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제비붓꽃 '우아한 심정'

林 山 2022. 7. 11. 18:34

2022년 5월 초순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연못가에는 때마침 제비붓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처음에는 꽃창포로 착각했으나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제비붓꽃이었다.  

 

제비붓꽃은 멸종위기 2급으로 보호하고 있는 식물이다. 제비붓꽃의 외꽃덮이조각(外花被片,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 꿀 안내선(honey guide)에는 노란색의 단순한 역삼각형 무늬만 있다. 드물게 흰색 무늬도 있다. 붓꽃은 외꽃덮이조각 안쪽에 하얗고 노란 그물무늬가 있다. 바로 이것이 제비붓꽃과 붓꽃의 차이점이다.  

 

제비붓꽃(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제비붓꽃은 백합목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이리스 라에비가타 피셔(Iris laevigata Fisch.)이다. 속명 'Ir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비의 여신 이리스(Iris)에서 유래한 것이다. 나비를 통해 하늘과 지상을 오가는 신들의 심부름꾼으로 무지개 나비여신이라고 한다. 무지개처럼 꽃이 아름답고 꽃 색의 변화가 많다는 뜻을 담고 있다. 종소명 'laevigata'는 '윤기나는, 매끈매끈한, 반들반들한'의 뜻을 가진 라틴어 'lēvis'에서 파생된 말이다. 제비붓꽃의 매끈한 잎을 표현한 것이다.

 

'피셔(Fisch.)'는 세 명이 있다. 에마누엘 프리드리히 루트비히 피셔(Emanuel Friedrich Ludwig Fischer, 1828~1907)는 스위스의 식물학자이다. 그는 주로 현화식물(顯花植物, phanerogams)과 은화식물(隱花植物, cryptogamous plants)을 연구했다. 알프레드 피셔(Alfred Fischer, 1858~1913)로 독일의 식물학자다. 피셔는 식물 병리학에서 박테리아의 역할에 대해 어윈 프링크 스미스(Erwin Frink Smith)와 벌인 논쟁으로 유명하다. 에두아르트 피셔(Eduard Fischer, 1861~1939)는 루트비히 피셔의 아들로 스위스의 식물학자이자 균류학자다.   

 

제비붓꽃의 영어명은 래빗-이어 아이리스(Rabbit-Ear Iris)이다. 내화피의 모습이 쫑긋하게 세워진 토끼의 귀를 닮았다는 뜻이다. 일어명은 가키츠바타(カキツバタ, かきつばた, 燕子花, 杜若)이다. 보라색의 꽃이 제비의 날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중국명은 옌즈화(燕子花), 이명에는 마란화(马兰花), 핑예위안웨이(平叶鸢尾), 꽝예위안웨이(光叶鸢尾)이다. 꽃말은 '우아한 심정, 행운'이다. 

 

제비붓꽃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호주 서부에도 유입이 되었다. 한강토에서는 지리산과 북부 지방의 연못이나 개울가 또는 강기슭의 진펄에 자생한다. 많은 원예품종이 있다.

 

제비붓꽃(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화단, 2006. 6. 18)

제비붓꽃의 근경은 굵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섬유로 싸여 있다. 카는 50~7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추서며 원주형이고 모여난다. 잎은 길이 40~60cm, 나비 2~3cm로서 검상(劍狀)의 넓은 선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주맥이 없고 질기다. 길이는 대개 화경보다 길게 나온다.

 

꽃대는 곧추서며 밑부분에 잎이 2줄로 달리고 윗부분에 1개의 잎이 있다. 꽃은 5~6월에 짙은 자주색으로 피며, 보통 3개씩 달린다. 외꽃덮이는 판연이 길이 6~7cm로서 뒤로 처지고 타원형 둔두이며, 밑부분의 중앙이 노란색이고, 뵤족한 부분은 판연 길이의 1/2 정도이다. 내꽃덮이는 서고 거꿀피침모양이다. 3개의 수술은 암술머리 뒷면에 숨겨져 있다. 꽃밥은 흰색이다. 암술대는 3개로서 다시 2개씩 갈라지며 열편은 타원형이다. 씨방은 하위이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길이 5cm 정도로 3개의 둔한 능선이 있으며 양끝이 둔하고 3개로 갈라진다. 종자는 갈색이고 반원형이며 갈색의 광택이 난다.

 

제비붓꽃은 꽃이 아름답고, 잎이 시원스럽게 생기고 날씬해서 습지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뿌리는 민간에서 거담약(祛痰藥)으로 쓰인다. 

 

제비붓꽃(지리산 성제봉, 2006. 7. 23)

제비붓꽃의 유사종에는 붓꽃(Irises, 溪蓀, 창포붓꽃), 꽃창포, 대청부채(Vesper iris, 얼이범부채), 부채붓꽃(Wild flag iris), 솔붓꽃(Beardless iris, 자포연미, 자석포), 난장이붓꽃(Single-flower iris, 용골단화연미), 각시붓꽃(Long-tail iris), 금붓꽃(Grassy-leaf yellow iris), 노랑붓꽃(Dwarf-woodland Korean iris), 타래붓꽃 등이 있다. 

 

붓꽃(Iris sanguinea Donn ex Horn)은 외꽃덮이조각이 넓은 거꿀달걀모양으로 퍼지고 조부는 황색 바탕에 자색 줄무늬가 있다. 꽃창포[Iris ensata var. spontanea (Makino) Nakai]는 바깥 화피편 안쪽에 단순한 노란색 역삼각형 무늬가 있다. 잎의 크기가 대형이며 창포와 비슷하게 생겼으므로 '꽃이 피는 창포'라는 의미에서 꽃창포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창포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대청부채(ris dichotoma Pall.)는 대청도, 백령도의 해안가 절벽에 자생하며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꽃색은 분홍색이다. 부채붓꽃(Iris setosa Pall. ex Link)은 자생지가 북부 지방이고 6월 중순에 개화한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꽃색은 보라색이다. 잎은 칼모양이며 어긋나고 2줄로 배열되어 부채살처럼 벌어진다.

 

솔붓꽃(ris ruthenica KerGawl.)의 뿌리로 옛날 무명을 짜던 시절에 풀칠하던 솔을 만들었다. 솔붓꽃의 뿌리가 각시붓꽃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강인하다. 잎은 비스듬히 서며 칼 모양이고 길이 15cm 너비 4mm 정도로 선형이다. 난장이붓꽃(Iris uniflora var. caricina Kitag.)은 키가 5~8cm 정도이다. 붓꽃에 비해 키가 상대적으로 더 작으나 꽃은 크고 아름답다.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의 꽃대는 높이 5~15cm 정도이다. 잎은 길이 30cm, 나비 2~5mm 정도이다. 금붓꽃(ris minutoaurea Makino)은 꽃이 황금색이다. 노랑붓꽃(Iris koreana Nakai)은 꽃이 노란색이다. 금붓꽃과 비슷하지만 잎이 보다 크고 나비가 2~3배나 되며 꽃이 항상 2개씩 달린다. 타래붓꽃[Iris lactea var. chinensis (Fisch.) Koidz.]은 잎이 가는 검상(劍狀)의 선형이고 비틀리며 끝이 날카롭다. 꽃은 연한 자주색이다. 붓꽃과 비슷하지만 잎이 비틀려서 꼬이기 때문에 타래붓꽃이라고 한다.

 

2022. 7. 11. 林 山. 2022.10.28.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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