq.) Blume ex Graebn.]는 잎과 꽃차례에 털이 있다. 암술머리는 붉은색, 수술은 노란색이다. 지렁쿠나무[Sambucus sieboldiana var. miquelii (Nakai) Hara]는 잎과 꽃차례에 털이 없다. 보길도에는 지름이 거의 30cm나 되는 지렁쿠나무가 있다. 털지렁쿠나무(Sambucus sieboldiana var. miquelii f. velutina T.B.Lee)는 잎 전체에 융털이 있다. 꽃줄기와 꽃자루에도 털이 있다.
2022. 5. 19. 林 山. 2022.11.24.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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