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멸가치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

林 山 2022. 9. 19. 17:48

2022년 6월 중순 백두대간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만항재에서 멸가치를 만났다. 석달 뒤인 9월 중순에도 광주 남한산에 올랐다가 멸가치 군락지를 만났다. 멸가치는 산기슭에 흔하게 자라는 식물이어서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멸가치는 그 이름이 다소 특이하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유래를 알 수가 없다. 다만, 이파리가 말의 발굽을 닮아 말굽취 또는 발굽치라고 불리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멸가치로 음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멸가치(정선 함백산, 2022. 6. 11)

멸가치는 초롱꽃목 국화과 멸가치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멸가치속  식물은 멸가치 1종만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이명에는 개머위, 명가지, 옹취, 총취 등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명가지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꽃말은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이다. 

 

국표와 국생정 등재 멸가치의 학명은 아데노카울론 히말라이쿰 에지워스(Adenocaulon himalaicum Edgew.)이다. 천리포수목원의 속명 해설에 따르면 '아데노카울론(Adenocaulon)'은 '선(腺), 샘(gland)' 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데노(adeno)'와 '줄기(莖, stem)'라는 뜻을 가진 '카울로스(caulos)'의 합성어로서 꽃줄기 윗부분에 선모가 밀생하는 특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종소명 '히말라이쿰(himalaicum)'은 처음 발견된 장소 또는 자생지가 히말라야 산임을 나타낸다. 명명자 '에지워스(Edgew)'는 아일랜드의 식물학자 마이클 페이크넘 에지워스(Michael Pakenham Edgeworth, 1812~1881)이다. 에지워스는 종자식물(種子植物)과 양치식물(羊齒植物)을 전문으로 연구한 식물학자였으며, 대부분의 삶을 인도에서 보냈다.   

 

국표와 국생정 등재 멸가치의 영어명은 히말라얀 트레일플랜트(Himalayan trailplant)이다. '히말라야 오솔길 식물'이라는 뜻이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어명에는 프리클리 소우시슬(prickly sowthistle), 프리클리 사우 시슬(prickly sow thistle), 러프 밀크 시슬(rough milk thistle), 러프 사우 시슬(rough sow thistle), 스파이니 사우 시슬(spiny sow thistle), 스파이니-립 사우 시슬(spiny-leaf sow thistle), 스파이니 애뉴얼 사우-시슬(spiny annual sow-thistle) 등이 있다. 국표와 국생정, FOM 등재 일본명은 노부키(ノブキ, 野蕗)이다. '들 머위'라는 뜻이다.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중국명은 허샹차이(和尚菜)이다. '스님 나물'이라는 뜻이다. 百度百科에는 샤오피아오(小皮袄)라는 이명도 실려 있다.    

 

멸가치는 한강토(조선반도), 중국, 일본, 러시아, 동남아시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에 분포한다. 숲 속의 습기 있는 응달에서 무리지어 자란다(국생정). 노부키(野蕗)의 원산지는 일본 전토, 한강토, 중국, 러시아, 인도, 네팔이다.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자란다(FOM). 허샹차이(和尚菜)는 중국의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일본, 한강토, 인도, 러시아 극동 지방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멸가치(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멸가치는 근경(根莖)이 포복하며, 마디에서 수염뿌리가 난다. 키는 50~100cm 정도로 자란다. 줄기는 보통 한 대씩 나와 곧게 자라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윗부분에 대가 있는 선이 있고, 샘털이 밀생(密生)한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고 콩팥 모양, 심장상(心臟狀) 콩팥 모양 또는 삼각상(三角狀) 심장형이다. 잎 길이는 7~13cm, 나비는 11~22cm이다. 잎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흰빛이 돌며 백색 면모(綿毛)가 밀생한다. 잎 가장자리에는 결각상(缺刻狀) 또는 치아 모양 톱니가 있다. 엽병(葉柄)은 길이 10~20cm로서 날개가 있다. 

 

꽃은 8~9월에 흰색에서 연한 붉은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5mm 정도로서 긴 꽃대가 있다. 화경(花莖)에 융털과 샘털이 있고, 머리 모양 꽃차례가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원추화서상(圓錐花序狀)으로 배열되며, 대가 있는 선이 있다. 총포(總苞)는 반구형(半球形)으로서 길이 2.5mm, 지름 5mm이다. 포편(苞片)은 5~7개로서 넓은 선형(線形)이고, 꽃이 핀 다음 뒤로 젖혀진다. 암꽃의 혀꽃은 7~11개이며, 길이 1.5mm로서 4~5개로 갈라진다. 양성꽃은 열매를 맺지 않고 암꽃만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방사상(放射狀)으로 배열되며, 거꿀달걀 모양이다. 열매의 길이는 6~7mm로서 윗부분에 대가 있고, 흑자색의 샘털이 있다. 관모(冠毛)는 없다. 종자는 8~9월에 익는다.

 

멸가치(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멸가치의 어린순은 나물로 한다. 염료 식물로도 이용할 수 있다(국생정). 멸가치는 향긋한 단맛이 나는 맛있는 나물이다(야생화 백과사전). 봄에 어린순을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에 무쳐 먹기도 하고, 데쳐서 말린 다음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된장국 같은 국물 요리에 넣어 먹는 경우도 있고, 쌈채소로 고기와 함께 먹을 수도 있다(다음백과, 우리 주변 식물 생태도감). 

 

멸가치(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멸가치의 근경(根莖)과 뿌리는 민간에서 기침, 천식, 산후복통, 수종(水肿), 소변불통 등의 치료에 쓴다. 골절에는 외용한다(국생정). 멸가치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 등재되지 않았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멸가치를 거의 안 쓴다.

 

허샹차이(和尚菜)를 본초명 투동화(土冬花, 四川), 슈이후루(水葫芦), 슈이마티차오(水马蹄草, 贵州)라고도 한다. 허샹차이의 맛은 맵고 쓰며(苦辛), 성질은 따뜻하다(温). 폐간신(肺肝肾) 삼경(三经)으로 들어간다. 지해평천(止咳平喘), 활혈행어(活血行瘀), 이수소종(利水消肿)의 효능이 있어 한사옹폐(寒邪壅肺)로 인한 해수(咳嗽), 기천(气喘), 담다(痰多), 질타손상(跌打损伤, 타박상), 산후복통(产后腹痛), 수종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2022. 9. 19. 林 山. 2023.6.16. 최종 수정

#멸가치 #개머위 #명가지 #옹취 #총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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