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졸방제비꽃 '순진무구한 사랑'

林 山 2022. 8. 12. 08:15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을 찾았다. 만항재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함백산을 향해서 산길을 걷다가 풀숲 사이로 올망졸망 고개를 내밀고 있는 졸방제비꽃을 만났다. 졸방제비꽃은 꽃이 작고 연한 자주색이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올망졸망'의 경상도 사투리가 '올방졸방'이다. 졸방제비꽃은 경상도 사람들이 작은 제비꽃이 '올망졸망' 피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지방 사투리로 '올방졸방'으로 묘사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다. 이름이 참 귀엽다. 

 

졸방제비꽃(정선 함백산, 2022. 6. 11)

졸방제비꽃은 제비꽃목 제비꽃과 제비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바이올라 아쿠미나타 레데부어(Viola acuminata Ledeb.)이다. 속명 '바이올라(Viola)'는 라틴어로 '보라색 꽃'을 뜻한다. 최초로 명명한 제비꽃 종류가 보라색이어서 유래한 이름이다. 종소명 '아쿠미나타(acuminata)'는 '끝이 뾰족한, 끝이 점차 뾰족해지는'의 뜻이다, 졸방제비꽃의 잎 끝이 급격하게 좁아지는 모습을 표현한 이름이다. 명명자 '레데부어(Ledeb)'는 독일계 에스토니아인 식물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폰 레데부어(Carl Friedrich von Ledebour, 1785~1851)이다. 레데보우리아속(Ledebouria)과 레데보우리엘라속(Ledebouriella)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졸방제비꽃의 영어명은 롱-스템 바이얼럿(Long-stem violet)이다. '롱-스템(Long-stem)'은 줄기가 긴 것을 표현한 것이다. '바이얼럿(violet)'은 '제비꽃'이다. 일어명은 에조노타치츠보스미레(エゾノタチツボスミレ, 蝦夷の立坪菫)이다. '에조(蝦夷)'는 간토(関東) 이북에 살던 일본의 선주(先住) 민족, 지금의 아이누족의 옛 이름이다. 에미시(えみし)라고도 한다.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이름이라는 뜻도 있다. '노(の)'는 소유격 조사 '~의', '다츠(立)'는 '서다', '츠보스미래(坪菫)'는 '콩제비꽃', 즉 '줄기가 곧게 자라는 홋카이도 콩제비꽃'이라는 뜻이다. 홋카이도에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명에는 이누스미레(イヌスミレ) 등이 있다. '이누(犬·狗'가 '개'의 뜻이니 개제비꽃이다. 중국명은 지투이진차이(鸡腿堇菜)이다. '지투이(鸡腿)'는 '닭다리', '진차이(堇菜)'는 '제비꽃'이다. 이명에는 지투이차이(鸡腿菜), 후선진차이(胡森堇菜), 홍화터우차오(红铧头草) 등이 있다. 졸방제비꽃을 졸방오랑캐, 졸방나물, 졸방이, 고경근, 홍화두초(紅鏵頭草)라고도 한다. 꽃말은 '순진무구한 사랑, 나를 생각해 주세요'이다.    

 

졸방제비꽃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와 혼슈(本州) 오카야마 현(岡山県) 이북에서 자란다. 중국에서는 샨시(陕西), 깐쑤(甘肃), 샨동(山东), 허베이(河北), 헤이롱쟝(黑龙江), 저쟝(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쟝쑤(江苏), 안후이(安徽), 네이멍구(内蒙古), 샨시(山西), 후난(湖南) 성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산기슭 양지에서 자란다.

 

졸방제비꽃의 근경은 짧고 굵으며, 황백색 또는 갈색이다. 키는 20~40cm 정도로 자란다. 줄기는 몇 대가 뭉쳐나며 털은 없거나 윗부분에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삼각상 심장형이고 엽병이 있다. 잎 길이는 2.5~4cm, 너비는 3~5cm 정도이다. 윗부분의 잎은 폭이 길이보다 짧고 끝이 점차 길게 뾰족해진다. 잎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다. 탁엽은 긴 타원형으로서 빗살같은 톱니가 있다.

 

꽃은 5~6월에 원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길이 5~10cm의 꽃대가 나와 흰색 또는 연한 자주색 꽃이 옆을 향해 달린다. 꽃대 윗부분에는 선상의 포(苞, 꽃턱잎)가 달린다. 흰색 꽃의 입술 모양 꽃부리에는 자주색 줄이 있다. 꽃받침조각은 녹색으로 길이는 7~10mm이다. 부속체는 짧고 반원형으로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오그라들며 톱니가 있다. 꽃잎은 길이 8~10mm로서 측판 안쪽에 수염털이 있다. 거는 길이 3~4mm이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타원형으로 길이 8~10mm이며 털이 없다.

 

졸방제비꽃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봄에 어린순을 데쳐서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에 무쳐 먹는다. 어린순을 삶아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다른 산나물과 섞어 먹기도 한다. 

 

중국 빠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지투이진차이(鸡腿堇菜)에 대해 청열해독(清热解毒), 소종지통(消肿止痛)의 효능이 있어 폐열해수(肺热咳嗽), 질타종통(跌打肿痛), 창절종통(疮疖肿痛)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졸방제비꽃의 잎을 주변강(走邊疆)이라 하며 민간에서 약으로 쓴다고 나와 있다. 주변강의 효능은 빠이두백과의 지투이진차이의 효능과 같다.

 

졸방제비꽃(정선 함백산, 2022. 6. 11)

졸방제비꽃의 유사종에는 민졸방제비꽃(Glabrous-acuminate violet), 참졸방제비꽃, 큰졸방제비꽃, 왜졸방제비꽃(Sakhalin violet), 낚시제비꽃(Creeping Korean violet), 콩제비꽃(조갑지나물) 등이 있다. 

 

민졸방제비꽃[Viola acuminata f. glaberrima (H. Hara) Kitam.]은 꽃잎 안쪽을 제외한 전체에 털이 없다. 참졸방제비꽃(Viola koraiensis)은 북한 지방에 분포한다. 졸방제비꽃에 비하여 키가 매우 작으나 꽃은 도리어 약간 크다. 잎 끝은 조금 둥글다. 큰졸방제비꽃(Viola kusanoana Makino)은 울릉도에 분포한다. 졸방제비꽃에 비해 잎이 둥글다. 낚시제비꽃과 비슷하나 턱잎이 넓고, 얕게 갈라지며, 잎이 둥근 모양이고, 끝이 뾰족한 것이 다르다. 줄기는 여러 대가 비스듬히 선다. 왜졸방제비꽃(Viola sacchalinensis H.Boissieu)은 함경남도 부전 고원 및 갑산에서 자란다. 개화기에는 키가 2~5cm밖에 안 되지만, 결실기에는 10~25cm까지 자란다. 꽃은 연한 자주색이고, 측판에 털이 있다. 낚시제비꽃(Viola grypoceras A.Gray)은 졸방제비꽃과 비슷하지만 줄기가 약간 비스듬히 서거나 옆으로 누워 자란다. 줄기에는 털이 없다. 콩제비꽃(Viola verecunda A.Gray)은 원줄기가 비스듬히 또는 옆으로 자라며 털이 없다. 잎은 심장 모양이다. 꽃은 흰색이다.

 

2022. 8. 1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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