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여우오줌 '기분'

林 山 2022. 9. 20. 15:54

2015년 8월 중순 정선의 백두대간 함백산으로 오르다가 여우오줌을 만났다. 누런색으로 피어난 여우오줌 꽃은 마치 곰방대에 누런 담배를 꼭꼭 눌러 담은 것을 연상케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여우오줌은 꽃에서 여우의 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여우 오줌 냄새를 맡아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 확인할 도리는 없다.   

 

여우오줌(정선 함백산, 2022. 6. 11)

여우오줌은 초롱꽃목 국화과 담배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에서 여우 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우오줌은 담배풀속 식물 가운데 식물체가 크고, 꽃과 총포도 가장 크기 때문에 왕담배풀이라고도 한다. 잎도 담배풀보다 2배 정도 길다. 이명에는 가피초, 천만청(天蔓菁), 산황연(山黃烟), 산향일규(山向日葵) 등이 있다. 본초명은 학슬(鶴虱), 대화금알이(大花金挖耳), 산향규(山向葵), 천명정(天名精)이다. 꽃말은 '기분'이다. 

 

여우오줌의 학명은 카르페시움 마크로세팔룸 프랑셰 앤 사바티에(Carpesium macrocephalum Franch. & Sav.)이다. 속명 '카르페시움(Carpesium)'은 '방향(芳香)' 또는 '방향식물(芳香植物)'을 뜻하는 라틴어 '카르페시온(karpesion)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또, 총포(總苞, 모인꽃싼잎)의 형태가 짚단을 묶어 놓은 듯하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카르페시온(carpesion)'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종소명 '마크로세팔룸(macrocephalum)'은 '대두(大頭, having a large head)' 또는 '머리가 큰'의 뜻을 가지고 있다. 대두증(大頭症)을 매크로세펄리(macrocephaly)라고 한다. 

 

명명자 프랑셰 앤 사바티에(Franch. & Sav.)는 프랑스 식물학자 아드리앙 르네 프랑셰(Adrien René Franchet, 1834~1900)와 프랑스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한 식물학자 폴 아메데 루도비치 사바티에(Paul Amedée Ludovic Savatier, 1830~1891)이다. 프랑셰는 동아시아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수집한 식물을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의 식물상을 정리하였다. 사바티에는 일본에 파견되어 10년을 복무하는 동안 식물학에 전념하여 일본 식물 분류에 린네 모델을 적용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프랑셰와 현지 식물학자 이토 케이스케(伊藤圭介, 1803~1901), 다나카 요시오(田中芳男, 1838~1916)와도 협력하였다. 

 

여우오줌의 영어명은 빅헤드 카피시엄(Bighead carpesium)이다. '빅헤드(Bighead)'는 '대두', '카피시엄(carpesium)'은 '담배풀'이다. 일본명은 오간쿠비소우(オオガンクビソウ, 大雁首草)이다, '오(大)'는 '큰', '간쿠비(雁首)'는 '담뱃대의 대통, 담배통, (사람의) 목, 머리', '소우(草)'는 '풀'의 뜻이다. 이명에는 오간쿠비(オオガンクビ, 大雁首)가 있다. 일본의 식물학자 마쓰무라진조(松村任三)가 1890년에 오간쿠비소우(大雁首草)라는 이름을 붙였다. '간쿠비(雁首)'는 머리꽃이 피는 모양을 담뱃대의 머리에 비유한 것이다. 중국명은 따화진와얼(大花金挖耳)이다. 이명에는 샹여우관(香油罐), 톈르차오(千日草), 셴링차오(神灵草), 셴차오(仙草) 등이 있다. 

 

여우오줌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경기도, 강원도 이북 지방에 자란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에서 난다. 중국에서는 깐쑤(甘肃), 허베이(华北), 쓰촨(四川), 동베이(东北), 샨시(陕西) 등지에 분포한다. 

 

여우오줌의 키는 1m 정도이다. 줄기와 가지가 굵고 잔털이 밀생한다. 밑부분의 잎은 달걀모양이고 엽병이 길며 끝이 뾰족하다. 밑부분의 잎 길이는 30~40cm, 나비 10~13cm로서 밑부분이 좁아져서 엽병의 날개로 된다. 잎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치아상의 겹톱니가 있고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중앙부의 잎은 도란상 긴 타원형이며 중앙 이하가 갑자기 좁아진다. 윗부분의 잎은 긴 타원상 피침형으로서 양끝이 좁다.

