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하순이 되면 귀룽나무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꽃이 활짝 피면 나무 전체가 꽃으로 뒤덮인다. 귀룽나무 꽃은 향기가 강해서 멀리까지 날아간다. 4월 하순경 산을 오르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꽃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문득 귀룽나무를 떠올리게 된다.
귀룽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최근 DNA 염기서열에 근거한 계통 분석 결과 벚나무속(Padus)을 비롯한 벚나무아속(Cerasus) 및 귀룽나무절(Laurocerasus)의 체리 그룹이 단계통분류군이 아닌 것이 밝혀졌으며, 이들을 독립된 속으로 인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Bortiri et al. 2001). 본 분류군 밑에 여러 변종 및 품종이 기재되어 있으나 한국식물지(Flora of Korea Editorial Committee, 2007)는 이들을 구분 짓는 잎에 난 털의 밀도, 꽃의 색깔 등이 분류학적 타당성이 없다고 보고 있어 이들을 한 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귀룽나무의 학명은 프루누스 파두스 린네(Prunus padus L.)이다. 종소명 padus는 야생 열매(cherry)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pados 또는 pedos에서 유래한다. 영어명은 유러피언 버드 체리(European bird cherry) 또는 버드 체리(Bird Cherry), 해그베리(Hagberry)이다. 일어명은 에조노우와미즈자쿠라(エゾノウワミズザクラ, 蝦夷の上溝桜)이다. 에조(えぞ, 蝦夷)는 간토(関東) 이북에 살던 일본의 선주(先住) 민족, 즉 지금의 아이누족의 옛 이름이다. 에미시(えみし)라고도 한다. 또는,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이름이다. 우와미즈자쿠라(うわみずざくら, 上不見桜·上溝桜)는 벚꽃의 일종이다. 꽃은 희고 오판화이며, 덜 익은 열매를 절여서 먹는다. 중국명은 처우리(稠李) 또는 처우얼즈(臭耳子, 甘肃), 처우리즈(臭李子, 东北)이다. 귀룽나무를 귀중목, 구름나무, 귀롱나무, 구룡나무, 귀롱목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사색, 상념'이다.
귀룽나무의 이름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먼저, 귀룽나무의 유래가 구룡목(九龍木)에서 왔다는 설이다. 식물분류학자 이우철(李愚喆)은 '한국 식물명의 유래(2005)'에서 귀룽나무에 대해 '귀룽나무(鄭, 1937), 장미과 Prunus padus. 이명 귀롱나무, 귀롱목, 구름나무. 유래 구룡목(九龍木), 앵액(櫻額)'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다음은 귀룽나무의 유래가 구름나무에서 왔다는 설이다. 박상진(朴相珍)은 '우리 나무 이름 사전'에서 '잎이 핀 다음에 달리는 하얀 꽃이 마치 뭉게구름 같다 하여 구름나무로 부르다가 귀룽나무가 되었다. 북한 이름은 아예 구름나무다. 또 한자 이름이 구룡목(九龍木)이어서 구룡나무라고 하다가 귀룽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북한 지방에서는 구룡폭포나 구룡강, 구룡연 등의 지명이 많고 이런 곳에 귀룽나무가 흔하다. 구룡이란 말은 석가모니가 태어났을 때 하늘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내려와 향수로 석가모니의 몸을 씻겨주고, 땅속에서 연꽃이 솟아올라와 발을 떠받쳤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교와 관련이 깊다. 귀룽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보다 초록 새순이 가장 먼저 나와 숲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나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귀룽나무는 한강토를 비롯해서 일본의 홋카이도, 중국, 몽골, 터키, 코카서스, 카자흐스탄, 러시아 극동 지방, 프랑스와 지중해 지역을 제외한 유럽,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의 표고 1,800m 이하의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축령산, 속리산, 오대산 등지에서도 자란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의 성황림(천연기념물 제93호)에도 귀룽나무가 있다.
귀룽나무의 뿌리는 원뿌리와 곁뿌리가 있다. 키는 15m 정도까지 자란다. 일년생 가지를 꺾으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으로 세로로 벌어진다. 가지의 신장은 분산형(分散型), 수형(樹形)은 원개형(圓蓋形)이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도란상 타원형, 거꿀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이고 첨두 또는 점첨두에 원저이다. 잎 길이는 6~12cm, 너비는 3~6cm이다. 잎 표면은 녹색으로 털이 없으며, 뒷면은 회갈색으로 맥액(脈腋)에 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다. 엽병은 길이 1.0~1.5cm로서 털이 없고 꿀샘이 있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의 지름은 1~1.5cm이다. 총상꽃차례는 새가지 끝에서 처지고, 길이 10~15cm로 털이 없으며, 밑부분에는 잎이 있다. 꽃자루는 길이 5~12mm로서 털이 없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5개이다. 열매는 핵과이다. 핵과는 둥글며 6~7월에 흑색으로 익는다. 핵은 주름이 있으며 과육은 떫다.
귀룽나무의 어린순과 열매는 식용한다. 어린순은 독특한 향과 은은한 매운맛을 가지고 있고, 열매는 약간 신맛과 쓴맛, 떫은맛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어린순을 삶아서 나물로 먹고, 양념한 뒤 쪄 먹거나 튀겨 먹기도 한다. 열매는 날것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술로 담가 먹기도 한다.
귀룽나무는 관상 가치가 높아 공원이나 정원의 관상용 조경수, 녹음수, 독립수로 적당하다. 또, 경계용으로도 알맞은 나무다. 귀룽나무의 꽃은 꿀이 많아 밀원용으로도 심는다. 귀룽나무의 목재는 기구재와 조각재로 쓰인다.
흰털귀룽나무, 귀룽나무, 흰귀룽나무, 서울귀룽나무의 과실을 앵액(櫻額), 일년생 가지 및 잎을 구룡목(九龍木)이라 하며 약용한다. 앵액은 보비(補脾)의 효능이 있어 하리(下痢)를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 구룡목은 거풍진통(祛風鎭痛), 지사(止瀉)의 효능이 있어 풍습동통(風濕疼痛), 요퇴통(腰腿痛), 관절통, 척추질환(脊椎疾患), 설사 등을 치료한다. 앵액이나 구룡목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한의사들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귀룽나무의 유사종에는 흰털귀룽나무, 서울귀룽나무(Seoul bird cherry), 차빛귀룽, 흰귀룽나무, 아프리카귀룽나무 등이 있다. 흰털귀룽나무(Prunus padus var. pubescens Regel & Tiling)는 일년생 가지와 꽃자루에 털이 있고, 잎 뒷면에 갈색털이 밀생한다. 서울귀룽나무[Prunus padus var. seoulensis (H.Lev.) Nakai]는 꽃자루의 길이가 5~20mm이다. 차빛귀룽[Prunus padus f. rufo-ferruginea (Nakai) W.T.Lee]는 잎 뒷면에 갈색털이 있다. 흰귀룽나무[Prunus padus f. glauca (Nakai) Kitag.]는 잎의 뒷면이 회백색이다. 아프리카귀룽나무(Prunus africana)는 남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산간 지대, 비오코섬, 상투메섬, 그랑드코모르섬, 마다가스카르섬 등지에 분포한다. 아프리카 체리(African cherry)라고도 한다. 30~40m까지 자라며 벚나무속에서는 가장 크다.
2022. 5. 23. 林 山. 2022.9.2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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