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말경 남양주 축령산을 찾아간 것은 나도바람꽃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나도바람꽃은 이미 꽃이 거의 다 지고 열매가 맺히고 있었다. 그래도 가는 봄이 아쉬워 늦게까지 꽃을 피우고 있는 나도바람꽃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식물 이름 앞에 붙은 '너도'나 '나도'라는 이름은 모양은 비슷하지만 분류군이 다를 때 붙인다. 너도바람꽃이나 나도바람꽃도 마찬가지다. 너도바람꽃과 나도바람꽃은 바람꽃과 각각 속명(屬名)이 다르다. 바람꽃은 바람꽃속이지만 너도바람꽃은 너도바람꽃속, 나도바람꽃은 나도바람꽃속이다.
나도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나도바람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에네미온 라데아눔 레겔(Enemion raddeanum Regel)이다. 속명 Enemion은 고대 그리스어 ἠνέμιον(ēnémion)에서 왔으며, ἀνεμώνη(anemone)의 또 다른 말이다. 종소명 raddeanum은 독일의 박물학자인 구스타프 페르디난드 리차드 라데(Gustav Ferdinand Richard Radde)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꽃말은 '비밀스런 사랑'이다.
나도바람꽃의 영어명은 이스트 에이션 폴스 루 어네머니(East Asian false rue anemone)이다. 동아시아(East Asian)에 분포하는 가짜운향(雲香)바람꽃(false rue anemone)이라는 뜻이다. 일어명은 지치부시로카네소우(チチブシロカネソウ, ちちぶしろかねそう, 秩父白銀草)이다. 지치부시로카네소우(秩父白銀草)라는 이름은 시로카네소우속(白銀草属)과 비슷하고, 사이타마현(埼玉県) 지치부(秩父) 지방에서 처음 발견되어서 붙여진 것이다. 1892년 야타베 료키치(矢田部良吉)가 명명했다. 시로카네소우(白銀草)는 백은색(흰색) 꽃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명에는 오오시로카네소우(オオシロカネソウ), 죠센(조선)시로가네소우(チョウセンシロガネソウ), 만슈(만주)시로가네소우(マンシュウシロガネソウ) 등이 있다. 중국명은 니비엔궈차오(拟扁果草) 또는 동베이니비엔궈차오(東北拟扁果草)이다. 나도바람꽃을 향수꽃이라고도 한다.
나도바람꽃은 한강토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 극동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중부 지방의 깊은 산 숲 근처에서 자란다. 한강토에서는 중북부 지방의 산지 응달진 곳에 분포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나도바람꽃의 특징에 대해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도바람꽃은 일본, 중국, 러시아에도 분포하므로 국생정의 설명은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도바람꽃의 키는 20~30cm 정도이다. 줄기의 기부에는 인편형 잎이 있다. 근생엽은 모여나기하며, 긴 엽병이 있고, 3출엽이다. 소엽은 달걀 모양이고, 다시 3개로 갈라진다. 잎 뒷면은 분백색이며 짧은 털이 있다. 줄기잎은 엽병이 짧아진다.
꽃대 밑부분에는 막질의 초상엽이 있고, 중앙 윗부분에 1개의 잎이 달린다. 꽃은 5~6월에 흰색 또는 분홍색을 조금 띤 흰색으로 핀다. 포는 줄기잎의 소엽과 비슷하다. 꽃자루는 길이 3cm로서 원줄기 끝에 산형으로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4~5개이며 길이 6mm로서 타원형이다. 꽃잎은 없다. 수술은 길이 4mm로서 여러 개이다. 암술대는 윗부분이 비대하다. 열매는 골돌로서 3~5개이며 타원형이다. 길이는 3~4.5mm이며 털이 없다.
2022. 6. 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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