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에 올라가야만 만날 수 있는 식물이 있다. 꽃쥐손이도 그런 고산식물 가운데 하나다. 꽃쥐손이는 같은 쥐손이풀속인 쥐손이풀이나 이질풀과 꽃의 모양이나 색깔이 달라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꽃자루에 샘털이 빽빽하게 나 있으며, 여러 송이의 꽃이 모여서 피는 특징이 있다.
꽃쥐손이는 쥐손이풀목 쥐손이풀과 쥐손이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쥐손이를 털쥐손이, 낭림쥐소니, 부전쥐손이, 흰털쥐손이라고도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서는 털손잎풀, 꽃털손잎풀, 꽃털쥐손이풀, 흰털손잎풀, 흰털쥐손이풀이라고 한다. 꽃말은 '새색시'이다.
꽃쥐손이는 '꽃+쥐손이풀'의 합성어다. 쥐손이풀은 한자명 '쥐의 손바닥을 닮은 풀'이란 뜻의 서장초(鼠掌草)에서 온 이름이다. 서장초(鼠掌草)는 쥐손이풀의 중국명 슈장(鼠掌)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쥐손이풀의 중국명은 슈장(鼠掌) 또는 라오관차오(老鹳草), 슈장라오관차오(鼠掌老鹳草)이다. 쥐손이풀은 옛 문헌에 '거십쵸'로 나온다. 쥐손이풀이라는 이름은 익으면 다섯으로 갈라지는 열매 자루 모양이 쥐의 앞발을 닮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또는, 이파리가 쥐의 앞발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꽃쥐손이 학명은 게라늄 에리오스테몬 피셔 엑스 드 캉돌(Geranium eriostemon Fisher ex DC.)이다. 속명 게라늄(Geranium)은 '학, 두루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게라노스(Geranos)에서 온 말이다. 길쭉하게 생긴 열매가 학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종소명 에리오스테몬(eriostemon)은 '양털(wool)'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에리온(erion)'과 '꽃의 수술(stamen)'을 뜻하는 '스테몬(stemon)의 합성어이다. 수술 기부에 양털 같은 털이 빽빽하게 난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피셔(Fisch.)'는 세 명이 있다. 에마누엘 프리드리히 루트비히 피셔(Emanuel Friedrich Ludwig Fischer, 1828~1907)는 스위스의 식물학자이다. 그는 주로 현화식물(顯花植物, phanerogams)과 은화식물(隱花植物, cryptogamous plants)을 연구했다. 알프레드 피셔(Alfred Fischer, 1858~1913)로 독일의 식물학자다. 피셔는 식물 병리학에서 박테리아의 역할에 대해 어윈 프링크 스미스(Erwin Frink Smith)와 벌인 논쟁으로 유명하다. 에두아르트 피셔(Eduard Fischer, 1861~1939)는 루트비히 피셔의 아들로 스위스의 식물학자이자 균류학자다.
'드 캉돌(DC)'은 두 사람이 있다. 오귀스탱 피라무스 드 캉돌(Augustin Pyramus de Candolle, 1778~1841)는 스위스 식물학자이다. 그는 식물의 내부 생체시계 발견으로 유명하다. 알퐁스 루이 피에르 피라뮤 드 캉돌(Alphonse Louis Pierre Pyramus de Candolle, 1806~1893)은 오귀스탱 드 캉돌의 아들로 식물학자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꽃쥐손이의 정명은 게라늄 플라티안툼 두티(Geranium platyanthum Duthie)이다. 이명에는 Geranium eriostemon Fisch. ex DC, Geranium eriostemon Fisch. ex DC. var. hypoleucum Nakai, Geranium eriostemon Fisch. ex DC. var. megalanthum Nakai 등 세 가지가 등재되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추천하는 꽃쥐손이의 영어명은 앨파인 헤어 크레인스-빌(Alpine hair crane's-bill)이다. 중국명은 마오루이라오관차오(毛蕊老鹳草)이다. 일어명은 고군나이후우로(コグンナイフウロ, こぐんないふうろ, 小郡内風露)이다. 고(小)는 '작다'는 뜻이다. 군나이(郡内)는 일본 혼슈(本州) 중부 내륙의 야마나시현(山梨県) 동반부 지방의 옛이름이다. 후우로(風露)는 쥐손이풀을 뜻하는 후우로소우(風露草)이다. 군나이(郡内) 지방에서 발견된 작은 쥐손이풀(風露), 즉 작은(小) 군나이후우로(郡内風露)라는 뜻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 일어명은 하나후우로(ハナフウロ, 花風露)이다. 이명에는 루라지로후우로(ウラジロフウロ, うらじろふうろ)가 있다.
