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 화제

1989년 전교조 해직교사 원상회복의 법적 정당성 - 김승환(전 전북대 법학과 교수)

林 山 2022. 8. 16. 14:59

2022년 8월 12일 2022 교육민주화동지회(교민동) 하계 연수회가 대전 KT 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교민동은 1989년 노태우 정권의 불법적인 국가 폭력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과 관련해 강제 해직된 교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이다. 

 

교민동 연수회에서 김승환 전 전북대 교수(전 전북교육감)는 '1989 전교조 해직교사 원상회복의 법적 정당성'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1989년 전교조 교사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이미'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헌법적으로 불법으로 볼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전교조 교사들의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했고, 가혹한 징계처분을 내렸다. 그것은 국가권력의 행사를 빙자한 국가폭력이었고, 헌법에 위반하는 행위이자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유린하는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박사는 "국회가 1999년 1월 29일 뒤늦게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은 전교조 교사들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이 법률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해직교사들에 대한 원상회복, 임급지급, 호봉승급, 연금 계산 등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국가폭력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박사는 "국회가 전교조 해직교사들이 당한 피해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에는 시효 이론이 적용될 수 없다. 그것은 정의의 이념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특별법의 제정에 국가가 머뭇거리면서 정의의 실현을 더 이상 지연시킨다면, 그것은 국가가 정의의 실현을 거부한 것이라고 간주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김승환 박사의 '1989년 전교조 해직교사 원상회복의 법적 정당성'이란 제목의 강연문 전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林 山>

 

교민동 연수회에서 강연하는 김승환 박사

1989년 전교조 해직교사 원상회복의 법적 정당성 - 김승환(전 전북대 법학과 교수)

 

1. 구스타프 라드브루흐의 법이념론

 

구스타프 라드브루흐 (Gustay Radbruch)는 독일의 대표적인 상대주의법철학자였다. 그는 어떤 가치에도 절대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그가 주장한 법의 이념 세 가지, 즉 정의, 법적 안정성, 합목적성은 지금도 여전히 법학이론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고 있다.

 

그는 이 세 가지 법이념 중에서 법적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그는 자신의 이론을 바꾸었다. 법이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 안정성이 아니라 정의라는 것이었다. 1932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아돌프 히틀러 (Adolf Hitler)의 나치스(NAZIS) 체제가 빚은 참상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법적 안정성 이론에 따른다면, 나치스 범죄자들과 그 부역자들이 자행한 범죄행위에는 공소시효 이론이 적용되어 상당수가 형사처벌의 범주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것은 나치스 피학살자와 그 유족들 그리고 양심적인 사람들과 국제사회의 법감정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독일연방의회(Bundestag)의 독일연방정부는 나치스 범죄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조치를 단행하게 되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전쟁범죄와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 (war crimes and crimes against humanities)에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가 "헌정질서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형법상의 내란죄와 외환죄, 군형법상의 반란죄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것도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이념을 희생해서라도 그보다 더 중요한 정의라는 법이념을 관철하겠다는 뜻이 깔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중요한 정신을 발견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권력이나 국가권력에 유사한 힘을 가지는 세력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의 시한을 두지 말고 끝까지 추적하여 형사처벌을 하라는 것, 그리고 그 형사처벌도 가볍게 하지 말고 역사의 교훈이 될 수 있도록 단호하게 하라는 정신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나오게 된 헌법용어들이 있다. 국가폭력(Staatsgewalttätigkeit), 국가살인(Staatsmord) 등의 용어가 그에 속한다.

 

국가폭력과 국가살인은 국가권력의 행사라는 외관(外觀)은 띄고 있지만, 그 실질은 행정권 경찰권 검찰권 사법권등을 빌린 폭력이거나 살인이라는 뜻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혁당 사건과 1980년 5·18 학살이었다. 인혁당 사건에서의 대한민국은 국가권력의 담지자(擔持者)가 아니라 살인자였다. 5·18 학살에서의 대한민국 역시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폭력집단이자 살인집단이었다.

 

정의의 이념은 이러한 국가폭력과 국가살인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하며, 반드시 엄중한 형사처벌을 가하라고 국가에 명령한다.

 

2 1989년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파면, 해임 등의 처분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들에 대해 파면, 해임, 그 밖의 징계처분을 가했다. 정부가 그 근거로 내세운 것은 ‘법’이었다. 그 ‘법'은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는 사립학교법이었다. 집단행위 금지, 법령준수 의무 위반 등을 걸어 징계처분을 내린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교조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데 집착한 정부는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내세웠지만, 그들은 대한민국의 '법질서'에 대해서는 눈감았다.

 

대한민국 법질서의 정점에는 헌법이 있다. 헌법 제33조 제2항은 국.공립의 교사도 노동자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사의 노동자성(勞動者性)은 헌법 제33조 제1항이 말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는 노동자이다. 헌법은 노동자인 교사들에게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부여하고 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단체협약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이 그것이다. 다만, 단체행동권에 대해서는 ‘법률유보’의 여지를 열어 두고 있다.

 

헌법이 교사들에게 인정하는 '최소한의' 노동권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다. 입법자인 국회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약칭 '교원노조법')을 제정한 행위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교사의 노동3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즉, 교사는 교원노조법을 통하여 '비로소'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의해 '이미' 노동자성이 갖춘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3권을 반드시 ‘노동권'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 헌법(그 명칭은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단결의 자유'(Koalitionsfreiheit)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행위를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인 '사회권'이 아니라 인간이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유권'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사회권보다는 자유권이 그 보호의 폭을 훨씬 더 넓게 가지고 있다.

 

1989년 전교조 교사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이미'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헌법적으로 불법으로 볼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전교조 교사들의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했고, 가혹한 징계처분을 내렸다. 그것은 국가권력의 행사를 빙자한 국가폭력이었고, 헌법에 위반하는 행위이자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유린하는 행위였다.

 

국회가 1999년 1월 29일 뒤늦게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은 전교조 교사들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이 법률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해직교사들에 대한 원상회복, 임급지급, 호봉승급, 연금 계산 등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국가폭력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3.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이다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이다."(Verzögerte Gerechtigkeit ist verweigerte Gerechtigkeit; Justice denyed is justice denied.)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하나의 법격언이자 법원칙이다.

 

이 법격언이 의미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법적 구제나 피해를 완화하는 조치가 취해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적시(適時)에 이루어지지 않거나 실제적으로 피해와 동등한 정도의 것이 아닐 경우, 그것은 결코 (법적) 구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원칙은 신속한 절차를 요구하는 권리의 토대가 된다. 왜냐하면 법제도가 피해 구제의 속도를 내지 않는 경우, 그것은 피해를 감내한 사람에게는 부당한 것이고, 피해자가 적시의 효과적인 구제와 해결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의 재판에는 시효 이론이 적용된다. 그것은 법적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가 전교조 해직교사들이 당한 피해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특별법의 제정하는 것에는 시효 이론이 적용될 수 없다. 그것은 정의의 이념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특별법의 제정에 국가가 머뭇거리면서 정의의 실현을 더 이상 지연시킨다면, 그것은 국가가 정의의 실현을 거부한 것이라고 간주해도 지나침이 없다. 

 

강연자 김승환 전 전북대 법학과 교수(전 전북 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