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까치박달 '견고'

林 山 2022. 6. 27. 20:21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까치박달이다. '박달'이라는 이름은 '정수리'의 뜻을 가진 '박'(頂) 또는 '밝음'을 뜻하는 'ᄇᆞᆰ'(明)과 '높음, 산'의 뜻을 가진 '달'(高, 山)의 합성어다. 박달나무는 밝고 높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 또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뜻이 되겠다. 

 

까치박달의 '까치'는 '작다'는 뜻이다. 설날의 전날인 섣달그믐날을 까치설이라고 한다. 까치설의 '까치'는 '작다'는 뜻을 가진 '아치'에서 온 것이다. '아치'의 첫소리가 격음화 되면서 '까치'로 변한 것이다. 까치박달은 박달나무보다 작은 박달나무라는 뜻이 되겠다. 

 

박달나무는 높이 30m, 지름 1m까지 자란다. 반면에 까치박달은 높이 15m, 지름 60cm까지 자란다. 그런데, 까치박달과 박달나무는 같은 속 식물이 아니다. 까치박달은 자작나무과 서어나무속, 박달나무는 자작나무과 자작나무속이다.   

 

까치박달(포천 광릉, 2022. 5. 8)

까치박달은 참나무목 자작나무과 서어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학명은 카르피누스 코르다타 블룸(Carpinus cordata Blume)이다. 속명 'Carpinus'는 켈트어로 '나무'라는 뜻의 'Car'(카)와 '머리'라는 뜻의 'pin'(핀)의 합성어로 '나무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종소명 'cordata'는 '심장(heart)'이라는 뜻의 '코르(cor)'와 '마음(mind), 판단(judgment)의 뜻을 가진 '아투스(ātus)'의 합성어 '코르다투스(cordatus)'에서 유래한 라틴어이다. '코르다투스(cordatus)'는 '심장형의(heart-shaped)'라는 뜻이다. 잎의 밑부분이 심장처럼 생긴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까치박달의 영어명은 코르다타 혼빔(Cordata hornbeam) 또는 하트-립 혼빔(Heart-leaf hornbeam)이다. 'hornbeam'은 '서어나무'를 말한다. 일어명은 사와시바(サワシバ, さわしば, 沢柴), 지방에 따라 사와시데(サワシデ, さわしで, 沢四手), 시바시데(シバシデ, しばしで, 柴四手), 미즈시데(ミズシデ, みずしで, 水四手), 마메시데(マメシデ, まめしで, 豆四手) 등으로 불린다. 중국명은 쳰진위(千金榆), 이명에는 쳰진으얼리(千金鹅耳枥), 빤라즈(半拉子) 등이 있다. 까치발달을 나도밤나무, 동목(棟木), 수박달(水朴達), 물박달, 천금유(千金楡)라고도 한다. 꽃말은 '견고'이다. 

 

까치박달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분포한다. 중국은 동베이(东北), 허난(河南), 샨시(陕西), 깐수(甘肃), 화베이(华北) 등지에 자란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의 산지 숲속에 분포한다. 

 

까치박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까치박달의 줄기는 높이 15m, 지름 60cm 정도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색으로서 거의 평활하고 세로로 갈라진다. 일년생 가지는 회색, 또는 암회갈색이며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동아는 가늘고 길이 2cm 정도로서 뾰족하다.

 

잎은 달걀꼴, 긴 달걀꼴 또는 타원형이다. 잎 길이는 7.5~10(14)cm, 너비 4~5(7)cm이다. 잎 모양은 점첨두 심장저이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이중거치가 있다. 측맥은 16~22쌍이다. 잎 표면은 털이 없으며, 뒷면은 잎겨드랑이와 맥 사이에 털이 있다. 잎자루는 길이 1~1.5cm로서 털이 있거나 없다. 과수가 달린 잎자루는 2~4cm로서 털이 없다. 다른 서어나무속 식물들에 비해 잎이 크고 잎맥이 많으며 평행한 잎맥이 도드라진다.

