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마가목(馬牙木) '조심, 신중'

林 山 2022. 6. 15. 16:49

마가목(馬牙木)은 꽃도 예쁘지만 가을에 발갛게 열리는 열매도 아름답다. 가을에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다가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새빨간 마가목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산행의 고됨도 잊어버리게 된다. 마가목 열매를 따서 술을 담그면 맛과 향이 뛰어난 과일주가 된다. 빛깔도 좋다.    

 

마가목(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창골, 2022. 4. 30)

마가목(馬牙木)은 장미목 장미과 마가목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마가목이 관목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오류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큰 산을 오르다 보면 키가 크고 아름드리에 가까운 마가목을 종종 만나기 때문이다. 꽃말은 '조심, 신중'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김종직(金宗直)이 함양군수로 재직할 때인 1472년 초가을에 지리산을 등반하고 쓴 두류기행록(頭流記行錄)에는 마가목을 '馬價木'으로 표기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이나 물명고(物名攷)에도 '馬價木'으로 나온다. 1613년에 간행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마가목을 '정공등(丁公藤)'이라고 했다. 동의보감의 정공등은 종궈야오뎬(中國藥典)에 나오는 딩공텅(丁公藤, 학명 Erycibe obtusifolia Benth)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1780년에 박지원(朴趾源)이 쓴 열하일기(熱河日記)에는 마가목을 '馬家木'으로 표기했다.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반도 강점기 식물학자인 정태현은 마가목을 한자명 '馬牙木'으로 표기하고 봄에 새순이 돋아날 때 말의 이빨처럼 힘차게 솟아오른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마가목은 마아목이 변한 것으로 보았다. 

 

마가목 열매(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마가목의 학명은 소르부스 콤믹스타 헤들(Sorbus commixta Hedl.)이다. 영어명은 마운튼-애쉬(mountain-ash) 또는 재퍼니즈 로원(Japanese rowan), 재퍼니즈 마운튼-애쉬(Japanese mountain-ash)이다. 애쉬(ash)는 구주물푸레 또는 양물푸레나무이다. 로원(rowan)은 마가목(rowan tree, mountain ash)이다. 

 
마가목의 일어명은 나나카마도(ナナカマド, ななかまど, 七竈)이다. 나나카마도(七竈)라는 이름의 유래는 목재가 단단하고, 아궁이(竈)에 7번 넣어도 타지 않는다고 하는 설에서 유래했다. 또, 좋은 숯을 구우려면 7번 가마(竈)에 넣어야 한다고 해서 나나카마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 두 설은 사실과 들어맞지 않는다. 마가목은 실제로 불에 잘 타기 때문이다. 
 
마가목의 중국명은 치짜오(七灶, 번체 七竈) 또는 차오셴화치우(朝鮮花楸), 치짜오화치우(七灶花楸)이다. 이명에는 어우저우샤오화치우(欧洲小花楸), 허화치우(合花楸), 화치우슈(花楸樹) 등이 있다. 치짜오(七灶)는 나나카마도(七竈)와 같은 말이다. 화치우(花楸)는 '팥배나무', 'Service Tree'(Sorbus domestica, 마가목 무리나 그 열매) 등의 뜻이다. 일본명 나나카마도(七竈)는 중국에서 들어온 이름으로 추정된다. 헤이롱장장성 삼림식물원 노지재배식물(黑龙江省省森林植物园露地栽培植物) 목록에는 마가목이 르벤화치우(日本花楸)로 등재되어 있다. 
 
마가목을 잡화추(雜花楸). 일본화추(日本花楸), 천산화추(天山花楸), 마아목(馬牙木), 남등(南藤), 석남등(石南藤)이라고도 한다. 화추(花楸)라는 이름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마가목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와 일본 등 아시아이다. 마가목은 한강토와 일본을 비롯해서, 중국,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의 산지에 자란다. 울릉도에서는 바닷가에서 해발 900m 이상의 정상까지 분포한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서도 거의 정상까지 자라고 있다.

 

마가목(정선 함백산, 2022. 6. 11)

마가목의 뿌리는 원뿌리와 곁뿌리가 있다. 키는 6~8m 정도이다. 나무껍질은 황갈색이며, 일년생 가지에는 털이 없다. 동아는 털이 없으며, 점성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깃모양겹잎이다. 소엽은 9~13개이고 피침형에 예저이며, 길이 2.5~8cm이다. 잎 양면에는 털이 없다. 잎 표면은 녹색에 윤채가 없고, 뒷면은 연녹색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길고 뾰족한 겹톱니 또는 단거치가 있고, 턱잎이 일찍 떨어진다. 잎은 가을에 황적색으로 단풍이 든다.

 

꽃은 5~7월에 흰색으로 핀다. 복산방꽃차례는 지름 8~12cm로서 털이 없으며 가지끝에 달린다. 꽃 지름은 8~10mm이고, 암술대는 3개이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 5개이며, 수술은 20개이다. 열매는 둥근 이과(梨果)이다. 지름은 5~8mm이다. 이과는 9~10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마가목(정선 함백산, 2022. 6. 11)

마가목은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서 주요 조경수종으로 꼽힌다. 도로변이나 공원, 정원 등지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공해에는 약해서 도로변에는 심지 않는 것이 좋다. 마가목은 분재의 소재로도 이용된다. 줄기나 가지로는 지팡이, 망치자루 등을 만든다. 나무껍질은 염료로 이용된다.

 

마가목의 새순은 데쳐서 나물로 만들어 먹고, 가지는 백숙 등을 요리할 때 함께 넣고 끓이면 맛과 향이 더 좋아진다. 열매는 차나 술을 만드는데 이용하거나 생식할 수 있다. 마가목의 덜 익은 열매에 들어 있는 소르빈산(Sorbin acid)은 세균이나 곰팡이 증식을 억제하는 살균효과가 있어서 식품첨가물로 쓰인다. 열매는 차로 만들어 마신다. 마가자차는 갈증과 더위에 좋다. 

