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경 정선 함백산을 찾았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서 이제 막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 박새를 만났다. 박새와 비슷한 여로속 식물에는 푸른박새, 여로(藜蘆), 흰여로, 푸른여로 등이 있다. 초심자들은 이 다섯 가지 여로속 식물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박새와 여로를 구별하려면 잎을 보아야 한다. 박새는 옥잠화처럼 잎이 넓고 세로로 주름이 져 있으며, 여로의 잎은 박새보다 좁고 긴 바소꼴이다. 박새의 꽃은 흰색, 여로의 꽃은 암자색이다. 박새 가운데 푸른색 꽃이 피는 것은 푸른박새다. 여로 가운데 흰색 꽃이 피는 것은 흰여로, 푸른색 꽃이 피는 것은 푸른여로다.
박새는 백합목 백합과 여로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베라트룸 옥시세팔룸 투르크자니노(Veratrum oxysepalum Turcz.)이다. 속명 '베라트룸(Veratrum)'은 '예언자'를 뜻하는 라틴어 '베라토르(verator)'에서 온 것이다. 박새 뿌리에는 재치기를 일으키는 성분이 있는데, 북유럽에서는 재치기 다음에 하는 말은 진실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박새의 종소명 '옥시세팔룸(oxysepalum)'은 '꽃받침이 뾰족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명명자 '투르크자니노(Turcz.)는 러시아의 식물 학자이자 식물 수집가인 니콜라이 스테파노비치 투르크자니노(Nikolai Stepanovich Turczaninow, 1796~1863)이다. 그는 처음으로 여러 속과 여러 종의 식물을 발견했다.
박새의 영어명은 베라트룸 파툴룸(Veratrum patulum)이다. '베라트룸(Veratrum)'은 '여로속', 파툴룸(patulum)'은 '박새종'이라는 뜻이다. 박새를 와이트 폴스 헬리보어(white false hellebore)라고도 한다. '폴스(false)'는 '가짜'라는 뜻이다. '헬리보어(hellebore)'는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독초의 하나다. 커다란 녹색, 흰색, 보라색의 꽃이 핀다. 중국명은 마오예리루(毛叶藜芦)이다. '마오예(毛叶)'는 '잎에 털이 있다.'는 뜻이고, '리루(藜芦)는 '여로'이다.
일어명은 바이케이소우(バイケイソウ, ばいけい‐そう, 梅蕙草)이다. '바이케이소우(梅蕙草)'는 '박새'이다. 이명에는 에조바이케이소우(エゾバイケイソウ, えぞバイケイソウ, 蝦夷梅蕙草), 미야마바이케이소우(ミヤマバイケイソウ, みやまバイケイソウ, 深山梅蕙草) 등이 있다. '에조(蝦夷)'는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이름', '미야마(深山)'는 '산 또는 깊은 산'의 뜻이다. 바이케이소우(梅蕙草)는 꽃이 '매화(梅)'와 비슷하고, 잎이 '난초(蕙)와 비슷한 '풀(草)'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바이케이(梅蕙)'는 '시란(シラン)'의 별명이다. '시란(シラン)'은 '紫蘭' 또는 '芝蘭'이다.
박새를 묏박새, 넓은잎박새, 꽃박새, 늑막풀, 늑막염풀이라고도 한다. 박새의 본초명은 여로, 녹총(鹿葱), 동운초(東雲草), 총염(葱苒), 한총(汗葱)이다. 꽃말은 '진실(眞實)'이다.
박새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알래스카이다. 일본에는 홋카이도, 혼슈(本州) 긴키(近畿) 지방 이북,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등지에서 난다. 중국에는 쓰촨(四川), 후베이(湖北), 후난(湖南), 쟝시(江西), 저쟝(浙江), 윈난(云南) 등지에서 자란다. 타이완(台湾)에도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의 깊은 산 습지에서 군락을 지어 자란다.
박새의 근경은 짧고 굵으며 밑에서 굵고 긴 수염뿌리를 많이 낸다. 근경을 여로라 한다. 키는 1.5m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곧게 자라고, 속이 비어 있으며, 원주형이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밑부분의 것은 엽초만으로써 원줄기를 둘러싼다. 중앙부의 잎은 넓은 타원형으로서 세로로 주름이 진다. 큰 것은 길이 30cm, 폭 20cm 이상 자라고 나란히 맥이 있다. 잎 뒷면에는 짧은 털이 난다.
