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의 꽃은 멀리서 봐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흰색의 널찍한 꽃잎처럼 보이는 포엽(苞葉, 總苞片) 한가운데 머리 모양 꽃차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산딸나무는 열매가 산딸기와 비슷하게 생겨서 '산딸기나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산딸나무를 가로수로도 심고 있어 도시의 거리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산딸나무는 산형화목 층층나무과 층층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학명은 코르누스 코우사 F.뷔르거 익스 한스(Cornus kousa F.Buerger ex Hance)이다. 속명 코르누스(Cornus)는 라틴어 ‘코르누(Cornu, 뿔)’에서 유래했다. 나무의 재질이 뿔처럼 단단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꽃말 '견고'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딸나무를 들매나무, 미영꽃나무, 준딸나무, 소리딸나무, 애기산딸나무, 굳은산딸나무라고도 한다.
종소명 코우사(kousa)는 산딸나무의 명소로 유명한 일본 혼슈(本州) 가나가와 현(神奈川縣) 하코네(箱根) 지방에서 쿠사(クサ)로 불렸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제안자 F.Buerger는 F. 뷔르거(F. Bürger)인데 구글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다. 유효 명명자 한스(Hance)는 영국 외교관 헨리 플레처 한스(Henry Fletcher Hance, 1827~1886)이다. 한스는 런던에서 태어나 1844년 홍콩으로 부임했는데, 여가 시간에 중국 식물 연구에 전념했다. 그는 1875년에 샤오화위안웨이(小花鸢尾, Iris speculatrix Hance)를 발견하고 명명, 기술했다. 1857년 독일의 식물학자 베르톨트 카를 제만(Berthold Carl Seemann, 1825~1871)은 그의 이름을 따서 'Hancea(대극속)'를 명명했다.
산딸나무의 영어명은 쿠사 독우드(Kousa dogwood) 또는 재퍼니즈 플라워링 독우드(Japanese Flowering Dogwood)이다. 쿠사(Kousa)는 산딸나무, 독우드(dogwood)는 층층나무이다. 독우드는 우리말로 하면 개나무이다. dogwood는 옛날 서양에서 산딸나무의 껍질을 쪄서 나온 즙으로 개의 피부병을 치료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또, 옛날에는 목질이 매우 단단한 산딸나무로 못이나 꼬챙이를 만들었는데, 못의 영어 고어가 dag, 또는 dog이어서 dogwood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기독교 전설에 의하면 지저스 크라이스트(Jesus Christ,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쓰인 나무가 산딸나무였다. 당시 이즈리얼(Israel, 이스라엘)의 지루설럼(Jerusalem, 예루살렘)에서 자라던 산딸나무는 키가 크고 재질이 단단했다. 지저스가 십자가에 못 박힌 이후 다시는 십자가를 만들 수 없도록 지호바(Jehovah, 여호와)는 산딸나무의 키를 작게 하고 가지도 비비 꼬이게 만들었다. 또, 포엽을 십자가에 못 박힐 때의 모습을 상징하는 十자로 만들었다. 포엽 끝의 색이 약간 바래고 흰 모양은 지저스의 손바닥에 박힌 못을 상징한다. 붉은 수술은 지저스의 머리에 씌워진 가시관, 붉은 열매가 몇 개씩 붙어 있는 모습은 지저스의 피를 상징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당시 이즈리얼에 자라고 있던 산딸나무는 유럽산딸나무(European Cornel, 학명 Cornus mas)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산딸나무는 유럽의 프랑스에서 중동을 지나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까지 분포한다.
산딸나무의 중국명은 리번시자오화(日本四照花) 또는 시자오화(四照花)이다. 시자오화(四照花)는 꽃이 해가 사방을 비추듯이 피어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어명은 야마보우시(ヤマボウシ, やまぼうし, 山帽子, 山法師)이다. 야마보우시(山法師)는 흰색의 널찍한 꽃잎처럼 보이는 포엽이 승려들이 두르는 두건, 총포편 한가운데 달린 머리 모양 꽃차례가 보우즈아타마(坊主頭, 중대가리)를 닮았다고 해서 '야마니사쿠호우시(山に咲く法師, 산에 피는 승려)'의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산딸나무를 야마구와(ヤマグワ. やまぐわ, 山桑, 산뽕나무)'라고도 부른다. 열매가 빨갛다고 해서 야마보우(ヤマボウ, 山坊), 야마모모(ヤマモモ, 山桃), 열매의 맛이 아이들을 울린다고 해서 왈랑베나카세(ワランベナカセ, 童泣かせ)라고도 한다. 열매의 모양에 따라 단고기(ダンゴギ, 団子木), 야마단고(ヤマダンゴ, 山団子), 단고바라(ダンゴバラ, 団子薔薇), 단고보쿠(ダンゴボク, 団子木), 시조우아타마(シゾウアタマ, 地蔵頭)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고(団子)는 경단이다. 시조우(地蔵)는 지장보살인데, 불상 가운데 유일하게 대머리이다. 일본에서 꽃말은 '우정'이다.
