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을 찾았다. 만항재 산간도로변에는 유채꽃처럼 보이는 노란색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유채꽃이 아니라 유럽나도냉이였다. 유럽나도냉이는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임에도 강원도 정선의 함백산 고산지대까지 날아와 뿌리를 내리고 노란색 꽃을 피워올린 유럽나도냉이의 끈질기고 왕성한 생명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나도냉이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나도냉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유럽'은 원산지를 뜻한다. '나도'나 '너도'는 원래 완전히 다른 분류군에 속하지만 모양이 비슷할 때 붙이는 접두어다. 꽃말은 '쾌활, 활발'이다.
유럽나도냉이의 학명은 바르바레아 불가리스 로버트 브라운(Barbarea vulgaris R.Br.)이다. 속명 '바르바레아(Barbarea)'는 옛날에 이 식물이 폭발로 인한 상처를 진정시키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에 포수와 광부들의 수호 성인인 '성 바르바라(St. Barbara)'에서 파생된 이름이다. 종소명 '불가리스(vulgaris)'는 '보통, 흔히 알려진'이란 뜻의 라틴어이다. '어디에나 있다'는 뜻으로 유럽, 북아프리카, 호주, 북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데서 유래했다. 어원은 '다수(the multitude), 대량(the masses)의 뜻을 가진 라틴어 '불구스(vulgus)'에 형용사형 접미사 '-아리스(-āris)가 붙어서 된 말이다. 명명자 '로버트 브라운(R.Br.)'은 스코틀랜드의 식물학자이자 화석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n, 1773~1858)이다.
유럽나도냉이의 영어명은 윈터크레스(wintercress, 겨울냉이), 허브 바버러(herb barbara), 롸킷크레스(rocketcress), 옐로우 롸킷크레스(yellow rocketcress), 윈터 롸킷(winter rocket), 옐로우 롸킷(yellow rocket)이다, 일어명은 하루사키야마가라시(ハルザキヤマガラシ, 春咲山芥子), 이명에는 세이요야마가라시(セイヨウヤマガラシ, 西洋山芥子), 후유가라시(フユガラシ, 冬芥子) 등이 있다. 중국명은 어우저우샨지에(欧洲山芥), 이명에는 쿠지(苦荠), 빠바라차오(巴巴拉草), 훠졘수이친(火箭水芹), 황샨지에(黄山芥), 황즈마차이(黄芝麻菜), 똥즈마차이(冬芝麻菜), 똥친(冬芹) 등이 있다.
이다.
유럽나도냉이의 원산지는 유럽이다. 한강토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몽골, 러시아, 인도,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서아시아, 유럽, 북아프리카(알제리) 등지의 고랭지에 잘 자란다. 중국에서는 신쟝(新疆) 북부 지방에서 난다. 일본에는 메이지(明治) 시대 보리에 혼입되어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고유종 식물, 농작물과 경쟁하여 생육에 영향을 미치거나 해충 또는 바이러스의 감염원이 될 가능성이 지적되어 환경성의 생태계 피해방지 외래종 리스트에 등록되어 있으며, 전국적으로 뽑아내기 등에 의한 구제가 행해지고 있다.
한강토에서는 1993년에 강원도 대관령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강원도 대관령 휴게소 부근과 단양, 경기도 청평, 정선 함백산 등지에 분포한다.
유럽나도냉이의 키는 30~80cm이다. 식물체 전체에 털이 없다. 줄기는 곧추서며 위쪽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근생엽은 우상(羽狀)으로 전열(全裂)한다. 열편은 거의 원형이며 측소엽은 2~4개이다. 줄기잎은 엽병이 없고, 기부가 이저(耳底)로 되어 줄기를 감싼다.
꽃은 6~7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십자 모양 꽃부리는 지름이 6~8mm이고, 꽃받침은 피침형으로 끝에 각상돌기(角狀突起)가 있다. 수술 중 4개는 길고 2개는 짧다.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5mm정도의 자루와 2~3cm 정도의 과체로 약간 휘어지는데, 꽃대축에 대하여 70도 각도를 유지하며 옆으로 펼쳐진다. 1개의 열매 속에 18~20개의 씨가 생긴다. 잔존 암술대는 길이 2~3mm이다.
유럽나도냉이의 어린순은 데쳐서 나물이나 국을 끓여 먹는다. 일본판 위키피디아에는 유럽나도냉이의 맛이 '크레송(cresson) 과 비슷하며 사용법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나와 있다. 크레송은 네덜란드 겨자라고도 하는데, 톡 쏘는 매운 맛이 특징이다.
유럽나도냉이의 유사종에는 나도냉이 등이 있다. 나도냉이(Barbarea orthoceras Ledeb.)는 과체가 꽃대축에 감기듯이 부착하면서 직립한다. 열매의 길이는 3~4cm, 암술대는 1~1.5mm로 씨방보다 아주 짧다.
2022. 8. 2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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