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사프란 '지나간 행복'

2022년 7월 16일 새벽 5시에 잠이 깨어 베란다에 나가보니 어느새 피었는지 나도사프란이 배시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도사프란은 수더분하고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운 분홍색 꽃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과는 달리 나도사프란은 독초이다. 섭취하면 구토, 경련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나도사프란은 백합목 수선화과 나도사프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제피란테스 카리나타 허브(Zephyranthes carinata Herb.)이다. 속명 'Zephyranthes'(영어식 발음은 제피랜더스)는 '서풍의 신'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 '제피로스(zéphuros)와 '꽃'의 뜻을 가진 '안토스(anthos)'의 합성어에서 파생되었다. 그러니까 'Zephyranthes'는 '서풍화(西風花)'란 뜻이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알 수 없다. 종소명 'carinata'는 '背稜がある(배릉이 있다)'라는 뜻이다. 잎 뒤에 있는 능선을 말한다. 'Herb'는 '향초(香草)'란 뜻이다. 꽃말은 '지나간 행복, 즐거움, 기대'이다. 

 

나도사프란은 백합목 붓꽃과 크로커스속의 여러해살이풀인 사프란(네덜란드어 saffraan, 영어 Saffron)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사프란의 학명은 크로쿠스 사티부스 린네(Crocus sativus L.)이다. 

 

나도사프란(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2022. 7. 16)

나도사프란의 영어명은 로즈핑크 제퍼 릴리(rosepink zephyr lily) 또는 핑크 레인 릴리(pink rain lily)이다. 'rosepink'는 '장밋빛', 'zephyr'는 '산들바람', 'lily'는 백합이란 뜻이다. 'rain'은 비가 내려 구근에 충분히 수분이 공급되어야 꽃이 피는 습성을 나타낸다. 'lily'는 꽃 모양이 백합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나도사프란의 중국명은 쥬란(韭蘭)이다. '쥬(韭)'는 '부추', '란(蘭)'은 '란초'이다. 이파리가 부추를 닮은 란초라는 뜻이다.  쥬란(韭蘭)의 이명(異名)에는 쥬롄(韭蓮), 펑위화(风雨花), 펑위란(風雨蘭) 등이 있다. 이파리의 모양과 습성에 따라 붙인 이름이다. 

 

일어명은 사후란모도키(サフランモドキ, 洎夫藍擬き)이다. '사후란(洎夫藍)'은 네덜란드어 '사프란(saffraan)'을 음역한 것이다. '모도키(擬き)'는 '닮은 것'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가짜 사프란'이란 뜻이다. 

 

나도사프란의 원산지는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남미이다. 일본이나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귀화식물이다. 한강토의 남부 지방에서는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온실에서 키우기도 한다. 

 

나도사프란의 비늘줄기는 파의 비늘줄기와 비슷하다. 비늘줄기에서 5~7개의 잎이 나온다. 잎은 납작한 선형으로 표면에 얕은 홈이 있고 뒷면에는 능선이 있다. 잎의 윗부분은 녹색이고 밑부분은 붉은색이다. 꽃대의 길이는 30cm 정도이다. 

 

여름철에 가장 밖에 달려 있는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발달하여 그 끝에 분홍색 꽃이 1개 달린다. 화피는 6갈래로 갈라지고 수평으로 퍼진다. 밑부분은 통같이 되고 녹색이다. 수술은 6개이다. 꽃밥은 흔들리고 황색이다. 씨방은 하위로서 밑에 대가 있으며 막질의 포로 둘러싸여 있다.

 

나도사프란은 1845년경 일본에 들어왔다. 외국에서 반입된 파인애플의 재배토에 나도사프란이 딸려 들어온 것을 노다 세이카(野田青葭)가 발견하고 키웠다. 노다는 이것을 사프란이라고 잘못 판단했다. 노다의 실수는 메이지(明治, 1867~1912) 시대에 들어와서야 바로잡아졌다.    

 

나도사프란의 유사종에는 흰꽃나도사프란이 있다. 흰꽃나도사프란[Zephyranthes candida (Lindl.) Herb.]은 잎이 너비 0.2~0.4cm로서 나도사프란보다 더 좁다. 꽃이 흰색이고 화관의 통 부분이 매우 짧아서 나도사프란과 구분된다.

 

2022. 7. 16.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