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두릅나무 '애절, 희생'

林 山 2022. 6. 14. 12:30

4월경 산행을 하다가 두릅나무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그 생명력이 매우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두릅은 봄에 나는 나무순 중에서 가장 맛좋은 나물 가운데 하나다. 두릅은 옻나무순, 엄나무순과 함께 봄철 미식가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주는 최고의 나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생명력이 담뿍 담긴 두릅을 따서 살짝 데친 다음 초장을 찍어 먹으면 가히 천하일미(天下一味)가 부럽지 않다. 두릅의 인기가 올라가자 요즘은 두릅나무를 재배하여 많은 소독을 올리는 농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두릅나무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혜택을 주는 고마운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두릅에는 참두릅과 땅두릅, 개두릅 등 세 가지가 있다. 두릅나무에서 나는 것이 참두릅이다. 땅두릅은 독활(獨活)의 순, 개두릅은 엄나무의 순을 말한다. 세 가지 다 맛과 향이 뛰어난 고급 산채이다.     

 

두릅나무(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창골, 2022. 4. 30)

두릅나무는 산형화목 두릅나무과 두릅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아랄리아 엘라타 (미쿠엘) 시만[Aralia elata (Miq.) Seem.]이다. 꽃말은 '애절, 희생'이다.

 

두릅나무의 속명 '아랄리아(Aralia)'는 이로쿼이어족(Iroquoian)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이름이다. 이로쿼이어족은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남동부에 걸쳐 쓰였던 아메리카 토착 제어 중의 하나이다. '아랄리아(Aralia)'는 아시아와 아메리카에서 온 아랄리아속의 스파이크나드(Spikenard)와 관련된 관상용 및 식용 식물들을 뜻한다. '스파이크나드(Spikenard)'는  '감송(甘松), 감송향, 땅두릅나무'를 뜻하는 말이다.  종소명 '엘라타(elata)'는 '엘라투스(elatus)'에서 어미 변화가 일어난 말이다. '엘라투스(elatus)'는 '가져오다 또는 실행하다(bring or carry out), 앞으로 또는 뒤로(forth or away), 생산하다(produce), 들어올리다(lift up)'라는 뜻의 라틴어 '에페로(efferō)'의 완전 과거분사형이다. 핀란드어 '엘라투스(elatus)'는 '자양물(sustenance), 부양비(alimony)'의 뜻이다. 

 

'미쿠엘(Miq.)'은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프리드리히 안톤 빌헬름 미쿠엘(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 1811~1871)이다. 그는 로테르담과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식물원 관장을 지냈다. 1862년부터는 레이던에 있는 네덜란드 국립 식물 표본실을 이끌었다. '시만(Seem)'은 독일의 식물학자 베르톨트 카를 시만(Berthold Carl Seemann, 1825~1871)이다. 시만은 태평양과 남아메리카에서 식물을 수집하고 설명했다.

 

두릅나무의 영어명은 이그졸티드 앤젤리커 트리(Exalted angelica tree) 또는 재퍼니즈 앤젤리커 트리(Japanese angelica tree), 재퍼니즈 앤젤리커(Japanese Angelica), 재퍼니즈 아랄리아(Japanese aralia)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추천 영어명은 코리언 앤젤리카 트리(Korean angelica tree)이다. 일어명은 다라노키(タラノキ, 楤の木, 楤木) 또는 다라(タラ, 楤, 桵), 우도모도키(ウドモドキ)이다. 지방에 따라 다란보우(タランボウ), 오니노카나보우(オニノカナボウ), 다랏페(タラッペ), 이기노키(イギノキ) 등으로 불린다.  

 

중국명은 랴오동총무(辽东楤木), 이명에는 롱야총무(龙牙楤木, 东北木本植物图志), 츠롱야(刺龙牙, 吉林土名), 츠라오야(刺老鸦, 东北土名), 츠넌야(刺嫩芽) 등이 있다.  

