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름덩굴은 꽃이 좀 특이하게 생긴 식물 가운데 하나다. 암꽃과 수꽃의 모양도 다르다. 암꽃은 크고 수꽃은 작다. 열매인 으름은 한국바나나(Korean banana)라고도 한다. 생긴 모습이 꼭 난쟁이 바나나 같다.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세로로 갈라지면서 하얀 과육과 검은 씨가 드러난다. 과육은 크림처럼 달콤한 맛이 난다. 하지만 씨가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과육은 얼마 되지 않는다.
으름덩굴은 비뇨기 계통의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이기도 하다. 봄에 나오는 새싹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이처럼 으름덩굴은 꽃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아주 이로운 덩굴식물이다.
으름덩굴은 미나리아재비목 으름덩굴과 으름덩굴속의 낙엽 활엽 덩굴식물이다. 학명은 아케비아 퀴나타 (후투인) 드케슨[Akebia quinata (Houtt.) Decne.]이다. 속명 'Akebia'는 으름덩굴의 일어명 아케비(アケビ, 木通·通草)를 라틴어로 표기한 것이다. 종소명 'quinata'는 '5의. 5개'라는 뜻으로 으름덩굴의 작은 잎이 5장임을 나타낸다. 명명자 'Houtt'은 네덜란드 박물학자 마르티뉘스 후투인(Martinus Houttuyn), 'Decne'은 프랑스의 식물학자 조제프 드케슨(Joseph Decaisne)이다.
으름덩굴의 영어명은 파이브-리브드 아케비아(Five-leaved akebia)이다. 영어명도 작은 잎이 5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명은 우예무통(五叶木通), 이명에는 무통(木通), 양카이커우(羊开口), 예무과(野木瓜), 통차오(通草), 통퉈무(通脱木) 등이 있다. 통퉈무(通脱木)의 고칭은 훠퉈(活莌)이다. 통탈목[Tetrapanax papyriferus (Hook.) K.Koch]은 전혀 다른 식물이다.
으름덩굴의 일어명은 아케비(アケビ, あけび, 木通·通草) 또는 아케비츠루(アケビツル, あけびつる, 木通蔓·通草蔓)이다. 지방에 따라 아케비카즈라(アケビカズラ, あけびかずら, 木通蔓·通草蔓), 아쿠비(アクビ, あくび), 아케츠비(アケツビ)라고도 한다. '아케비(アケビ)'의 어원은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갈라진다고 해서 붙은 아케미(あけみ, 開け実)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열매의 색이 붉은색이라는 뜻의 아카미(アカミ, 赤実)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 설은 으름이 익으면 자색(紫色)으로 변하기에 무리가 있다. 또, 으름덩굴과의 무베(ムベ, むべ, 郁子, 멀꿀)를 가을에 열매가 된다고 해서 아키무베(アキムベ)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변해서 '아케비(アケビ)'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무베(ムベ)를 도키와아케비(トキワアケビ , ときわあけび, 常磐木通)라고도 한다. 아케비(アケビ)의 한자명 모쿠츠우(もくつう, 木通)는 줄기를 잘라서 불면 공기가 통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츠우소우(ツウソウ, 通草)'도 같은 의미다. 다만 '츠루(つる, 蔓)'을 '소우(そう, 草)'로 표현한 것이다.
으름덩굴을 으름, 목통(木通), 통초(通草), 만년등(萬年藤), 임하부인(林下婦人), 졸갱이, 유름(제주도), 목통여름이라고도 한다. 열매가 줄기에 매달린 채 익으면 껍질이 갈라져 가운데가 벌어지는데 그 모양이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고 하여 임하부인이라 하였다. '아은 땐(아이때) 조쟁이(남성성기)가 되고 어룬되민(어른되면) 보댕이(여성성기)되는 것은?' 하고 묻는 제주도 수수께끼가 있다. 으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과육을 먹으면 씨앗이 씹히면서 차가운 느낌이 전해져 얼음 같은 느낌이 난다 하여 얼음이라고 했다가 으름으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꽃말은 '재능'이다.
으름덩굴의 원산지는 아시아이다. 으름덩굴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강원도를 제외한 황해도 이남 지방에 분포한다. 산과 들의 해발 50~1,300m 지역 산기슭 수림 속, 인가 부근, 숲 가장자리에서 자란다.