꽃쥐손이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몽골,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깐쑤성 남부, 허베이성, 헤이룽쟝성, 후베이성 서부, 지린성, 랴오닝성, 네이멍구 자치구, 닝샤 후이족 자치구, 칭하이성 동부, 샨시성, 쓰촨성 등지의 1000~2700m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군나이후우로(郡内風露)는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와 혼슈(本州) 중북부의 고산 지대에서 자란다. 후쿠시마현(福島県) 북부의 반다이산(磐梯山)에서 시가현(滋賀県)의 이부키야마(伊吹山) 등지에 자생한다. 고군나이후우로(小郡内風露)의 일본 내 분포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한강토에서는 함백산, 화악산 등 고산 지대에서 자란다.
꽃쥐손이의 키는 30~50cm까지 자란다. 식물체 전체에 퍼진 역모(逆毛)가 밀생한다. 원줄기는 세로로 홈이 있고 윗부분에 샘털이 있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며 밑부분의 잎과 더불어 5~7각상 원형이다. 잎의 너비는 8~12cm로서 5~7개로 반 또는 그 이상 갈라진다. 잎 표면에는 복모, 뒷면에는 퍼진 털이 있다. 열편은 사각상 거꿀달걀 모양으로서 끝이 뾰족하고 불규칙한 결각과 더불어 톱니가 있다. 탁엽은 넓은 피침형이고 서로 떨어진다.
꽃은 6~8월에 핀다. 꽃 지름은 3.5~4cm로서 원줄기 끝에 10송이씩 우산 모양 꽃차례로 달린다. 꽃자루는 곧으며 퍼진 샘털이 있다. 꽃받침조각은 긴 타원형이고 퍼진 털이 있다. 꽃잎은 홍자색이고 넓은 타원형으로서 맥 위에 샘털 또는 복모가 있다. 수술대 밑부분에 긴 털이 있다. 암술머리는 3~4mm이다. 열매는 삭과로 털이 밀생하며 5갈래로 갈라진다.
꽃쥐손이풀은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 민간에서는 이질풀과 함께 지사제로 사용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꽃쥐손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꽃쥐손이의 유사종에는 흰털쥐손이, 산쥐손이(Dahurian cranesbill), 부전쥐손이(Glabrous cranesbill), 털쥐손이, 갈미쥐손이(Woolly-stem cranesbill), 세잎쥐손이(Wilford's cranesbill) 등이 있다.
흰털쥐손이(Geranium eriostemon var. hypoleucum Nakai)는 잎 뒷면에 백색 샘털이 밀생한다. 산쥐손이(Geranium dahuricum)는 전체에 잔털이 빽빽하며,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대가 나와 그 끝에 각 2개의 적자색 꽃이 달린다. 부전쥐손이(Geranium eriostemon var. glabrescens Nakai ex Hara)는 함경남도 부전 고원 및 고산 지역에 난다. 꽃은 홍자색으로 원줄기 끝에 10송이씩 우산 모양 꽃차례로 달리고, 꽃자루는 곧으며 퍼진 샘털이 있다.
털쥐손이(Geranium eriostemon Fisch. ex DC.)는 한라산, 지리산 등 고산 지대에 난다. 줄기와 잎에는 샘털과 거센 털이 밀생한다. 꽃자루나 꽃받침조각에는 샘털이 밀생한다. 열매에는 긴털과 샘털이 밀생한다. 꽃은 연한 자주색으로 줄기 윗부분에서 4~6개가 집산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갈미쥐손이(Geranium lasiocaulon Nakai)는 함경북도 관모봉, 설령 등지에 분포한다. 유사종인 일본산 Geranium yesoense var. nipponicum Nakai에 비해 줄기 전체에 흰색의 곧고 긴 털이 있다. 세잎쥐손이(Geranium wilfordii Maxim.)는 잎이 밑부분의 것 외에는 3개(간혹 5개)로 깊게 갈라진다. 꽃은 줄기 끝 잎겨드랑이에서 긴 화경이 나와 그 끝에 1~2송이씩 연한 홍색으로 달린다.
2022. 8. 11.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럽나도냉이 '쾌활' (0) | 2022.08.23 |
---|---|
졸방제비꽃 '순진무구한 사랑' (0) | 2022.08.12 |
산딸나무 '견고' (0) | 2022.08.06 |
우단동자(羽緞童子) '기다림' (0) | 2022.08.04 |
섬시호 '미덕' (0) | 2022.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