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플러싱 메도우스 코로나 파크 소재 전미 테니스 협회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 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22 US 오픈 남자 단식 결승 진출자가 드디어 가려졌다. 카를로스 알카라스(19, 에스빠냐, 세계 4위)는 프란시스 티아포(24, 미국, 세계 26위), 카스페르 루드(23, 노르웨이, 7위)는 카렌 카차노프(26, 러시아, 31위)를 각각 물리치고 대망의 결승전에 올라갔다.
카를로스 알카라스 생애 첫 결승 진출, 프란시스 티아포 격파
'10대 돌풍'의 주인공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9월 10일 오전 8시(한국 시간)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미국의 희망' 프란시스 티아포(24, 미국, 세계 26위)를 4시간 19분 만에 3-2(6-7, 6-3, 6-1, 6-7, 6-3)로 격파하고 생애 처음 US 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 진출했다. 5시간 15분이 걸린 야닉 시너(21, 이탈리아, 13위)와의 준준결승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경기 시간이었다.
알카라스는 18세 때인 2021 US 오픈에서 준준결승에 오르며 혜성 같이 나타났다. 2022 호주 오픈 3회전에서 탈락한 알카라스는 프랑스 오픈에서 준준결승에 진출하며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켰다. 이번 대회 직전에 열린 2022 윔블던에서는 4회전 탈락했다. 알카라스는 올 시즌 ATP 투어 4회 우승에 이어 US 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 진출하며 다시 한번 '10대의 돌풍'을 일으키며 '나달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다닐 메드베데프(26, 러시아, 1위)와 빅3 라파엘 나달(36, 에스빠냐, 3위)이 탈락하면서 알카라스는 이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랜드 슬램 대회 22회 우승에 빛나는 나달과 21회 우승의 노박 조코비치(35, 세르비아, 5위), 20회 우승의 로저 페더러(41, 스위스, 세계 순위 제외) 등 빅3가 없는 뉴욕에서 알카라스가 이번 대회에서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지 테니스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관중석 맨앞에서 지며보는 가운데 두 선수는 경기 초반부터 불꽃 튀는 혈전을 벌였다. 1세트는 티아포의 선공(先攻)으로 시작됐다. 두 선수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키며 게임 스코어 6-6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쳤다. 승부는 타이 브레이크로 넘어갔다. 두 선수는 각각 에이스 하나씩을 기록하며 포인트 스코어 6-6으로 피 말리는 접전을 벌였다. 티아포는 알카라스의 범실에 이은 더블 폴트로 1세트를 8-6으로 힘겹게 따냈다. 미셸 오바마와 홈 코트 관중들은 열화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티아포를 응원했다.
반격에 나선 알카라스는 2세트에서 상대 서브 게임 하나를 브레이크하며 5-2로 달아났다. 8번째 게임에서 티아포는 에이스 2개와 위너 하나를 성공시키며 게임 스코어 3-5로 추격했다. 하지만, 알카라스는 위너 하나와 에이스 2개를 작렬시키며 서브 게임을 지켜 2세트를 6-3으로 따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알카라스는 2세트의 여세를 몰아 3세트에서도 펄펄 날았다. 상대 서브 게임을 세 개나 잡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3세트를 6-1로 따낸 알카라스는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가며 승기(勝機)를 잡았다.
4세트에서 두 선수는 서로 상대 서브 게임을 두 번이나 브레이크하며 게임 스코어 6-6까지 가는 난전(亂戰)을 벌였다. 승부는 타이 브레이크로 넘어갔다. 알카라스는 위너 3개를 성공시켜 5-4로 앞서가며 티아포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반격에 나선 티아포는 자신의 서브에서 2포인트틀 연달아 따내고 포인트 스코어 6-5로 흐름을 뒤집었다. 티아포는 알카라스가 범한 통한의 에러에 힘입어 4세트를 7-5로 따내고, 세트 스코어 2-2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승부는 마지막 5세트로 넘어갔다. 5세트는 2세트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알카라스는 상대의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게임 스코어 2-1로 앞서갔다. 티아포도 상대 서브 게임을 잡고 게임 스코어 2-2로 균형을 맞췄다. 이에 질세라 알카라스는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한 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게임 스코어 5-3으로 달아났다. 티아포의 서브 게임에서 알카라스는 상대의 범실 두 개로 게임 스코어 0-40 매치 포인트를 잡았다. 티아포는 에이스 하나와 상대의 범실을 묶어 게임 스코어 30-40으로 추격했다. 알카라스의 마지막 서브 게임이었다. 이때, 티아포가 통한의 포스드 에러(forced error)를 범하는 순간 경기는 끝났다. 알카라스는 5세트를 6-3으로 따내고 대망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알카라스가 생애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알카라스는 라켓을 내던지고 코트에 드러누워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에스빠냐의 초신성' 알카라스는 결승 진출과 함께 상금 130만 달러(약 17억5,400만 원)를 확보했다.