 

꽃은 암수한그루이다. 수꽃차례는 4~5월에 잎과 더불어 일년생 가지 끝에 달린다. 길이는 1~6cm이다. 수꽃은 각 포에 1개씩 달리고, 4~8개의 수술이 있으며, 수술대는 2개로 갈라진다. 암꽃차례는 가지 끝에서 밑으로 처진다. 암꽃이삭의 포가 조밀하게 겹쳐 있다. 길이는 6~8cm, 너비는 4.5cm에 원통형이다. 포는 양쪽에 톱니가 있고, 길이는 1.5~ 2cm이다.

 

과수는 길이 6~8cm, 폭 4.5cm로서 원통형이다. 엽상포는 양쪽에 톱니가 있고, 길이 1.5~2cm로서 달걀 모양이다. 윗부분에는 예거치가 있고, 기부는 5맥이 있으며, 뒷면은 털이 많다. 열매는 원통형으로 잎 모양의 과포가 빽빽하게 싸고 있어서 기다란 솔방울 모양을 만든다. 소견과는 타원형이고, 길이 3~4mm로서 털이 없다. 종자는 9월에 익는다.

 

까치박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까치박달은 한여름에 무성하게 자라는 주름잡힌 잎과 초봄에 피어 엽상으로 매달리는 꽃, 가을에 익는 열매가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어 관상 가치가 있다. 목재는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할 뿐 아니라 무겁고 갈라지지 않아 탈을 만들거나 기구재, 세공재, 완구재, 기계재, 건축재 등에 사용된다. 또한 농기구재, 땔감, 방적목관, 표고버섯 재배원목으로도 쓰인다.

 

까치박달의 뿌리껍질을 소과천금유(小果千金楡)라 하며 약용한다. 소과천금유는 피로권태(疲勞倦怠), 타박상, 옹종(癰腫), 임병(淋病)을 치료한다.(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중국에서는 까치박달의 과수를 빤라즈(半拉子)라 한다. 건위소식(健胃消食)의 효능이 있어 비위허약(脾胃虚弱), 식욕부진(食欲不振), 완복창만(脘腹胀满), 소화불량(消化不良)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소과천금유나 빤라즈를 거의 쓰지 않는다. 

 

까치박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까치박달의 유사종에는 소사나무(Korean Hornbeam), 서어나무(Red-Leaved Hornbeam, 서나무), 산서어나무, 개서어나무(Yeddo Hornbeam), 긴서어나무, 왕서어나무, 당개서어나무, 왕개서어나무 등이 있다. 한국에는 12종의 서어나무속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이중 서어나무와 까치박달이 흔하다.

 

소사나무(Carpinus turczaninowii Hance)는 일년생 가지와 잎자루에 털이 밀생한다. 잎은 길이 2~5cm이다. 잎 뒷면 맥 위에 털이 많고, 턱잎은 선형이다. 서어나무[Carpinus laxiflora (Siebold & Zucc.) Blume]는 나무껍질이 검은 회색이고, 울퉁불퉁하다. 잎은 어릴 때는 붉은색이고, 타원형 또는 긴 달걀모양이다. 잎 뒷면 맥 위에 잔털이 있다. 산서어나무(Carpinus turczaninowii)는 턱잎이 선형으로 겨울철에도 달려 있다. 잎은 난상 타원형, 달걀모양 또는 넓은 달걀모양이다. 개서어나무(Carpinus tschonoskii Maxim.)는 줄기껍질이 회색이고 울퉁불퉁하지만 터지지 않는다. 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꼴 타원형에 점첨두이며, 원저 또는 넓은 예저이다. 잎 표면과 뒷면 맥 위에 복모가 있다. 잎자루에도 털이 있다. 긴서어나무(Carpinus laxiflora var. longispica Uyeki)는 꽃차례의 길이가 13~15cm, 대의 길이가 4~4.5cm이다. 왕서어나무(Carpinus laxiflora var. macrophylla)는 잎이 둥근 타원형이고, 길이 7~9cm, 너비 5~5.5cm이며, 엽병의 길이가 8~25mm이다. 당개서어나무(Carpinus tschonoskii var. brevicalycina Nakai)는 백양산과 지리산에서 자란다. 소견과의 윗부분이 화피 밖으로 나온다. 왕개서어나무(Carpinus tschonoskii var. eximia)는 잎 길이가 9~10.5cm, 너비 5.5~6cm이ek. 소견과는 화피로 둘러싸여 있다.

 

2022. 6. 27.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