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누린내풀 '내 이름을 기억하세요'

林 山 2022. 8. 3. 07:30

내 이름을 기억하세요! 누린내풀의 꽃말이다. 꽃말대로 누린내풀은 꼭 기억하는 것이 좋다. 누린내풀을 잘못 만졌다가는 그 고약한 냄새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누린내풀을 이리저리 쓰다듬은 뒤 냄새를 맡아보면 심한 누린내가 난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구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누린내풀은 노린재처럼 누린내 같은 악취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누린내풀의 냄새를 맡아 본 사람이라면 아마 다시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꽃이 필 때는 누린내가 더 강해진다. 이것은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특정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사람에게는 고약한 악취가 특정 곤충에게는 향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분변(糞便)에 달려드는 파리떼처럼 말이다.      

 

누린내풀(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누린내풀은 통화식물목 마편초과 층꽃나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카리오프테리스 디바리카타 (지볼트 & 추카리니) 막시모비치[Caryopteris divaricata (Siebold & Zucc.) Maxim.]이다. 꽃말은 '내 이름을 기억하세요'이다.

 

누린내풀의 속명 '카리오프테리스(Caryopteris)'는 그리스어로 ‘견과(堅果)’라는 뜻의 ‘카리온(karyon)’과 ‘날개(翼)’라는 뜻의 '프테론(pteron)'의 합성어로 ‘날개가 달린 씨앗’이라는 뜻이다. 씨앗에 날개가 붙어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종소명 '디바리카타(divaricata)'는 '넓은 각도로 벌어진'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디바리카투스(divaricatus)'에서 유래한 말이다. 

 

명명자 '지볼트(Siebold)'는 독일의 의사이자 생물학자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이다. 지볼트는 일본에서 서양의학을 처음 가르친 유럽인으로 유명하며, 일본의 식물과 동물 고유종을 연구했다. '추카리니(Zucc)'는 독일의 식물학자 요제프 게르하르트 추카리니(Joseph Gerhard Zuccarini, 1797~1848)이다. 뮌헨 대학교 식물학과 교수였던 추카리니는 지볼트가 일본에서 수집한 식물을 분류하는 것을 도왔으며, 멕시코 등지의 식물도 함께 기술했다.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누린내풀의 영어명은 오더 블루비어드(Odor bluebeard)이다. '오더(Odor)'는 '악취', '블루비어드(bluebeard)'는 '푸른 수염의 사나이'란 뜻이다. 블루비어드는 프랑스 전설에 나오는 인물로 아내를 여섯 명이나 죽인 무정하고 잔인한 살인자다. 일어명은 가리가네소우(カリガネソウ, かりがねそう, 雁草・雁金草・雁が音草)이다. 꽃 모양이 기러기(かりがね, 雁·雁金·雁が音)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리가네소우를 호카케소우(ホカケソウ, ほかけそう, 帆掛草)라고도 하는데, 이는 돛단배(帆掛舟)에 비유한 것이다. 중국명은 여우(蕕, 莸), 이명에는 즈여우(枝莸) 등이 있다. '여우(莸)'는 '층꽃풀, 악취가 나는 풀'이란 뜻이다. 누린내풀을 노린재풀, 구렁내풀, 유월한(六月寒), 봉자초(蜂子草), 대풍한초(大風寒草)라고도 한다. 

 

누린내풀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규슈(九州)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깐쑤(甘肅), 허난(河南), 후베이(湖北), 쟝시(江西), 샨시(陝西), 샨시(山西), 쓰촨(四川), 윈난(雲南) 등지에 자생한다. 한강토에서는 제주, 전남 지리산, 충남, 강원, 경기도 천마산과 광릉, 남한산성 등지에 야생한다. 

 

누린내풀의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사각형이며, 전체에 짧은 털이 있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불쾌한 냄새가 강하게 나며 방형(方刑)으로 모여난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엽병이 있다. 잎 모양은 넓은 달걀모양 또는 달걀모양이며 예두에 원저 또는 얕은 심장저이다. 잎 길이는 8~13cm, 너비는 4~8cm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다.

 

꽃는 하늘색이 도는 벽자색(碧紫色)으로 7~8월에 핀다.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원뿔모양으로 성기게 달린다. 각 잎겨드랑이의 꽃차례는 긴 화경이 있으며, 꽃자루와 더불어 샘털이 있다. 꽃부리는 통상(筒狀) 순형(脣刑)이며 판통(瓣筒)이 길게 나온다. 상순(上脣)은 거꿀달걀 모양이고 4개의 열편이 있다. 하순(下脣)은 대단히 크고 가운데 조각은 길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처음에는 길이 2~3mm이지만 열매가 익을 때는 5~6mm이며, 각 열편은 작은 종형(鐘刑)이다. 2강수술은 화후(花喉) 하부에 달리며 암술대와 더불어 길게 꽃부리 밖으로 나오고, 길이는 3~3.5cm이다. 열매는 꽃받침보다 짧으며, 익으면 4개로 갈라진다. 종자는 길이 4~4.5mm로서 거꿀달걀 모양이며 능선이 없고, 표면에 그물눈 무늬와 선점이 있다.

 

누린내풀(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누린내풀은 피임, 이뇨의 효능이 있다. 기관지염, 복통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누린내풀은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꽃봉오리도 예쁘다. 그러나, 악취가 나기 때문에 집과 멀리 떨어진 화단에 심는다. 누린내풀은 또 밀원용으로 심으며 식용하기도 한다.  

 

누린내풀의 전초(全草)를 화골단(化骨丹) 또는 노변초(路邊草), 차지획(叉枝獲)이라 하며 약용한다. 개화기인 7~8월에 채취해서 그늘에서 건조한다. 해열(解熱), 지해(止咳)의 효능이 있어 감모두통(感冒頭痛), 해수(咳嗽), 백일해(百日咳), 임파선염(淋巴腺炎), 목예(目穢)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화골단을 거의 임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누린내풀의 유사종에는 층꽃나무, 흰층꽃나무 등이 있다. 층꽃나무[ Caryopteris incana (Thunb. ex Houtt.) Miq.]는 전체에 잔털이 있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 뒷면은 회백색이다. 꽃은 보라색, 때로는 흰색이다. 남해안 및 제주도에 분포한다. 흰층꽃나무(Caryopteris incana f. candida Hara)는 흰색 꽃이 피는 층꽃나무이다. 남해안 및 섬에 분포한다. 

 

2022. 8. 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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