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청나래고사리 '신비, 요술'

林 山 2022. 7. 8. 16:46

2022년 5월 초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탐방로 한쪽 응달진 곳에는 청나래고사리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시원스럽게 뻗어나간 줄기와 가지런하게 배열된 이파리를 보니 공원이나 정원 습지에 조경용 또는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나래'는 '푸른 날개'라는 뜻이다. 이파리가 푸른 날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청나래고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사리의 어원은 '굽었다'는 뜻의 '곡(曲)'에서 'ㄱ'이 탈락한 '고'와 '풀(草)'이라는 뜻의 '사리'가 합쳐져서 된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 새순이 나올 때 줄기가 말린 모양을 뜻하는 '곡(曲)'과 '실(絲, 사)' 같이 하얀 털이 식물체에 붙어 있는 데서 곡사리(曲絲里)라 불리다가 고사리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청나래고사리는 2011년도에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에서 수입이 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죽순과 함께 청나래고사리 잠정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일본산 농수산물은 각종 편법을 통해 여전히 국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나래고사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청나래고사리는 고사리목 면마과 청나래고사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마테우치아 스트루티오프테리스 (린네) 토드[Matteuccia struthiopteris (L.) Tod.]이다. 종소명 struthiopteris는 화속(花束)의 뜻을 가진 struthio와 양치식물을 뜻하는 pteris의 합성어로 화속처럼 잎이 모여나기하는 양치식물이라는 뜻이다. 

 

청나래고사리의 영어명은 셔틀칵 펀(Shuttlecock fern) 또는 오스트리치 펀(ostrich fern)이다. 일어명은 쿠사소테쯔(クサソテツ, くさそてつ, 草蘇鐵)이다. 굵게 직립하는 근경과 그 첨단에서 펼쳐지는 잎의 모습이 소철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이명에는 간소쿠(ガンソク, がんそく, 雁足)가 있다. 균주의 모양이 기러기의 발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중국명은 쟈궈쥐에(莢果蕨)이다. 청나래고사리를 포기고사리, 청나래개면마, 청날개고사리라고도 한다. 꽃말은 '신비, 요술'이다.  

 

청나래고사리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시베리아, 사할린, 유럽, 북미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의 산지에 분포한다. 산림의 숲속 다소 그늘진 습기가 많은 곳에 무리지어 자란다. 

 

청나래고사리의 근경은 묵은 엽병으로 덮여 있어 둥글고 곧추서며, 땅속에서 가는 땅속줄기가 뻗으면서 새 포기를 번식한다. 키는 80~100cm이다. 영양잎은 모여나기하고 엽병은 길이 10~20cm 정도로 단면이 편평한 삼각형이며 밑부분에는 비늘조각이 달린다. 잎은 길이 40~80cm, 너비 15~30cm 정도로 끝이 짧게 뾰족해지고 밑부분이 점차 좁아지며 밝은 녹색이다. 우편은 넓은 선형이며 예첨두로 대가 없고 우상으로 갈라진다. 열편은 긴 타원형 또는 좁은 달걀모양이며 비스듬히 벌어지고, 나비 2.5~5mm 정도로 잔톱니가 있다. 실엽은 가을철에 나오고 높이 30~60cm 정도로 엽병이 엽신보다 짧고 표면에 깊은 홈이 있다. 우편은 뒤로 말려 포자낭을 감싸고, 포자낭군은 우편주맥의 양쪽에 2~3줄로 달린다.

 

청나래고사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청나래고사리는 음습지 녹화용 또는 관엽식물로 심는다. 다양한 조경식물로 이용이 가능하다. 잎이 돌돌 말려 있을 때 채취하여 갈색 솜털을 제거한 후 데쳐서 무치거나 볶음, 튀김, 조림으로 만들어 먹는다. 채취 후 소금물에 담그거나 데친 후 해로운 물질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관중(貫衆) 및 동속(同屬) 근연식물(近緣植物) 참새발고사리, 털고사리, 청나래고사리, 새깃아재비, 고비의 근경(根莖)을 본초명 관중(貫中)이라고 한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관중에 대해 드리오프테리스 크라시르히조마 나카이(Dryopteris crassirhizoma Nakai)의 뿌리줄기와 엽병기부(葉柄基部)를 건조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관중의 뿌리인 면마(綿馬)는 독성이 있어 심근(心筋) 등 불수의근(不隨意筋)을 마비시키고 위장을 자극하며 심한 경우에는 구토, 설사, 시력장애, 실명에 이른다. 중독시에는 중추신경(中樞神經) 장애, 경련(痙攣), 연수마비(延髓痲痺)를 일으킨다. 임신부, 허약환자, 소아, 실질기관(實質器官)의 질병환자, 소화기관 궤양환자(潰瘍患者)는 금기다.

 

관중은 구충작용, 항바이러스작용, 항균작용,  청열해독(淸熱解毒), 양혈지혈(凉血止血)의 효능이 있어 회충이나 조충, 요충 등을 구제하고, 풍열감기(風熱感氣)나 온열반진(溫熱斑疹), 토혈, 비출혈(鼻出血), 장풍혈변(腸風血便), 혈리(血痢), 혈붕(血崩), 대하(帶下)를 치료한다. 또 유행성감기, 유행성B형뇌염, 유행성이하선염 등의 전염병을 예방한다. 그 밖에 월경과다, 풍한습비(風寒濕痺), 요슬산통(腰膝酸痛), 유뇨(遺尿)를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관중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022. 7. 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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