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섬시호 '미덕'

林 山 2022. 8. 4. 10:23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같은 제목의 노래도 있다. 엉뚱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이나 동식물을 만날 때 농담으로 던지는 말이다. 2022년 5월 하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에 있는 신구대학교 식물원에서 노란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는 섬시호를 만났을 때 문득 떠오른 말이다. 

 

섬시호는 울릉도에 자생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섬'자는 울릉도에 자생하는 식물에 붙이는 접두어다. 섬에서 자라는 식물은 대부분 강인하고 억센 특징을 보인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의 눈보라와 거센 비바람을 이겨내면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섬시호도 그런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섬시호(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섬시호는 산형화목 산형과 시호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섬시호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 울릉도이다. 울릉도 해안의 숲 속에서 자란다. 한강토 특산식물로서 멸종 위기 식물이다.

 

섬시호의 학명은 부플레우룸 라티시뭄 나카이(Bupleurum latissimum Nakai)이다. 속명 '부플레우룸(Bupleurum)'은 '황소'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부스(bous)'와 '근골'의 뜻을 가진 '플레우론(pleuron)'의 합성어로 잎이 달린 형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종소명 '라티시뭄(latissimum)'은 '넓은 잎의'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명명자 '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 

 

섬시호의 영어명은 울릉도 헤어스 이어(Ulleungdo hare's ear)이다. '헤어(hare)'는 '토끼', '이어(ear)'는 '귀'로 '잎이 토끼 귀를 닮은 울릉도 자생 식물'이라는 뜻이다. 일어명은 다케시마사이코(タケシマサイコ, たけしまさいこ, 竹島柴胡)이다. 일본에서는 울릉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른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시호(柴胡)'라는 뜻이다. 섬시호를 시호라고도 한다. 본초명(本草名)은 산채(山菜), 시호(柴胡), 지훈(地熏)이다. 꽃말은 '미덕'이다.

 

섬시호(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섬시호의 뿌리줄기(根莖)는 갈라진다.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털이 없으며 세로로 능선이 있다. 잎은 거의 2줄로 배열되어 어긋나기한다. 잎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분백색이다. 근생엽(根生葉)은 모여나기하고 잎자루는 길이 12~18cm로서 밑부분이 넓으며, 안쪽에 있는 것과 원줄기를 감싼다. 근생엽은 넓은 달걀 모양이고 11맥이 있으며,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이 수평이거나 심장저(心臟底)로서 갑자기 좁아진다. 잎의 길이는 6~13cm, 너비는 4.5~11cm이고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이다. 밑의 줄기잎은 짧은 잎자루에 날개가 있으며 원줄기를 감싸고 11개의 조선이 있다. 윗부분의 잎은 잎자루가 없고 긴 타원상 달걀 모양이며 완전히 원줄기를 감싼다. 총포(總苞, 꽃대의 끝에서 꽃의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와 작은 총포는 각각 5장, 끝이 뾰족하고 밑은 심장형이다.

 

섬시호(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꽃은 노란색으로 줄기나 가지끝에 겹우산 모양 꽃차례로 달린다. 포엽(苞, 꽃턱잎)과 소포엽(小苞)은 각 5개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이 심장저이다. 꽃자루와 씨방에는 털이 없다. 꽃받침은 거의 없다. 꽃잎은 거꿀달걀 모양이고 노란색으로서 안쪽으로 굽으며 끝이 뾰족하다. 5개의 수술은 꽃잎과 어긋나기한다. 꽃밥은 달걀 모양이고 노란색이다.

 

'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에는 '섬시호의 어린잎과 부드러운 순은 다른 산나물과 같이 데쳐서 무치거나 쌈으로 먹는다.'고 나와 있다. 울릉도에서도 섬시호를 나물로 먹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느 지방에서 섬시호를 나물로 먹는지 궁금하다.  

 

섬시호(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섬시호의 뿌리를 본초명 시호(柴胡)라고 한다. 봄과 가을에 뿌리를 캐어 줄기싹(莖苗)과 진흙을 제거하여 햇볕에 말린다. 시호는 표리화해퇴열(表裏和解退熱), 소간해울(疏肝解鬱), 승장(昇腸)의 효능이 있어 한열왕래(寒熱往來), 흉만협통(胸滿脇痛), 구고이롱(口苦耳聾), 두통, 목현(目眩), 하리탈항(下痢脫肛), 월경불순, 자궁하수(子宮下垂), 말라리아를 치료한다. 3~9g을 달여서 복용하거나 환제(丸劑), 산제(散劑)로 하여 복용한다.'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등재된 시호(柴胡, 山菜, 茈胡, 茹草, 柴草)는 'Bupleurum falcatum L.의 뿌리를 말린 것이다. 중국에서는 북시호(北柴胡, Bupleurum chinense DC.)와 좁은잎시호(狹葉柴胡, 南柴胡, Bupleurum scorzonerifolium Willd.)의 뿌리를 시호로 쓴다. 

 

섬시호의 유사종에는 시호(Chinese Thorowax, 柴胡, 북시호)등대시호(Big-bract hare's ear), 참시호, 개시호, 좀시호 등이 있다. 시호(Bupleurum falcatum L.)는 키가 40~70cm 정도이다. 근생엽의 길이는 10~30cm이고. 줄기잎은 넓은 선형 또는 피침형이며 길이 4~10cm, 폭 5~15mm이다. 소산경(小傘梗)은 2~7개이고, 총포조각은 길이 0~15mm로서 선상 피침형이다. 등대시호(Bupleurum euphorbioides Nakai)는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고산성 식물로 꽃의 모양이 독특하다. 키는 8~12cm 정도이다. 근생엽은 선형이며 너비 1~3mm이다. 7~8월로 줄기나 가지끝에 자녹색 또는 적자색의 꽃이 우산모양꽃차례에 달린다. 참시호[Bupleurum falcatum var. scorzoneraefolium (Willd.) Ledeb.]는 황해도, 함경남도에 분포한다. 근생엽은 길이 10~20cm이고, 줄기잎은 선상 피침형으로 길이 4~6cm, 나비 3~5mm이다. 꽃은 8~9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소산경은 4~11개이다. 개시호(Bupleurum longeradiatum Turcz.)는 키가 40~150cm이다. 줄기잎은 길이 5~15cm, 너비 2~3.5cm이고 구두창처럼 생겼다. 꽃은 7~8월에 핀다. 소산경은 5~10개이고 10~15개의 꽃이 달린다. 좀시호[Bupleurum longeradiatum for. leveillei (Boissieu) Kitag.]는 제주도에 분포하는 한강토 고유종이다. 개시호의 변종으로 키가 작고 전체에 잔털이 있으며, 작은꽃자루가 짧고 포가 작다.

 

2022. 8. 4.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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