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하순 성남에 있는 신구대식물원을 찾았다. 인동과 전시원에는 꽃부리통이 분홍색을 띤 댕강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인동과 전시원에는 2018년부터 댕강나무를 비롯해서 병꽃나무, 분꽃나무, 인동덩굴 등 약 180여 종의 인동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댕강나무는 산토끼꽃목 인동과 댕강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댕강나무는 줄기나 가지를 꺾으면 '댕강' 소리를 내면서 부러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사실 댕강나무를 꺾으면 '댕강' 하고 부러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이름이 붙은 까닭이 궁금하다. 댕강나무의 꽃말은 '평안'이다.
댕강나무의 학명은 아벨리아 모사넨시스 정태현 나카이(Abelia mosanensis T.H.Chung Nakai)이다. '속명 'Abelia'는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박물학자 클라크 아벨(Clarke Abel, 1780~1826)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1816~17년 중국 대사관 의료 최고책임자로 피견된 아벨은 아벨리아 치넨시스(Abelia chinensis, 중국댕강나무)의 표본과 씨앗을 수집했다.
종소명 'mosanensis'는 '평안도 모산 지역산의'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표기이다. 댕강나무가 한강토(조선반도) 고유종임을 나타낸다. '평안도 모산'은 구글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 지명이다. 그런데, 댕강나무를 평안남도 맹산(孟山)에서 발견됐다고 하여 맹산댕강나무, 줄기에 6개의 줄이 패어 있다고 하여 맹산육조목(孟山六條木)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모산(mosan)'은 '맹산(Mangsan)'의 오기가 아닌가 추정된다. 영어명도 맹산 아벨리아(Mangsan Abelia, Maengsan abelia)이다.
'T.H.Chung'은 한국 식물분류학의 개척자 정태현(鄭台鉉, 1882~1971)을 기리기 위해 붙인 것이다. 그는 16종의 자생식물 신종, 넓은잎산조팝나무와 가는잎구절초 등 4종의 신변종, 3종의 신품종을 발견함으로써 한강토의 식물준류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충북 단양과 제천, 강원도 영월의 해발 300m 석회암 지대에 자생하는 줄댕강나무는 정태현이 처음 발견했다.
'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
일본 자료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는 모산츠쿠바네우츠기[モウサンツクバネウツギ, モウサンつくばねうつぎ, 衝羽根空木, Zabelia mosanensis (T.H.Chung ex Nakai) Hisauti et H.Hara]와 히나츠쿠바네우츠기[ヒナツクバネウツギ, ひなつくばねうつぎ, Zabelia tyaihyonii (Nakai) Hisauti et H.Hara]의 유사종으로 댕강나무(Abelia mosanensis T.H.Chung ex Nakai)가 기재되어 있다. 모산츠쿠바네우츠기(댕강나무)의 원산지는 평안도, 히나츠쿠바네우츠기(줄댕강나무)의 원산지는 충북 단양군과 제천시, 강원도 영월군으로 나와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댕강나무의 원산지가 한국의 평남, 충북 단양군으로 나와 있다. 댕강나무속 식물은 석회암 지대의 대표적인 식생이다. 댕강나무가 자생하는 퍙남 맹산군과 성천군, 충북 단양군은 대부분의 지역에 석회암이 분포되어 있다.
댕강나무는 잔뿌리와 곁뿌리가 많이 뻗어 있다. 키는 2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에 6개의 골이 있지만 깊은 홈은 생기지 않는다. 가지의 속은 백색이고, 일년생 가지에는 털이 있다. 새로 자란 가지는 붉은색이 돈다. 잎은 마주나기한다. 잎 모양은 피침형이고 양끝이 좁다. 잎 길이는 3~7cm이다. 잎 표면은 맥을 따라 복모가 있고, 뒷면에는 주맥 위에 흔히 털이 있다. 잎가장자리에는 톱니와 털이 있다.