티아포는 에이스(15-6)에서는 알카라스를 압도했다. 하지만, 알카라스는 첫 서브 득점률(75%-70%)과 두 번째 서브 득점률(63%-54%), 서비스 포인트(105-97), 위너(59-51)에서 앞서는 한편 첫 서브 성공률(71%-47%)과 리시브 포인트(66-45)에서 상대를 압도한 것이 결정적인 승인(勝因)으로 작용했다. 더블 폴트는 알카라스 3개, 티아포 6개였다. 티아포는 상대보다 무려 15개나 많은 52개의 에러를 범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티아포의 부모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티아포는 아버지가 유지 보수 책임자였던 메릴랜드 주 칼리지 파크 주니어 테니스 챔피언 센터(Junior Tennis Champions Center)에서 테니스를 배우며 챔피언의 꿈을 키웠다. 20세 때 델레이 비치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티아포는 차세대 미국 주자로 떠올랐다. 티아포는 16강전에서 나달을 3-1(6-4, 4-6, 6-4, 6-3), 준준결승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24, 러시아, 11위)를 3-0(7-6, 7-6, 6-4)으로 제압하며 이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지만, 알카라스의 '10대 돌풍'을 견디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알카라스는 "주어야 할 것은 다 줘야 한다"면서 "우리는 모든 최후의 순간을 위해 싸워야 한다. 우리가 5시간, 6시간 동안 싸우든 말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티아포에 대해 "프란시스는 코트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았다."면서 박수를 보냈다. 에스빠냐어로 팬들에게 연설할 기회를 얻은 알카라즈는 "5세트짜리 시합을 세 번이나 했는데, 모두 아주 길고, 아주 힘들었다. 하지만 팬들 덕분에 힘을 얻었다."면서 "결승전은 우리 가족, 우리 팀, 그리고 팬 모두를 위한 것이 될 것이다."라면서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알카라스는 2005년 나달 이후 메이저 대회 최연소 준결승 진출자, 1990년 피트 샘프라스(미국) 이후 최연소 US 오픈 준결승 진출자였다. 만약 알카라스가 플러싱 메도우에서 우승한다면 최연소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하게 될 것이다. 이전 최연소 1위 기록은 레이턴 휴잇(호주)의 20세다.
카스페르 루드 생애 첫 결승 진출, 카렌 카차노프 3-1 격파
카스페르 루드는 오전 4시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단식 4강전에서 카렌 카차노프(26, 러시아, 31위)를 3-1(7-5, 6-2, 5-7, 6-2)로 제압하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 승리로 루드는 생애 처음 US 오픈 결승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루드는 2022 프랑스 오픈에서 노르웨이인 최초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경기에서 루드는 그의 우상인 나달에게 3-0( 6-3, 6-3, 6-0)으로 패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감을 얻었다.
루드는 2021년부터 급성장한 선수다. 루드는 2021년 이전 하드 코트에서 16승 27패를 기록해 37.2%의 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2021년 이후에는 62경기 가운데 46경기를 이겨 74.1%의 승률을 기록했다. 루드는 현재 ATP 투어에서 올 시즌 44승을 거두며 캐머런 노리(27, 영국, 9위)와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경기 승리로 루드는 US 오픈에서 결승에 오른 최초의 노르웨이인이 되었다.
