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선씀바귀 '평화'

林 山 2022. 7. 16. 12:07

민들레는 노란색 꽃보다 흰색 꽃이 드물다. 선씀바귀도 그렇다. 노랑선씀바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비해서 선씀바귀는 좀 드문 편이다. 

 

선씀바귀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뿌리에서 나는 잎이 꼿꼿하게 선다고 해서 선씀바귀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다. 그럴듯하다. 또, 선씀바귀의 한자명은 산고채(山苦菜)이다. 그런데, '산고채'의 접두어 '산'이 '선'으로 변해서 선씀바귀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설도 그럴듯하다. 이 설이 맞다면 씀바귀는 들씀바귀, 선씀바귀는 산씀바귀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선씀바귀(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선씀바귀는 초롱꽃목 국화과 선씀바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익세리스 스트리고사 (헥또르 레비예 & 배니오트) 박재홍 & 가와노[Ixeris strigosa (H.Lev. & Vaniot) J.H.Pak & Kawano]이다. 속명' Ixeris'는 인디언이 쓰는 고유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북미와 유럽에는 씀바귀속 자체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씀바귀속과 비슷한 식물에 대해 인디언들이 불렀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종소명 'strigosa'는 '단단하고 뾰족하며 까칠까칠한 면이 있는'의 뜻이라고 한다. 열매의 끝이 단단하고 털이 있어 깔깔한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선씀바귀의 영어명은 숏 브리슬-라이크 헤어드 익세리스(Short bristle-like haired ixeris)이다. '짧고 뻣뻣한 털이 있는 씀바귀'라는 뜻이다. 열매의 흰색 관모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일어명은 다카사고소우(タカサゴソウ, たかさごそう, 高砂草)이다. 흰꽃을 백발로 보고 요쿄쿠(謡曲) '다카사고(高砂)'의 도모시라가(共白髪, 백년해로)에 빗대어 붙인 것이다. '다카사고(高砂)'는 다정한 노부부(老夫婦)의 전설을 다룬 요쿄쿠의 하나다. 축복하는 뜻에서 혼례 자리에서 많이 불린다고 한다. 중국명은 추마오투즈차이(粗毛兔仔菜)이다. 

 

선씀바귀의 이명에는 자주씀바귀, 쓴씀바귀, 산고채(山苦菜), 거과채, 선사라구 등이 있다. 본초명에는 고거(苦苣), 고채(苦菜), 사엽고채(絲葉苦菜), 산고매(山苦買), 활혈초(活血草) 등이 있다. 꽃말은 '평화'이다.  

 

선씀바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혼슈와 시코쿠, 규슈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산기슭의 풀밭이나 강둑, 잔디밭, 길가 등에서 흔히 자란다.

 

선씀바귀(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선씀바귀의 뿌리는 지름이 약 2mm 정도이다. 키는 20~5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밑에서 여러 대가 나오고 전체에 털이 없으며, 자르면 유백색의 진액이 나온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으며 로제트형으로 퍼지고, 꼿꼿하게 선다. 잎 모양은 거꿀피침모양 또는 도피침상 긴 타원형이며 예두 또는 둔두이다. 잎 길이는 8~24cm, 나비는 5~15mm로서 가장자리에 치아모양톱니가 있거나 우상으로 갈라지며 밑부분이 좁아지다가 엽병으로 된다. 원줄기는 화경상이고 1~2개의 잎이 달린다. 줄기잎은 길이 1~4cm로서 밑부분이 원줄기를 감싸지만 이저(耳低)로는 되지 않고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우상으로 갈라진다. 꽃차례의 잎은 길이 2~4mm로서 피침형이다.

 

꽃은 5~6월에 흰색 또는 연한 보라색이 도는 흰색으로 핀다. 두상화의 지름은 2~2.5cm로서 원줄기 끝에 편평꽃차례에 20개 정도가 달린다. 포는 길이 9~10mm이고, 포편은 2줄로 배열된다. 외편은 길이 1~3.5mm이고 내편은 8개이다. 낱꽃은 23~27개로서 흰색 또는 연한 보라색을 띤 흰색이다. 낱꽃 길이는 12mm이고, 판통은 길이 3.5mm로서 털이 없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피침형으로 납작한 홍갈색이다. 열매의 길이는 5.5~7mm이고 10개의 능선이 있다. 관모는 길이 6mm로서 흰색이다. 종자는 7월에 익는다.

 

선씀바귀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이른 봄에 뿌리와 어린싹을 나물로 식용한다. 뿌리채 캐어 잘 씻은 다음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에 무치면 입맛을 북돋아주는 좋은 나물이 된다. 상추 등 다른 나물과 함께 겉절이를 만들어도 좋다. 김치를 담기도 한다.

 

선씀바귀와 씀바귀의 전초(全草)를 산고매(山苦蕒)라 하며 약용한다. 소종생기(消腫生肌), 청열해독(淸熱解毒), 사폐(瀉肺), 양혈(凉血), 거부(祛腐)의 효능이 있어 독사교상(毒蛇咬傷), 요로결석(尿路結石), 무명종독(無名腫毒), 음낭습진(陰囊濕疹), 폐렴(肺炎), 타박상, 골절(骨折)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선씀바귀(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선씀바귀의 유사종에는 갯씀바귀, 벌씀바귀, 좀씀바귀, 벋음씀바귀, 냇씀바귀, 노랑선씀바귀, 가새씀바귀, 함흥씀바귀 등이 있다. 갯씀바귀[Ixeris repens (L.) A.Gray]는 손바닥 모양의 잎이 3~5장 모여 난다. 벌씀바귀(Ixeris polycephala Cass.)는 줄기잎의 밑 모양이 귀 모양이다. 좀씀바귀(Ixeris stolonifera A.Gray)는 잎자루가 잎몸보다 길다. 벋음씀바귀[Ixeris debilis (Thunb.) A.Gray]는 줄기가 바닥을 긴다. 냇씀바귀[Ixeris tamagawaensis (Makino) Kitam.]는 뿌리에서 나는 잎이 선 모양이고, 잎자루가 없다. 노랑선씀바귀[Ixeris chinensis (Thunb.) Nakai]는 선씀바귀와 비슷하나 꽃이 노란색이다. 가새씀바귀[Ixeris chinensis subsp. versicolor (Fisch.) Kitam.]는 두해살이풀이다. 밑에서도 가지가 나온다. 함흥씀바귀[Ixeris chinodebilis Kitam.]는 함경남도 함흥에 분포한다. 잡종으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2. 7. 16.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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