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다정하게 느껴지는 이름이 있다. 바로 다정큼나무다. 2022년 5월 하순 성남의 신구대식물원을 찾았을 때, 온실에는 때마침 다정큼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다정큼나무는 여러 가지가 모여서 다정하게 크는 나무라는 뜻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열매가 옹기종기 다정하게 열린다고 하여 다정큼나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는 설도 있다. 또, 잎이 어긋나기로 달리지만 그 사이가 짧아 가지 끝에 모여나기 한 것처럼 붙어 있는 모양이 마치 잎들이 다정스럽게 둘러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다정큼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다정큼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다정큼나무속의 상록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라피올레피스 인디카 배리언트 움벨라타 (툰베리) 오하시[Raphiolepis indica var. umbellata (Thunb.) Ohashi]이다. 속명 'Raphiolepis'는 '바늘'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raphe'와 '인편'의 뜻을 가진 'lepis'의 합성어로 포(苞)가 침형으로 생긴 장미과라는 뜻이다. 종소명 'indica'는 'ndicus(인도의)'에서 유래했다. 원산지 또는 발견지가 인도임을 나타낸다.
'바(var.)'는 'variant(변종)'의 약자이다. 변종명 'umbellata'는 우산(umbrella)처럼 위로 펼쳐진 우산 모양 꽃차례(傘形花序)를 뜻한다.
'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이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린네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나가사키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Ohashi'는 일본의 식물학자 오하시 히로요시(大橋広好, 1936~)이다.
다정큼나무의 영어명은 홀-립 인디언 호쏜(Whole-leaf Indian hawthorn) 또는 재퍼니즈 호쏜(Japanese hawthorn), 예도 호쏜(Yeddo hawthorn), 인디언 호쏜(Indian hawthorn)이다. 일어명은 샤린바이(シャリンバイ, シャリンバイ, 車輪梅)다. 꽃이 매화를 닮았고, 가지가 수레바퀴살처럼 벋는다는 뜻이다. 이명에는 タチシャリンバイ, たちシャリンバイ, 立車輪梅) 등이 있다. 중국명은 허우예싀반무(厚叶石斑木) 또는 거예싀반무(革叶石斑木), 산화싀반무(伞花石斑木)이다. 다정큼나무를 쪽나무, 둥근잎다정큼나무라고도 한다. 꽃말은 '친밀'이다.
중국 위키백과에는 허우예싀반무(厚叶石斑木)의 원산지가 타이완(台湾), 일본 남부, 류큐(琉球, 오키나와), 오가사와라 군도(小笠原群岛), 한국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일본 자료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는 샤린바이(車輪梅)의 원산지가 일본, 중국, 타이완으로 나와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다정큼나무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라남도 해안, 제주도 등 남부 지방에 자생한다.'고 가재되어 있다. 다정큼나무는 완도(莞島) 주도(珠島)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28호)과 울주(蔚州) 목도(目島)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65호) 등 상록수림에서 난대 수종과 함께 자라고 있다.
다정큼나무의 키는 2~4m 정도까지 자란다. 일년생 가지는 돌려나기하며, 처음에는 솜털로 덮여 있지만 곧 없어진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가지 끝에서 모여나기한다. 잎 모양은 긴 타원형에 둔두이다. 잎 길이는 3~10cm, 너비는 2~4cm이다. 잎 뒷면에는 그물맥이 뚜렷하고, 밑부분이 좁아져서 길이 5~20mm의 잎자루와 연결된다. 잎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다. 턱잎은 일찍 떨어진다. 두꺼운 잎 표면에는 왁스가 풍부하고 큐틴(cutin) 층이 잘 발달되어 있어 매끄럽고 반들거린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핀다. 가지 끝에서 나오는 원뿔모양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통은 갈색털이 밀생하며, 열편은 예두이다. 꽃잎은 5개이다. 꽃잎 길이는 10~13mm로서 원두이며, 흔히 치아 모양 톱니가 있다. 꽃받침은 5개이다. 열매는 이과(梨果)로 둥글다. 이과의 지름은 7~10mm로 광택이 나며 검은색이다. 종자는 7~8월에 성숙한다.
다정큼나무는 아담하고 꽃이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다. 특히, 바닷바람에 잘 견디므로 남부지방의 해안도로나 정원, 공원 등에 알맞은 나무다. 일본에서는 다정큼나무의 뿌리와 줄기에서 추출한 염료로 명주를 물들이기도 했다. 줄기나 뿌리를 쪄서 즙을 내고 철분이 많은 진흙을 혼합하면 타닌산이 진흙 속의 철분과 산화반응을 하여 명주를 검은색으로 물들인다고 한다. 옛날에는 다정큼나무를 쪽나무라고 하여 어망 등을 염색하는 데 썼다고 한다.
다정큼나무의 새로 난 순은 소의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잎과 가지, 뿌리를 타박상을 비롯한 통증에 사용했다. 비만세포의 탈 과립을 억제하는 활성을 가진 다정큼나무의 추출물 등을 이용한 항히스타민제 발명 특허도 출원되어 있다.
다정큼나무의 유사종에는 둥근잎다정큼(Round-leaf Indian hawthorn), 긴잎다정큼 등이 있다. 둥근잎다정큼[haphiolepis indica var. integerrima (Hook. & Arn.) Rehder ex Ohwi]은 다정큼나무와 비슷하나 잎이 둥글고 둔두이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거나 일부에 약간 있다. 긴잎다정큼[Rhaphiolepis indica var. liukiuensis (Koidz.) Kitam]은 제주, 전남 거문도, 외나로도, 목포 등지에 분포한다. 잎은 거꿀피침 모양 또는 도피침상 장타원형이다. 잎 끝은 둔하거나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약간 있거나 밋밋하고 뒤로 말린다.
2022. 7. 26.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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