꽃은 엷은 황백색으로 6~7월에 핀다. 꽃 지름은 25mm이다. 원줄기끝의 원뿔모양꽃차례에 꽃이 빽빽하게 달린다. 꽃차례에는 양털같은 털이 밀생한다. 수술과 암꽃이 있으며 6개씩의 화피열편(花被裂片)과 수술이 있다. 씨방에는 털이 있고, 암술머리는 3개이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난상 타원형으로 길이 2cm 정도이며, 윗부분이 3개로 갈라진다.
박새는 앞과 꽃이 특이해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박새의 새잎이 나올 때는 산마늘과 비슷하다. 산마늘 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지만, 박새는 유독 식물이어서 쌈채로 먹으면 절대로 안 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박새의 根(근) 및 根莖(근경)을 藜蘆(여로)라 하며 약용한다.'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여로는 참여로(Veratrum nigrum var. ussuriense Lose.f.)의 뿌리와 뿌리줄기를 건조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본초학에서 여로는 용토약(湧吐藥)으로 분류된다. 용토약은 구토를 축진하는 약이다. 여로는 용토풍담(涌吐風痰), 살충(殺蟲)의 효능이 있어 중풍담용(中風痰湧), 풍전간질(風癎癲疾), 황달, 구학(久虐), 설리(泄痢), 두통, 후비(喉痺, 후두염, 편도선염 등), 비식(鼻瘜), 개선(疥癬), 악창(惡瘡) 등을 치료한다.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여로를 거의 쓰지 않는다. 요즘에는 여로를 처방할 일이 별로 없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여로(藜蘆, 박새뿌리)의 성질은 차고[寒] 맛은 맵고 쓰며[辛苦] 독이 많다. 머리에 난 부스럼, 옴으로 가려운 것, 악창과 버짐을 낫게 한다. 궂은 살[死肌]을 없애며 여러 가지 벌레를 죽이고 가름막 위의 풍담(風痰)을 토하게 한다. ○ 산에서 자라는데 뿌리는 파와 비슷하고 털이 많다. 뿌리는 또 용담초(龍膽)와 비슷하다. 음력 2월, 3월, 8월에 뿌리를 캐 그늘에서 말린다. 일명 녹총(鹿葱)이라고도 한다[본초]. ○ 찹쌀(糯米) 씻은 물에 달여서 볕에 말려 약간 볶아[微炒] 쓴다[본초].'고 나와 있다.
박새의 유사종에는 푸른박새, 관모박새(산박새, 두메박새), 여로, 참여로, 흰여로, 붉은여로(Reddish-flower false-hellebore), 푸른여로, 긴잎여로(Korean meadow false-hellebore, ナガバシュロソウ), 등이 있다.
푸른박새(Veratrum dolichopetalum Loes.f.)는 키가 1.5m가지 자란다. 중앙부의 잎 길이는 30cm, 너비는 12cm 정도이다. 꽃은 녹색이다. 관모박새(Veratrum alpestre Nakai)는 함경남도 관모봉 해발 2,400~2,500m의 고지대에서 자란다. 키는 50~60cm이다. 잎 길이는 22~28cm, 너비 20-25mm이다. 꽃은 노란색이다.
여로[Veratrum maackii var. japonicum (Baker) T.Schmizu]의 키는 40~60cm 정도이다. 잎 길이는 20~35cm, 너비는 3~5cm이다. 꽃은 자주색이다. 참여로(Veratrum nigrum var. ussuriense Lose.f.)는 박새와 비슷하고, 키가 1m 이상 자란다. 잎 길이는 40cm, 너비는 10cm 정도이다. 꽃은 자주색이다. 흰여로(Veratrum versicolor Nakai)의 키는 1m 정도이다. 잎 길이는 20~30cm이다. 꽃은 흰색이다. 붉은여로(Veratrum versicolor f. brunnea Nakai)는 흰여로와 비슷하나 갈색꽃이 핀다. 푸른여로(Veratrum versicolor f. viride Nakai)는 흰여로와 비슷하나 녹색꽃이 핀다. 긴잎여로(Veratrum maackii Regel)는 키가 50~100cm 정도이다. 잎 길이는 20~40cm, 너비는 1~2.5cm 정도이다. 꽃은 자주색이다. 여로와 비슷하지만 잎과 열매가 다르다.
2022. 9. 14. 林 山. 2022.12.29.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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