 

1433년에 편찬된'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땅두릅(땃두릅, 독활, 獨活)을 이두 명칭으로 지두을호읍(地頭乙戶邑)이라고 표기했다.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는 독활(獨活)이 虎驚草(ᄯᅡ둘흡플, 따둘흡플)로 표기되어 있다. ᄯᅡ둘흡플(따둘흡플)->ᄯᅡ둘흡(따둘흡)->따둘읍->따두릅->땃두릅->땅두릅 순으로 음운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두릅을 이두 명칭으로 표기하면 두을호읍(頭乙戶邑)일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1613년에 편찬된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 : 채소>에는 두릅을 목두채(木頭菜)라고 했다. 두릅순이 두릅나무의 끝(머리)에서 나오는 나물이라고 해서 목두채 또는 목말채(木末菜)라고 한 것이다. 두릅나무는 또 가시가 많은 나무라서 새가 앉을 수 없다고 하여 조불숙(鳥不宿), 용의 어금니를 닮았다고 하여 자룡아(刺龍牙), 늙은 호랑이가 이 나무 가시에 몸을 비벼 긁는다고 하여 노호자(老虎刺)라고도 한다. 두릅나무를 또 총목(楤木), 자로아(刺老鴉), 참두릅이라고도 한다. 총목, 조불숙, 자룡아, 자로아 등은 중국에서 들어온 이름으로 추정된다.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에는 두릅나무와 효자에 얽힌 전설이 전해 온다. 아주 먼 옛날 무주 안성의 어느 마을에 효성이 지극한 소년이 늙고 병든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소년은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면서 정성을 다해 어머니를 모셨다. 하지만 어머니의 병환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했다. 좋다는 약은 다 구해다 드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소년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어머니의 병에 두릅이 특효약이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꿈에서 깬 소년은 어머니를 위해 두릅을 구하려고 이 산 저 산으로 찾아다녔다. 그러나, 때는 초겨울인지라 두릅을 구할 길이 없었다. 지친 소년은 주저앉아 약을 구할 수만 있다면 목숨도 바치겠노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올렸다. 그때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소년 앞에 넙죽 엎드렸다. 소년은 동무처럼 친근한 생각이 들어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호랑이는 소년을 태우고 산을 넘고 넘어 한참을 달리더니 어느 절 앞에 내려 주었다. 절에는 소년이 올 것을 미리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노스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은 노스님에게 절까지 오게 된 까닭을 말했다. 스님은 소년이 하늘이 내려준 효자라고 칭찬하며 두릅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두릅 몇 가지를 꺾어 주었다. 두릅을 받은 소년이 스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나오자 절 밖에서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소년이 뒤를 돌아보자 절과 노스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큰 바위 하나가 앉아 있었다. 소년은 깜짝 놀라 산신령의 도움이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두릅을 달여 드렸다. 두릅 달인 물을 마신 어머니는 거짓말처럼 병이 나았다. 소년은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뒷날 사람들은 소년의 지극한 효심을 기려 이 마을 이름을 효자촌이라 하고, 마을 입구에 효자비를 세웠다. 그런데, 이 효자비는 1917년에 큰 홍수로 떠내려갔다고 한다.

 

두릅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극동 지방이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의 계곡이나 산기슭에서 자란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에 분포한다. 중국에는 헤이롱쟝(黑龙江) 북부와 동북부, 남부, 지린(吉林) 중부의 동쪽 지방과 랴오닝(辽宁) 동북부에 자생한다. 

