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양양 설악산이나 정선 함백산, 가평 화악산 등 큰 산을 다니다 보면 산기슭에 분홍색으로 은은하게 피어 산길 나그네들을 반겨 주는 인가목 꽃들을 만나게 된다. 인가목을 만날 때마다 그 이름 유래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곤 한다. 인가목은 한자로 '人伽木'이라고 하지만, 그 이름에 대한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조선박물연구회(朝鮮博物硏究會) 소속 식물분류학자 정태현(鄭台鉉)이 1942년에 저술한 최초의 식물도감인 '조선삼림식물도설(朝鮮森林植物圖說)'에는 땃두릅나무의 한자명을 '인삼 같은 줄기를 가진 나무'라는 뜻의 '人伽木'으로 기록했다. 줄기에 가시가 많고, 깊은 산에서 자라는 인가목의 특성이 땃두릅나무와 비슷하여 옛날에는 이름이 혼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 강점기 때 한강토(조선반도) 자생 1,944종의 식물명을 한글로 정리한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 주해서인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인가목이라는 한글명이 조선 후기에 나온 '물명고(物名攷)'에 처음 보이는데, 지팡이를 만들었다고 하므로 이는 현재의 인가목조팝나무를 일컫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가목은 장미목 장미과 장미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꽃말은 '당신을 노래합니다'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인가목 정명이 로사 아키쿨라리스 린들리(Rosa acicularis Lindl.)로 등재되어 있다. 이명에는 Rosa acicularis Lindl. var. carelica Matsson, Rosa acicularis Lindl. var. gmelini C.A.Mey., 이명 Rosa acicularis Lindl. var. taquetii (H.Lév.) Nakai 등이 있다. Rosa acicularis Lindl. var. polyphylla Nakai ex T.Mori는 비합법명이다.
속명 'Rosa'는 '장미'(rose)를 뜻하는 라틴어이다. 종소명 'acicularis'는 '바늘'이라는 뜻의 라틴어 'acus' 또는 '작은 핀'이라는 뜻의 라틴어 'acicula'의 형용사형 'aciculāris'에서 유래하였으며, '바늘 모양의', '뻣뻣한 털이 많아 꺼칠한'이라는 뜻이다. 명명자 'Lindl.'은 영국의 식물학자이자 난초학자, 정원사인 존 린들리(John Lindley, 1799~1865) 이다.
인가목의 영어명은 프리클리 로즈(Prickly rose)이다. '프리클리(prickly)'는 '가시로 뒤덮힌, 꺼끌꺼끌한', '로즈(rose)'는 '장미'의 뜻이다. 일어명은 오타카네바라(オオタカネバラ, おおたかねばら, 大高嶺薔薇), 이명은 오타카네이바라(オオタカネイバラ. おおたかねいばら, 大高嶺薔薇)이다. '오타카네(大高嶺)'는 '높은 산봉우리', '바라(薔薇)'는 '장미'의 뜻이다.
중국명은 츠챵웨이(刺蔷薇)이다. '츠챵웨이(刺蔷薇)'는 '가시장미' 정도의 뜻이 되겠다. 이명에는 따예챵웨이(大叶蔷薇), 예츠메이(野刺玫), 러우마오따예챵웨이(柔毛大叶蔷薇), 진잉즈(金樱子), 츠메이궈(刺玫果, 刺枚果), 뚜어츠따예챵웨이(多刺大叶蔷薇), 샤오츠따예챵웨이(少刺大叶蔷薇), 시츠챵웨이(细刺蔷薇) 등이 있다.
중국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인가목의 유사종으로 샤오츠챵웨이(少刺蔷薇, Rosa acicularis var. taquetii Nakai), 뚜어츠챵웨이(多刺蔷薇, Rosa acicularis var. gmelini C. A.Meyer), 츠궈챵웨이(刺果蔷薇, Rosa acicularis var. setacea Liou), 허셴궈츠챵웨이(和腺果刺蔷薇, Rosa acicularis var. glandulosa Liou)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인가목은 한강토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고, 카자흐스탄, 북유럽,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의 냉온대 지역을 중심으로 비교적 널리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등 동북 3성을 비롯해서 네이멍구(内蒙古), 허베이(河北), 샨시(山西), 샨시(陕西), 깐쑤(甘肃), 신쟝(新疆) 등지에서 자란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중북부 고산지대에 자생한다. 한강토에서는 자강, 양강, 함북, 평북, 평남, 강원, 충북, 경남 등지에 자란다.
인가목의 키는 1∼3m 정도로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가시가 밀생한다. 묵은 가지는 연녹색, 연갈색 또는 적황색을 띠고, 털은 없다. 일년생 가지는 연녹색에서 적갈색을 띤다. 가시는 좁은 원추형으로 횡단면은 다소 둥글며, 밑부분은 타원형 또는 장타원형으로 급격하게 넓어져 줄기에 부착되고, 길이는 약 4mm 정도이다.