산딸나무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도호쿠(東北) 지방 남부에서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류큐(琉球) 등지에 자생한다. 중국에서는 창쟝(長江) 유역과 허난(河南), 샨시(陝西), 깐쑤(甘肅) 등지에서 자란다. 한강토에서는 황해도, 경기도, 충청남북도 이남 지역에 분포한다.
산딸나무의 뿌리는 원뿌리와 곁뿌리가 있다. 키는 7m까지 자란다. 줄기는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고 갈색이며 둥근 껍질눈이 있다. 가지는 층을 지어 수평으로 퍼진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달걀형에 점첨두 예형이다. 잎 길이는 5~12cm, 너비는 3.5~7cm이다. 잎 표면은 녹색이고 잔복모가 약간 있으며, 뒷면은 회녹색으로 복모가 밀생한다. 맥의 겨드랑이에는 갈색 밀모가 발달한다.
꽃은 6월에 피며, 20~30개가 두상으로 모여 달린다. 꽃잎과 수술은 각각 4개이다. 총포편 4개는 사방으로 퍼지고 좁은 달걀형이며 예첨두 예형이다. 총포편 길이는 3~9cm, 너비는 2~3cm로 보통 흰색이다. 흰색의 총포편이 十자 모양을 이룬다.
열매는 취과(聚果)로 둥글며 지름 1.5~2.5cm이고 붉은색이다. 종자는 타원형이고 길이 4~6mm이다. 종자를 싸고 있는 꽃턱은 육질로 달아서 먹을 수 있다. 씨앗은 9월 말~10월 초에 성숙한다.
산딸나무는 조경수로 인기가 있다. 화려하고 청초하게 피는 꽃과 가을에 먹음직스럽게 익는 빨간 딸기 모양의 열매가 아름다워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공해에 강하여 가로수로도 적당하다.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굳으며 무늬가 좋고 나이테가 치밀하다. 각종 기구재, 조각, 악기재로 이용된다. 옛날에는 쟁기, 다듬이, 도마, 빨래방망이, 홍두깨, 나막신, 베틀 등을 만들었다.
꽃턱은 육질로서 먹을 수 있다. 술로 담가 먹기도 하고, 차로 마시기도 한다. 차로 마실 때에는 씨앗과 함께 열매를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마신다. 경기도 지방에서는 봄에 어린잎을 삶아 나물로 먹는다.
다음백과에는 산딸나무에 대해 '열매는 소화불량을 완화하는 데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복통을 가라앉히거나 설사를 멎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수피는 해열에 효과가 있고, 순간적으로 기력을 회복하는 데에도 좋다.'고 나와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꽃과 열매를 야여지(野荔枝)라고 하여 수렴성 지혈작용이 있어 외상 출혈에 쓰인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열매가 익으면 생으로 먹고 잎은 차로 끓여 마시는데, 설사·소화불량·골절상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고 하였다.
산딸나무의 유사종에는 풀산딸나무, 준딸나무, 소리딸나무, 꽃산딸나무(Flowering Dogwood, 미국산딸나무), 산수유(山茱萸), 말채나무(Walter dogwood), 흰말채나무, 층층나무 등이 있다.
풀산딸나무(Cornus canadensis L.)는 반관목으로서 상록 초본성이다. 키는 5~15㎝ 정도이다. 포엽은 흰색이다. 준딸나무(Cornus kousa)는 총포가 넓은 달걀 모양이다. 소리딸나무는 총포가 필때 녹색이고 피침형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준딸나무와 소리딸나무의 이름만 보이고 학명은 나오지 않는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준딸나무와 소리딸나무가 등재되어 있지 않다. 꽃산딸나무(Cornus florida L.)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키가 5m 정도까지 자란다. 산딸나무보다 키가 다소 작다. 꽃과 단풍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포엽은 흰색, 분홍색, 빨간색 등 다양하다. 미국산딸나무라고도 한다.
산수유(Cornus officinalis Siebold & Zucc.)의 키는 7m 정도까지 자란다. 꽃은 노란색이다. 열매는 장과로 장타원형이며 빨간색이다. 말채나무(Cornus walteri F.T.Wangerin)는 키가 10m까지 자란다. 꽃은 취산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열매는 지름 6~7mm의 둥근 핵과로 검은색이다. 흰말채나무(Cornus alba L.)는 키가 3m까지 자라고 가지가 밑에서부터 많이 갈라진다. 꽃은 가지 끝에서 산방상 취산꽃차례에 황백색으로 핀다. 층층나무(Cornus controversa Hemsl.)는 키가 20m까지 자란다. 가지는 계단상으로 돌려나기하며 층을 형성하여 수평으로 퍼지고 붉은빛이 돈다. 꽃은 산방상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2022. 8. 6. 林 山. 2022.10.25.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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