으름덩굴의 뿌리는 길고 비대하며, 천근성이다. 덩굴 줄기는 5~10m 정도까지 자란다. 가지에는 털이 없으며 갈색이다. 잎은 새 가지에서는 어긋나기, 오래된 가지에서는 모여나기한다. 줄기는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잎은 달걀모양의 작은 잎 5개가 모여 손바닥을 펼친 것 같은 겹잎을 만든다. 잎끝은 오목하며 원저 또는 넓은 예저이다. 잎 길이는3~6cm, 너비는 1~4.5cm이다. 잎 양면에는 털이 없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4월 말~5월 중순에 잎과 더불어 짧은 가지의 잎 사이에서 나오는 짧은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수꽃은 작고 많이 달리며, 6개의 수술과 암꽃의 흔적이 있다. 암꽃은 크고 적게 달리며, 지름이 2.5~3cm로서 보랏빛의 갈색이 난다. 암술은 6~9개이며, 방사상으로 붙어 있다. 꽃잎은 없으며 3개의 꽃받침 잎이 있다.
열매는 장과이다. 장과는 길이 6~10cm로서 긴 타원형이다. 열매는 10월에 갈색으로 익고 복봉선(腹縫線)으로 터지며 종자가 분산된다. 과피가 두껍고 과육은 먹을 수 있다.
으름덩굴은 정원에 틀을 만들어 올리거나 담벽, 나무 등에 올려서도 관상한다. 줄기는 꽃꽂이의 소재로도 인기가 있다. 열매는 식용하고, 새순과 어린 줄기를 나물로 먹는다. 어린 잎은 말려 차 대신 마시거나 씨에서 기름을 뽑아 사용하기도 한다. 줄기는 바구니 등의 세공재로 쓴다. 초봄에 줄기에서 채취한 수액은 민간에서 골다공증, 당뇨병, 위장병, 심장병 치료에 쓰인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으름덩굴, 여덞잎으름덩굴의 줄기를 본초명 목통(木通), 과실을 찰월찰(八月札), 뿌리를 목통근(木通根), 종자를 예지자(預知子)라고 한다.'고 나와 있다. 본초학 교과서에는 으름덩굴의 목질경(木質莖)을 목통으로 쓴다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의 본초명은 통초(通草)이다. 중국에서는 쥐방울덩굴과 쥐방울덩굴속의 등칡(關木通, Aristolochia manshuriensis Kom.),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의 소목통(小木通, 川木通, Clematis armandii Franch.)과 수구등(绣球藤, Clematis montana Buch. Ham.)을 목통의 기원식물로 하고 있다.
본초학에서 목통은 이수삼습약(利水滲濕藥) 가운데 이뇨통림약(利尿通淋藥)으로 분류된다. 이뇨통림약 가운데 목통은 차전자(車前子) 다음으로 중요한 약이다. 사화행수(瀉火行水), 통리혈맥(通利血脈)의 효능이 있어 소변적삽(小便赤澁), 임탁수종(淋濁水腫), 흉중번열(胸中煩熱), 후비인통(喉痺咽痛), 편신구통(遍身拘痛, 전신 경직통), 부녀경폐(婦女經閉), 유즙불통(乳汁不通) 등을 치료한다.