잎은 마주보기로 나며, 5∼9개의 소엽으로 이루어진 홀수 깃모양 겹잎(奇數羽狀複葉, 기수우상복엽)이다. 잎자루(葉柄)를 포함한 겹잎의 길이는 8.1∼16.9cm, 너비는 4.3∼9.8cm이다. 턱잎(托葉)은 대부분 엽병에 붙는다. 턱잎의 길이는 5.3∼27.3cm, 너비는 3.9∼5.9mm이다. 턱잎 선단부 양쪽은 피침형(披針形)으로 뾰족해지고, 가장자리는 샘털(腺毛) 모양 거치가 발달한다. 엽병은 길이 1.2∼5.6cm이고, 잎줄기(葉軸)를 따라 선모와 가시가 존재한다. 작은잎은 넓은 타원형 또는 장타원형이고, 길이 1.2∼5.7cm, 너비 0.6∼3.4cm이며, 표면은 털이 없고, 뒷면은 주맥을 따라 털이 있다. 작은잎의 잎끝(葉先)은 원두, 둔두 또는 예두이며, 가장자리(葉緣)는 예거치(銳鋸齒) 또는 복예거치(複銳鋸齒)가 발달하고, 잎밑(葉底)은 아원형(亞圓形) 또은 넓은 쐐기형이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1∼2개(드물게 3개)의 양성화가 달린다. 작은꽃자루(小花莖)는 길이 13.2∼53.4mm이고, 선모가 성기거나 조밀하게 존재한다. 드물게 털이 없는 경우도 있다. 포(苞)는 있거나 없고, 난형 또는 난상 피침형으로 가장자리는 선모상 톱니가 발달한다. 화탁통(花托筒)은 도란형(倒卵形) 또는 타원형이며, 보통 매끄럽고 드물게 선모가 있다. 꽃받침은 5개이고, 피침형으로 정단부는 매우 길게 늘어난다. 꽃받침 길이는 20.9∼42.8mm, 너비는 1.4∼7.6mm이며, 황록색에서 연한 적색을 띤다. 결실기가 되면서 점차 표면을 향하여 모인다. 표면에는 잔털이 밀생하고, 뒷면에는 선모와 가시가 성기거나 조밀하게 분포한다. 꽃덮개(花被, 꽃덮이)는 5장이고, 지름은 4.2∼5cm이며, 분홍색이다. 화피편(花被片, 꽃받침이 꽃잎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은 도란형으로 길이 16.7∼29.2mm, 너비 15∼27mm이고, 선단부는 원두 또는 요두(凹頭, 잎끝이 원형이고 잎맥의 끝은 오목하게 패인 모양)이며, 가장자리는 파상이고, 밑부분은 넓은 쐐기형이다. 수술은 다수이다. 암술대는 여러 개가 이생(離生)하며, 수술보다 짧고, 털이 있다.
열매는 장미과(薔薇果)이고, 도란형 또는 좁은 타원형으로 길이 12.5∼28.4mm, 너비 4.7∼13.2mm이다. 표면은 매끈하고, 드물게 선모가 존재하기도 하며, 광택이 있다. 열매는 7∼9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종자는 각진 난 형으로 길이 5∼7.7mm, 너비 1.5∼3mm이고, 털이 많다.
인가목의 유사종에는 붉은인가목, 생열귀나무(Amur rose), 민생열귀나무, 흰생열귀나무, 긴생열귀나무 등이 있다. 붉은인가목[정명 Rosa davurica Pall. var. alpestris (Nakai) Kitag. 이명 Rosa marretii H.Lév.]은 인가목과 비슷하나, 작은꽃자루에 선모가 없다. 꽃은 연한 붉은색이다. 형태적인 변이가 매우 심해서 학자에 따라 인가목과 같은 종으로 보기도 한다. 생열귀나무(Rosa davurica Pall.)는 평안남북도와 함경남북도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백두대간에 분포한다. 꽃대에는 샘털이 있다.꽃잎은 넓은 거꿀달걀형으로, 끝이 오므라지고 분홍색이다. 열매는 지름 1.0~1.4 정도의 둥근 열매가 달리며, 부채 모양 꽃받침이 달려 있다. 민생열귀나무(Rosa silendiflora Nakai)는 인천 옹진군 대청도에 분포한다. 잎 뒷면에 선점이 거의 없다. 꽃은 장미색이다. 흰생열귀나무[Rosa davurica f. alba (Nakai) T.B.Lee]는 북한 지역에 분포한다. 꽃이 흰색이다. 긴생열귀나무(Rosa davurica var. ellipsoidea Nakai)는 북부 지역의 바닷가에서 자란다. 꽃은 분홍색이다. 타원형의 열매가 달린다.
2022. 7. 29.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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