 

두릅나무의 키는 3~4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나 가지에는 가시 같은 돌기 발달하였고 털이 많으며, 날카롭고 굳센 가시가 많다. 가시가 촘촘하게 박힌 것은 진화적 측면에서 순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으로 추정된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홀수 2회 깃모양겹잎이다. 잎축과 소엽에는 가시가 있다. 소엽은 달걀형이며 점첨두에 넓은 예형 또는 원저이고, 길이는 5~12cm , 너비는 2~7cm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큰톱니가 있다. 잎 뒷면은 회색이며, 맥 위에 털이 있다. 잎은 가을에 노랗게 변했다가 붉게 물든다

 

꽃은 6월 말~8월 말 가지 끝에서 나온 복총상꽃차례에 달린다. 복총상꽃차례는 길이 30~45cm이고, 꽃은 양성 또는 수꽃이 섞여 있다. 꽃 지름은 3mm로 흰색이다. 꽃잎, 수술 및 암술대는 각각 5개이다. 열매는 장과상 핵과이다. 핵과는 둥글고 지름 3mm로 검은색이다. 종자는 뒷면에 입상의 돌기가 약간 존재하며, 9월 중순~10월 중순에 성숙한다.

 

두릅나무의 새순은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오월령(五月令)에도 나올 만큼 맛과 향이 뛰어난 고급 산채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살짝 데쳐서 초장을 찍어서 먹으면 두릅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데치는 대신 뜨거운 재 속에 넣어 찌면 더욱 맛이 좋다고 한다. 두릅으로 장아찌를 담그기도 하고, 밀가루와 함께 전을 부치기도 하며, 소고기와 함께 적을 만들기도 한다. 김치나 튀김, 샐러드로도 만들어 먹는다.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에 절이거나 얼리기도 한다. 겨울철에 두릅을 맛보려면 10월 말경에 꺾꽂이를 하면 된다. 두릅나무 가지를 30cm 정도로 잘라서 온실에 꽂아 두고 계속 물을 주면 두릅순이 돋아난다.

 

19세기 초에 나온 '물명고(物名考)'에 '총목은 꼭지에 가지가 많고 줄기에는 가시가 있다. 산사람들이 나무 꼭대기의 어린 순을 꺾어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고 하였다. 1925년에 지은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경기도 양평 용문산의 두릅이 특히 맛있다고 하였다.

 

요즘은 농가에서 산채를 생산하기 위한 특용수종으로 두릅나무를 많이 심는다. 산림청에서는 가시가 생기지 않는 민두릅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두릅나무는 밀원용으로도 가치가 있다.

 

두릅은 중국에서 '산나물의 왕(山野菜之王)', 일본에서는 '천하제일의 산진(天下第一的山珍)'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두릅을 생나물로도 먹고, 볶음요리를 만들기도 한다. 간장에 절이거나 수프, 만두소 등 소를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맛의 소금에 절인 야채로 가공하기도 한다. 

 

두릅나무(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창골, 2022. 4. 30)

두릅나무의 나무껍질을 총목피(楤木皮)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봄에 채취하여 가시는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다. 총목피에는 강심배당체(强心配糖體)와 사포닌(saponin)이 들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총목피가 보기안신(補氣安神), 강정자신(强精滋腎), 활혈구어(活血驅瘀), 거풍(祛風), 소염(消炎), 이뇨의 효능이 있어 신경쇠약, 류머티성 관절염, 신염(腎炎), 간경변(肝硬變), 만성간염, 위장병, 당뇨병, 양허기약(陽虛氣弱), 신양부족(腎陽不足)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박과사전'에는 '위를 튼튼히 한다'고 했으며. '악생양술대전'에는 백전풍(白癜風, Vitiligo)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총목피를 거의 쓰지 않는다. 

 

'동의보감'에는 목두채(木頭菜, 두릅나물)에 대해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다. 삶아서 나물이나 김치를 만들어 먹는다. 여러 지방에 있는데 이른 봄에 캔다[속방].'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총목피가 올라 있지 않다. 