 

꽃은 8~9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암꽃과 양성의 통꽃이 섞여서 핀다. 머리모양 꽃차례는 원줄기와 가지에서 1개씩 정생한다. 꽃 지름은 25~30mm로서 다소 밑으로 처진다. 포는 긴 타원상 피침형 또는 피침형이고, 길이는 2~7cm이다. 포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총포는 반구형이며 길이 8~10mm, 지름 23~30mm이고, 외포편이 포와 비슷하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길이 5.5~6mm, 지름 1mm 정도로서 중앙부가 다소 굽었다. 길이 1mm 정도의 부리가 있고 겉에 선점이 있다.

 

여우오줌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어린잎과 순을 데쳐서 무치거나 나물과 쌈으로 먹으며, 국을 끓여서 먹기도 한다. 민간에서 잎을 짓찧어 즙을 내 타박상에 바르기도 하며, 열매를 구충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여우오줌의 꽃이 붙은 잎자루와 열매는 약용한다. 생엽즙(生葉汁)을 종처(腫處) 및 타박상에 사용하며 열매를 구충제로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 중국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功能主治]凉血, 散淤, 止血. 用于跌打损伤, 外伤出血. [用法用量]跌打损伤, 鲜全草适量捣烂敷患处. 外伤出血, 根皮适量研末外敷患处.'(양혈, 산어, 지혈의 효능이 있어 질타손상, 외상출혈을 치료한다. 타박상이나 염좌에는 신선한 전초를 짓찧어 환부에 붙이고 찜질한다. 외상출혈에는 뿌리껍질을 짓찧어 환부에 바른다.)'고 나와 있다.    

 

여우오줌(정선 함백산, 2015. 8. 10)

여우오줌의 유사종에는 담배풀(Common carpesium, ヤブタバコ), 긴담배풀(Divaricate carpesium, ガンクビソウ), 좀담배풀,  두메담배풀(Alpine carpesium), 천일담배풀, 애기담배풀(Rossette carpesium) 등이 있다. 

 

담배풀(Carpesium abrotanoides L.)은 뿌리가 방추형이며 목질이다. 잎 뒷면에는 선점이 있으며,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어긋난다. 근생엽은 긴 엽병이 있고 개화기가 되면 없어진다. 긴담배풀(Carpesium divaricatum Siebold & Zucc.)은 땅속줄기가 옆으로 짧게 뻗고, 전체에 가는 털이 밀생한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쯤에 말라 없어진다. 잎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뒷면에 선점이 있으며, 양면에 털이 있다. 잎이 길다. 좀담배풀(Carpesium cernuum L.)은 줄기 밑부분에 백색 털이 밀생한다. 근생엽은 개화시기에 없어진다. 꽃은 연한 녹색이다. 두메담배풀(Carpesium triste Maxim. var. manshuricum (Kitam.)은 밑부분에 벌어진 털이 밀생한다. 근생엽은 개화시에도 남이 있으며, 잎 양면에 털이 밀생한다. 꽃은 노란색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를 치지 않는다. 전체에 짧은 털이 있다. 천일담배풀(Carpesium glossophyllum Maxim.)은  숲 속의 건조한 곳에서 잘 자란다. 키는 25~50cm이고, 뿌리줄기는 짧으며 옆으로 자란다. 줄기와 잎이 가늘다. 근생엽은 개화시까지 남아 있다. 꽃은 황록색이다. 애기담배풀(Carpesium rosulatum Miq.)은 전라남도 완도군과 진도군, 제주도에 분포한다. 담배풀에 비해 키가 작고 잎도 짧으며 폭이 좁다. 키는 15~45cm이다. 전체에 짧은 연모(軟毛)가 밀생한다. 근생엽은 개화 이후에도 남아 있다. 줄기잎은 드문드문 달리고 엽병이 없다. 꽃은 연한 노란색이다.

 

2022. 9. 2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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