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갈기조팝나무 '노련'

林 山 2022. 7. 28. 10:54

2022년 5월 하순 성남에 있는 신구대식물원을 찾았다. 조팝나무속 전시장에는 공조팝나무와 함께 갈기조팝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갈기조팝나무는 활처럼 휜 줄기에 꽃줄기가 길게 늘어서면서 꽃이 핀 모습이 마치 말의 갈기를 닮았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색상까지 고려한다면 가을에 갈색 털에 싸인 열매가 익어갈 때가 더 말의 갈기를 닮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갈기조팝나무(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갈기조팝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조팝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스파이리어 트리코카르파 나카이(Spiraea trichocarpa Nakai)이다. 속명 'Spiraea'는 ‘나선(螺旋)’, ‘화환(花環)’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스페이라(speira)’에서 유래했다. 종소명 'trichocarpa'는 '열매에 털이 있다'는 뜻이다. 명명자 '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조선반도)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인물이다. 

 

갈기조팝나무의 영어명은 코리언 메도우 스파이리어(Korean meadow spirea)이다. 일어명은 조센코데마리(チョウセンコデマリ, ちょうせんこでまり, 朝鮮小手毬)이다. '朝鮮'은 '조선', '小手毬'는 '일본갈기조팝나무'이다. 중국명은 마오궈슈셴쥐(毛果绣线菊), 이명에는 싀뻥즈(石蹦子) 등이 잇다. '毛果绣线菊'는 '열매에 털이 난 조팝나무'란 뜻이다. 갈기조팝나무는 흰 꽃봉오리가 진주처럼 아름다워 일명 진주화(珍珠花)라 부르기도 한다. 이명에는 갈퀴조팝 등이 있다. 꽃말은 '노련'이다. 

 

갈기조팝나무의 원산지는 한강토를 비롯해서 중국 등지이다. 중국에서는 랴오닝(辽宁), 네이멍구(内蒙古)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평안남북도 백두대간, 강원, 충북, 경북 등지에 자생한다. 

 

갈기조팝나무(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갈기조팝나무의 키는 1~1.5m 정도까지 자란다. 가지에는 능각이 있으며 털은 없다. 지하부와 줄기에서 많은 맹아가 나와 줄기가 옆으로 누우면서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한다. 잎 모양은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에 둔두 또는 약간 예두이다. 잎 길이는 1.5~5cm, 너비는 0.8~2cm이다. 잎 양면에는 털이 없으며, 뒷면은 흰빛이 돈다.

 

꽃은 5월 말~6월 중순에 흰색으로 핀다. 지름 7~9mm의 꽃들이 새가지 끝 지름 5cm 정도의 복산방꽃차례에 달린다. 작은꽃대와 꽃받침통은 잔털이 있다. 꽃받침조각은 벌어지며 꽃잎은 둥글고 끝이 오목형이다. 수술은 꽃잎 길이와 비슷하다. 암술대는 씨방 뒷면에서 나온다. 꽃이 피는 기간이 다소 긴 편이다. 열매는 골돌(蓇葖)로서 갈색털이 밀생한다. 종자는 8월 말에 성숙한다.

 

갈기조팝나무(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갈기조팝나무의 흰꽃은 눈꽃을 연상케 하고, 가을에 익는 갈색털에 싸인 열매도 볼 만해서 공원 등지에 무리지어 심으면 좋다. 경계지나 울타리 등에 조경용으로도 적당하다. 꽃이 핀 가지는 꽃꽃이용 소재로도 인기가 있다.

 

2022. 7. 2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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