 

중문판 빠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랴오동총무(辽东楤木)에 대해 '동북산 두릅나무 뿌리 껍질의 사포닌 함량은 인삼의 약 3배이고, 다량의 올레아놀산을 함유하고 있다. 올레아놀산은 항염, 진정, 이뇨, 강심, 면역 및 항암 효과가 있다. 두릅나무의 뿌리껍질과 나무껍질은 약재로 사용되며 부종, 변비, 당뇨병, 위경련 등의 증상에 효과적이다. 황달성 간염과 이연형(迁延型) 만성 간염 치료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东北产辽东楤木根皮中总皂甙含量是人参根中的三倍左右, 含有大量的齐墩果酸, 齐墩果酸有抗炎, 镇静, 利尿, 强心, 免疫和防癌等作用. 龙芽槐木的根皮及树皮入药, 对浮肿, 便秘, 糖尿病, 胃痉挛等症有效, 对治疗黄疸性肝炎与迁延型慢性肝炎也有较好的疗效.)'고 나와 있다. 

 

일어판 위키백과에는 두릅나무 껍질과 뿌리 껍질에 대해 혈당강하(血糖降下), 건위(健胃), 정장(整腸)의 효능이 있어 당뇨병(糖尿病), 신장병(腎臓病), 고혈압(高血圧), 만성위염(慢性胃炎)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당뇨병은 치료보다는 예방과 악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

 

한강토에 자생하는 두릅나무 유사종에는 국표에 독활(獨活, Manchurian angelica, 땃두릅, 땅두릅), 땅두릅(Herbal aralia, 독활, 땃두릅, 토당귀) 등 두 종이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둥근잎두릅나무(Round-leaf Korean angelica), 애기두릅나무(Small-leaf Korean angelica)가 두릅나무 유사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독활[Aralia cordata var. continentalis (Kitag.) Y.C.Chu]은 한강토,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재배하기도 하며 주산지는 울릉도이다. 땅에서 나는 두릅이라 하여 땃두릅 또는 땅두릅이라고 한다. 봄에 돋아나는 순이 두릅과 아주 비슷하다. 꽃은 가지와 원줄기 끝 또는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큰 원뿔 모양 꽃차례가 자라며, 총상으로 갈라진 가지 끝에 우산 모양 꽃차례가 달린다. 높은 산에서 자라는 땃두릅나무[Tall Oplopanax, 학명 Oplopanax elatus (Nakai) Nakai]가 또 있는데, 이는 독활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땅두릅(Aralia cordata Thunb.)은 한강토와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키는 1~1.5m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기한다. 잎 길이는 50~100cm, 2회 우상복엽이다. 소엽은 각 깃조각에 5~9개이며, 넓은 달걀모양 또는 타원형이다. 꽃은 일가화이고, 7~8월에 연한 녹색으로 핀다. 가지와 줄기 끝 또는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우산 모양 꽃차례가 총상으로 달린다. 꽃을 제외한 전체에 짧은 털이 드문드문 있다.

 

둥근잎두릅나무[Aralia elata (Miq.) Seem. for. rotundata (Nakai) W. C. Lee]는 잎이 작고 둥글며 엽축의 가시가 크다. 애기두릅나무[Aralia elata f. canescens (Siebold & Zucc.) T.Yamaz.]는 잎 뒷면 특히 맥계에 갈색 또는 황색의 짧은 털이 있으며, 두릅나무에 비해 전체의 가시가 적다. 둥근잎두릅나무와 애기두릅나무는 국표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두릅나무 유사종에는 두릅나무 '바리에가타'(Aralia elata 'Variegata'), 두릅나무 '실버 엄브렐라'(Aralia elata 'Silver Umbrella'), 두릅나무 '충북 1'(Aralia elata 'Chungbuk 1'), 미국두릅(Aralia spinosa L.), 미국땅두릅(Aralia racemosa L.), 사할린두릅[Aralia cordata var. sachalinensis (Regel) Nakai], 중국두릅(Aralia chinensis L.) 등이 있다. 

 

2022. 6. 14. 林 山. 2023.1.24. 최종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