 

마가목 열매(지리산 중봉, 2005. 10. 16)

마가목, 당마가목, 산마가목의 줄기껍질을 정공피(丁公皮), 종자를 마가자(馬家子)라고 한다. 정공피는 강장(强壯), 거풍(祛風), 진해(鎭咳)의 효능이 있어 신체허약, 요슬산통(腰膝酸痛),풍습비통(風濕痺痛), 해수(咳嗽), 백발(白髮)을 치료한다. 마가자는 강장, 진해, 거담(祛痰), 이수(利水), 지갈(止渴)의 효능이 있어 해수, 기관지염, 폐결핵, 수종(水腫), 위염(胃炎), 신체허약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정공피나 마가자를 거의 쓰지 않는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정공피, 마가자가 올라 있지도 않다. 

 

동의보감에는 정공등(丁公藤, 마가목)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며[溫] 맛은 맵고[辛] 독이 없다. 풍증과 어혈을 낫게 하고 늙은이와 쇠약한 것을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허리힘, 다리맥을 세게 하고 비증[痺]을 낫게 한다. 흰 머리를 검게도 하고 풍사를 물리치기도 한다. ○ 일명 남등(南藤)이라고도 한다. 줄기는 마편초 같은데 마디가 있고 자갈색이다. 잎은 살구나무잎 비슷한데 뾰족하다. 아무 때나 베서 술에 담가 우러난 것을 먹는다[본초]. ○ 해숙겸(解叔謙)의 어머니가 병들어 귀신에게 빌었더니 이인(異人)이 나타나 약을 주기에 먹고 나았는데 그 약이 이것이다[남사].'라고 나와 있다.  

 

마가목 열매(지리산 중봉, 2005. 10. 16)

마가목의 유사종에는 잔털마가목(Hairy mountain ash), 왕털마가목(Red-hair mountain ash), 녹마가목(Red-brown mountain ash), 당마가목(Amur mountain ash), 흰털당마가목, 차빛당마가목, 넓은잎당마가목(Wide-leaf Amur mountain ash), 산마가목(Siberian mountain ash) 등이 있다. 팥배나무, 털팥배나무, 벌배나무(Lobulate-leaf Korean mountain ash), 긴팥배나무(Long-fruit Korean mountain ash), 왕잎팥배나무, 긴잎팥배나무(Oblong-leaf Korean mountain ash) 등도 마가목의 유사종이다. 

 

잔털마가목(Sorbus commixta var. pilosa Nakai)은 소엽의 길이가 9cm, 너비 1.8cm이고, 뒷면 주맥에 흰색 털이 있다. 왕털마가목(Sorbus commixta f. rufo-hirtella Nakai)은 잎 뒷면에 성긴 털이 있다. 녹마가목(Sorbus commixta var. rufo-ferruginea Schneid)은 꽃차례와 꽃받침통, 잎 뒷면, 특히 주맥에 길고 가는 갈색 털이 있다. 당마가목(Sorbus amurensis Koehne)은 동아가 흰털로 덮였으며, 일년생 가지에 다소의 털이 있다. 소엽은 13~15개이고 뒷면에 흰빛이 돈다. 중부 이북의 산지에 자란다. 흰털당마가목(Sorbus amurensis var. lanata Nakai)은 흰털마가목이라고도 한다. 당마가목과 비슷하지만 가지와 잎의 양면, 꽃대축에 흰털이 난다. 경상남북도에 자란다. 차빛당마가목(Sorbus amurensis var. rufa Nakai)은 당마가목과 비슷하나 잎 뒷면에는 갈색털이 밀생하고, 햇가지에는 갈색털, 꽃대에는 흰색털, 꽃받침에는 흰색 또는 갈색털이 난다. 넓은잎당마가목[Sorbus amurensis f. latifoliolata (Nakai) W.T.Lee]은 당마가목과 비슷하나 소엽의 너비가 16~27mm로서 넓다. 산마가목(Sorbus sambucifolia var. pseudogracilis C.K.Schneid.)은 함경도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키는 2m 정도이다. 일년생 가지에 잔털이 있고, 동아는 갈색털과 더불어 점질이 있다. 열매가 다소 작으며 과수가 처지지 않는다. 마가목에 비해 소엽의 수가 적고, 톱니는 대개 겹톱니다. 

 

팥배나무[Sorbus alnifolia (Siebold & Zucc.) C.Koch]는 잎이 타원상 달걀꼴이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이중거치가 있다. 꽃은 가지 끝 편평꽃차례에 6~10개가 달린다. 열매는 반점이 뚜렷하다. 털팥배나무[Sorbus alnifolia f. hirtella (Nakai) W.T.Lee]는 뒷면 잎맥의 털이 끝까 지 남아 있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붉은색에 반점이 뚜렷하다. 벌배나무[Sorbus alnifolia var. lobulata (Koidz.) Rehder]는 잎에 얕은 결각이 생긴다. 잎의 상부는 겹톱니로 되어 있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반점이 뚜렷하다. 긴팥배나무(Sorbus alnifolia var. lasiocarpa T.B.Lee)는 열매의 길이 12~14mm, 직경 6~7mm이다. 왕잎팥배나무(Sorbus alnifolia var. macrophylla)는 잎의 길이가 11cm이고, 열매의 길이가 1cm 이상이다. 왕팥배나무라고도 한다. 긴잎팥배나무[Sorbus alnifolia f. oblongifolia (Nakai) W.T.Lee]는 잎이 긴타원모양이다. 

 

2022. 6. 15.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