팔월찰은 이기지통(理氣止痛), 서간(舒肝), 활혈(活血), 제번(除煩), 이뇨의 효능이 있어 간위기통(肝胃氣痛, 心窩部痛), 위열(胃熱)로 인한 식매(食呆), 번갈(煩渴), 적백이질(赤白痢疾), 요통(腰痛), 협통(脇痛, 늑막염), 헤르니아(Hernia, 탈장), 월경통, 자궁하수(子宮下垂), 혈뇨, 탁뇨(濁尿), 요관결석(尿管結石) 등을 치료한다. 목통근은 거풍(祛風), 이뇨(利尿), 행기활혈(行氣活血), 보신보정(補腎補精)의 효능이 있어 류머티스 관절통, 소변곤란, 위장기창(胃腸氣脹), 탈장, 경폐(經閉), 타박상 등을 치료한다. 예지자는 거풍(祛風), 보오로칠상(補五勞七傷)의 효능이 있어 현벽(痃癖), 기괴(氣塊), 천행온역(天行溫疫), 중악실음(中惡失音, 갑자기 졸도하여 목소리를 잃는 것)을 치료한다. 숙식(宿食), 번민(煩悶), 소변불리, 약독(藥毒) 등을 치료한다. 충사교상(蟲蛇咬傷)에는 짓찧어 바른다. 팔월찰, 목통근, 예지자는 본초학 교과서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통초(通草, 으흐름너출)에 대해 '성질은 평(平)하고(약간 차다[微寒]고도 한다) 맛은 맵고 달며[辛甘] 독이 없다. 다섯 가지 임병을 낫게 하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며 관격(關格)된 것을 풀어 주고 수종(水腫)을 낫게 하며 번열(煩熱)을 멎게 하고 9규(九竅)를 잘 통하게 한다. 말소리를 잘 나오게 하고 비달(脾疸)로 늘 자려고만 하는 것을 낫게 한다. 유산시키고 3충(三蟲)도 죽인다. ○ 산에서 자라는데 덩굴로 뻗으며 굵기가 손가락과 같고 마디마다 2~3개의 가지가 붙었다. 가지 끝에 5개의 잎이 달렸고 열매가 맺히는데 작은 모과 비슷하다. 씨는 검고 속은 흰데 먹으면 단맛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연복자(燕覆子)라고 한다. 음력 정월, 2월에 가지를 베어 그늘에서 말린다. ○ 줄기에 가는 구멍이 있어 양쪽 끝이 다 통한다. 한쪽 끝을 입에 물고 불 때 공기가 저쪽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본초]. ○ 통초는 즉 으름덩굴이다. 속이 비고 결이 있어 가볍고 색이 희며 아주 곱다. 껍질과 마디를 버리고 생것으로 쓴다. 12경맥을 통하게 하기 때문에 통초라고 했다[입문]. ○ 으름덩굴의 성질은 평(平)하고 맛은 달며 슴슴하다[甘淡]. 오줌이 잘 나가지 않는 데 쓴다. 소장의 열을 내리며 경맥을 통하게 하고 9규(九竅)를 잘 통하게 한다[탕액]. ○ 으름덩굴과 통초는 한 가지 식물이다. 곳곳에 있다. 강원도에서 나는 한 종류의 덩굴을 으름덩굴이라고 한다. 빛은 누르고 맛은 쓰며[苦] 습열을 사하고 오줌을 잘 누게 하는 효과가 있다. 헌데를 아물게 하는 데도 역시 효과가 있다. 이것은 다른 식물이다. 혹은 목방기(木防己)라고도 한다. 습(濕)을 사하는 데 가장 좋다[속방]'고 나와 있다. .
또, 통초자(通草子, 통초열매)에 대해서는 '연복자(燕覆子)라고 하는데 으름덩굴의 열매이다. 줄기는 으름덩굴 또는 통초라고 한다. 음력 7~8월에 따는데 성질은 차고[寒] 맛은 달다[甘]. 위열(胃熱)과 반위증(反胃證)을 낫게 하며 3초(三焦)의 열을 내리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속을 시원하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본초]', 통초근(通草根, 통초뿌리)에 대해서는 '즉 으름덩굴의 뿌리다. 목 아래의 영류(癭瘤)를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으름덩굴의 유사종에는 멀꿀(Japanese Staunton Vine, ムベ). 여덟잎으름(Eight-leaf chocolate vine), 세잎으름덩굴 등이 있다. 멀꿀[Stauntonia hexaphylla (Thunb.) Decne]은 상록성 덩굴로, 잎은 두꺼운 가죽질이고 5~6장의 소엽이 모여 1장의 잎을 이룬다. 열매는 타원형이고 껍질이 두꺼우며, 익으면 벌어지기도 한다. 속에 든 과육은 맛이 좋다. 여덟잎으름[Akebia quinata f. polyphylla (Nakai) Hiyama]은 소엽이 6~9개이며 속리산, 장산곶 및 안면도에서 자란다. 세잎으름덩굴[Akebia trifoliata (Thunb.) Koidz.]은 개량된 품종으로 으름덩굴 중 가장 단 맛이 강하고 크기도 크다. 작은 잎 3장이 모여서 달린다.
2022. 7. 14.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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