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삿갓나물 '근심'

林 山 2022. 5. 31. 14:29

삿갓나물은 한강토의 산과 들에 비교적 흔한 풀이다. 삿갓나물과 우산나물은 종종 혼동된다고들 한다. 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이나 민속특산식물사전에도 우산나물과 삿갓나물이 동의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두 식물은 잎이 돌려난다는 것 말고는 전혀 그 모습이 다르다. 우산나물은 잎의 끝이 V자 모양으로 갈라져 있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우산나물은 독성이 없지만, 삿갓나물은 독성이 있다. 

 

삿갓나물은 잎이 삿갓을 뒤집어 놓은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꽃이 완전히 덜 피었을 때의 모습도 삿갓 모양과 비슷하다. 

 

삿갓나물(남양주 축령산, 2022. 4. 24)

삿갓나물은 백합목 백합과 삿갓나물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파리스 베르티실라타 마르샬 폰 비버슈타인(Paris verticillata M.Bieb.)이다. 속명 'Paris'는 라틴어 'par(同)‘에서 온 말인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paris)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종소명 'verticillata'는 '잎이 돌려난다'는 뜻이다. 

 

삿갓나물의 영어명은 버티설러트 패리스(Verticillate paris)이다. 일어명은 구르마바츠쿠바네소우(クルマバツクバネソウ, くるまばつくばねそう, 車葉衝羽根草)이다. 잎이 수레바퀴의 살처럼 생겼고, 뿌리가 배드민턴 셔틀콕과 비슷한 풀이라는 뜻이다. 중국명은 베이총러우(北重楼)이다. 삿갓나물을 삿갓풀, 자주삿갓나물, 자주삿갓풀, 만주삿갓나물, 칠엽일지화(七葉一枝花), 중태차(重台車), 삼층초(三層草), 백사차(白泀車)라고도 한다. 꽃말은 '근심'이다. 

 

삿갓나물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어느 집에 일곱 아들과 딸 한 명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을에 이무기가 내려와 가축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일곱 아들은 이무기를 죽이려고 싸우다가 모두 죽고 말았다. 막내딸은 오빠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날마다 무술을 연마하고 갑옷도 만들었다. 마침내 49일 동안이나 준비한 막내딸은 이무기와 싸우러 나섰다. 그러나, 막내딸도 역부족으로 이무기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그런데, 이무기도 고통스러워하며 땅에 뒹굴다가 죽고 말았다. 바로 막내딸이 입고 있던 갑옷 때문이었다. 얼마 후 이무기가 죽었던 자리에는 일곱 개의 잎과 한 송이 꽃을 가진 풀이 자라났다. 꽃 속에는 금빛 바늘 같은 것이 돋아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팔남매의 넋이라며 칠엽일지화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삿갓나물의 원산지는 한강토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극동 지방 등지다.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龙江), 허베이(河北), 깐수(甘肃), 저쟝(浙江), 샨시(陕西), 랴오닝(辽宁), 스촨(四川), 지린(吉林), 샨시(山西), 안후이(安徽), 네이멍구(内蒙古)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와 혼슈(本州), 시고쿠(四国), 규슈(九州) 등 전토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에서 자란다. 한강토에는 단 1속 1종이 분포한다.

 

삿갓나물(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삿갓나물의 근경은 옆으로 길게 뻗고 마디마다 잔뿌리가 몇 개씩 뻗는다. 줄기는 근경 끝에서 원줄기가 나와 외대로 자란다. 키는 20~40cm 정도까지 자라며, 끝에서 6~8개의 잎이 돌려나기한다. 잎은 피침형 또는 좁고 긴 타원형, 넓은 피침형이다. 잎 길이는 3~10cm, 너비는 1.5~4cm로서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고 거치는 없으며, 밑부분이 점차 좁아져서 직접 원줄기에 닿는다. 주맥은 3개이며 털이 없다.

 

꽃은 4~7월에 피며 윤생엽 중앙에서 한 개의 꽃자루가 나와 끝에 1개의 꽃이 하늘을 향해 핀다. 꽃자루는 길이 5~15cm 정도이다. 외꽃덮이(외화피열편)는 4~5개이며 넓은 피침형 내지는 좁은 달걀모양이다. 길이는 2~4cm, 너비는 5~15mm로서 녹색이다. 내꽃덮이(내화피열편)는 실같은 선형에 끝이 뾰족하다. 길이는 1.5~2cm로서 노란색이 돌며 나중에는 밑으로 처진다. 수술은 8~10개로서 길이 5~7mm이다. 수술대는 자색을 띤다. 꽃밥은 길이 5~8mm이다. 꽃밥부리는 5~7mm로서 뾰족하게 길어진다. 암술대는 4개이며 씨방은 검은 자갈색이다. 열매는 장과이다. 장과는 둥글며 자흑색이다. 종자는 많이 들어 있다.

 

삿갓나물(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삿갓나물은 돌려나기하는 잎과 녹색의 꽃잎이 특이하여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삿갓나물의 어린잎은 식용한다고 나와 있는 문헌이 있다. 하지만, 삿갓나물은 맛도 좋지 않고, 쓴맛이 강하며, 독성이 있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독성은 특히 뿌리에 많다. 

 

삿갓나물(단양 소백산, 2006. 5. 28)

삿갓나물의 뿌리줄기를 본초명 조휴(蚤休)라고 한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조휴가 윈난총러우[雲南重樓, Paris polyphylla Smith var. yunnenensis (Franch.) Hand.-Mazz, Paris yunnanensis Franch)와 치예이즈화[七叶一枝花, Paris polyphylla Smith var. chinensis (Franch.) Hara, Paris chinensis Franch), 한국에서는 삿갓나물(Paris verticillata M.Bieb.)이라고 나와 있다.  

 

조휴는 본초학에서 청열약(淸熱靑) 가운데 청열해독약(淸熱解毒靑)으로 분류된다. 청열해독, 소종지통(消腫止痛), 식풍정경(熄風定驚)의 효능이 있어  옹종(癰腫), 정창(疔瘡), 인후종통(咽喉腫痛), 질박상통(跌撲傷痛), 경풍추축(驚風抽稸) 등을 치료한다. 나력(瘰癧), 만성기관지염, 소아경기, 사교상(蛇咬傷), 독충교상(毒蟲咬傷)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한의사들은 실제 임상에서 조휴를 그리 자주 처방하지는 않는다. 

 

삿갓나물(정선 함백산, 2022. 6. 11)

삿갓나물의 유사종에는 네잎삿갓나물(Four-leaf paris), 검은삿갓나물 등이 있다. 네잎삿갓나물(Paris tetraphylla A.Gray)은 중부 지방에 분포한다. 돌려나는 잎은 4장이고, 내꽃덮이가 없다. 검은삿갓나물(Paris verticillata var. nigra Y.N.Lee)은 한라산과 지리산 등지에 분포한다. 식물체 전체가 감붉은 자주색을 띤다. 

 

2022. 5. 31. 林 山. 2022.9.16. 최종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