꽃은 5월에 핀다. 꽃줄기는 액생 또는 정생하며 거의 두상으로 모여 달린다. 한 꽃줄기에 3개의 꽃이 달린다. 포(苞, 꽃턱잎)는 피침형, 선상 피침형 또는 송곳처럼 뾰족하다. 포의 길이는 1cm로서 톱니가 없다. 꽃받침통은 길이 5mm이며 잔털이 있고, 열편은 5개이며 거꿀피침 모양이다. 열편의 길이는 8~11mm로서 연모가 있다. 꽃부리는 길이 2.0~2.2cm이고 연한 홍색이 돈다. 판통(瓣筒)은 길이 15mm로서 가늘고 연모가 있다. 꽃부리 열편은 5개로서 난상 원형 또는 넓은 달걀모양이고, 안쪽에 털이 있다. 수술대에는 털이 있다. 암술대는 짧고 털이 없다. 열매는 9월에 성숙한다. 4개의 날개를 가진 열매가 하늘을 향해 프로펠러 같은 모양을 하며 종자는 1개이다.
댕강나무는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수로 인기가 있다. 특히 생울타리용으로 심거거나 무리지어 심으면 좋다. 봄에 돋는 새순은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댕강나무의 유사종에는 털댕강나무, 섬댕강나무(Insular Abelia), 계방댕강나무, 줄댕강나무, 바위댕강나무(Entire-leaf abelia), 좀댕강나무, 주걱댕강나무, 정선댕강나무, 꽃댕강나무 등이 있다. 댕강나무속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 차가 있고, 종간의 특징도 명확하지 않아 구분하기가 어렵다.
털댕강나무(Abelia coreana Nakai)는 강원도 영월군, 양강도 풍서군에 분포한다. 잎 양면에 털이 있다. 뒷면 주맥에는 가는 털이 있다. 섬댕강나무[Abelia coreana var. insularis (Nakai) W.T.Lee & W.K.Paik]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특산종이다. 잎에 톱니가 있다. 꽃은 5월에 연한 노란색으로 피며, 가지 끝의 꽃대에 2개씩 달린다. 잎 뒷면에는 털이 없다. 계방댕강나무(Abelia gyebangensis)는 가지에 흑색 선점이 빽빽하게 나 있다.
줄댕강나무(Abelia tyaihyoni Nakai)는 평안북도, 황해도, 충청북도 등지에 분포한다. 꽃대에 3개씩 꽃이 달린다. 꽃봉우리는 주홍색이고, 꽃은 연한 우유빛으로 핀다. 꽃에는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있다.
줄댕강나무는 댕강나무와 비슷한데, 줄기에 여섯 줄의 홈이 뚜렷하다고 하여 별도의 종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여섯 줄의 홈은 종 식별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보아 줄댕강나무를 댕강나무와 통합해서 분류해야 한다는 설도 있다.
바위댕강나무(Abelia integrifolia Koidz.)는 전북 부안군에 분포한다. 꽃대는 짧고 1~2개의 꽃이 달린다. 꽃부리는 다소 흰색이다. 좀댕강나무(Abelia serrata Siebold & Zucc.)는 경기도 동두천시, 충청북도 단양군에 분포한다. 꽃은 5~6월에 황백색으로 핀다. 새 가지 끝에 2~8개가 모여 달린다. 주걱댕강나무(Abelia spathulata Siebold & Zucc.)는 경남 밀양시에 분포한다. 꽃은 5월에 황백색으로 피며, 3~5개가 달린다. 꽃부리 열편이 주걱을 닮았다. 정선댕강나무[Abelia delsii (Gaebn.) Rehdler]는 정선에서 처음 발견됐다. 털댕강나무와 비슷하지만 잎 뒷면, 꽃대, 자방에 긴 털이 있다. 꽃댕강나무[Abelia mosanensis T.H.Chung]는 댕강나무의 원예종이다. 꽃은 6~11월에 연한 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핀다. 꽃에서 강한 향기가 난다. 정원수로 널리 심는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흔히 댕강나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꽃댕강나무다.
2022. 7. 25. 林 山. 2022.11.2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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