두 선수는 1세트 초반부터 쫓고 쫓기는 접전을 벌였다. 루드는 먼저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게임 스코어 2-1로 앞서갔다. 이에 질세라 카차노프도 루드의 서브 게임을 잡고 게임 스코어 4-3을 만들며 경기의 흐름을 뒤집었다. 이후 두 선수는 상대 서브 게임을 하나씩 잡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게임 스코어 6-6까지 가는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승부는 타이 브레이크로 넘어갔다. 루드는 위너 1개와 상대의 범실 3개를 묶어 포인트 스코어 6-4로 달아났다. 카차노프는 루드의 포스드 에러로 5-6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루드는 자신의 서브에서 상대의 포스드 에러를 유발해 1세트를 7-5로 힘겹게 따냈다.
2세트에서 루드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루드는 카차노프의 서브 게임을 두 번이나 브레이크하며 순식간에 5-2로 달아났다. 루드는 이어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2세트를 6-2로 가볍게 가져가며 상대의 기선을 제압했다.
3세트는 1세트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두 선수는 서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게임 스코어 5-5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混戰)을 벌였다. 카차노프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킨 뒤 루드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3세트를 7-5로 따내고 추격에 나섰다. 3세트 세트 포인트에서 두 선수는 57번의 랠리를 주고받는 대혈전을 벌였다.
4세트는 2세트와 거의 같은 양상이 되풀이되었다. 루드는 상대 서브 게임을 두 번이나 잡고 삽시간에 게임 스코어 5-1로 달아났다. 벼랑 끝에 몰린 카차노프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며 2-5로 따라붙었으나 역부족이었다. 루드는 마지막 8번째 게임 40-0에서 마지막 포인트를 위너로 장식하며 4세트를 6-2로 따내고 대망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US 오픈에서 결승에 오른 최초의 노르웨이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에이스에서 카차노프는 16개를 성공시켜 10개에 그친 루드를 앞섰다. 첫 서브 성공률은 두 선수가 66%로 동률을 이뤘다. 루드는 서비스 포인트(80-76)에서 앞서는 한편 첫 서브 득점률(82%-68%)과 두 번째 서브 득점률(61%-51%), 리시브 포인트(48-28), 위너(53-43)에서 상대를 압도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더블 폴트는 카차노프 3개, 루드 1개를 기록했다. 범실은 카차노프 41개, 루드 34개였다.
루드는 2년 전 2020 로마 오픈 개막전에서도 카차노프를 만나 2-1(6-3, 3-6, 6-3)로 이긴 바 있다. 이날 경기 승리로 루드는 카차노프와 상대 전적에서 2승 무패를 기록하게 됐다.
루드의 코치는 아버지 크리스티안 루드이다. 루드의 아버지는 프로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현역 시절 세계 순위 39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루드는 아버지를 뛰어넘어 현재 세계 7위다. 루드가 만약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세계 랭킹 1위로 도약할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인으로서 세계 1위에 오른 사람은 비에른 보리(스웨덴)와 마츠 빌란데르(스웨덴), 스테판 에드베리(스웨덴) 등 3명이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루드는 "오늘 경기는 내 입장에서도 멋진 경기였다"면서 "처음에는 우리 둘 다 약간 긴장했던 것 같다. 이번 시합은 아마도 우리 두 사람의 생애에서 가장 큰 시합이었다. 첫 세트를 따낸 것은 운이 좋았다. 첫 세트를 따내자 긴장했던 내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두 번째와 네 번째 세트에서 나는 놀라운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루드는 이어 "나머지 세트를 위한 체력을 아끼기 위해 때때로 한 세트 정도는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작년보다 5세트 경기를 더 잘 치르는 법을 배우고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알카라스와 루드는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다. 알카라스는 루드와의 상대 전적에서 2승 무패로 앞서 있다. 알카라스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역대 최연소 세계 랭킹 1위로 등극하게 된다. 루드는 US 오픈 결승 결과와 상관없이 9월 24일 생애 최고 랭킹을 새로이 달성한다. 결승에서 이기면 최고 1위, 져도 최저 3위다.
남자 복식 결승전, 라지브 램-조 솔즈베리 조 우승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는 라지브 램(미국)-조 솔즈베리(영국) 조가 베슬러이 쿨호프(네덜란드)-닐 스컵스키(영국) 조를 2-0(7-6, 7-5)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램-솔즈베리 조는 우승컵과 함께 상금 688,000달러(약 9억5,100만 원)을 받았다. 쿨호프-스컵스키 조는 준우승 상패와 함께 상금 344,000달러(약 4억7,600만 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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