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사상자(蛇床子) '결백(潔白)'

林 山 2022. 9. 13. 16:19

2022년 6월 중순경 정선 함백산을 찾았다. 만항재에서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서 이제 막 하얀 꽃이 피어나는 사상자(蛇床子)를 만났다. 사상자는 전호(前胡)나 기름나물과 비슷해서 전문가들도 에던손(혼동하기 쉽다. 

 

사상자는 꽃차례에 털이 많다. 총포편은 4~8개이고 선형다. 소총포는 소산경에 붙어 있으며 선형이다. 소산경은 5~9개이다. 전호는 꽃차례에 털이 없다. 총포(總苞)가 없다. 소총포(小總苞)는 5~12개이고 뒤로 젖혀지며, 소산경(小傘梗) 윗부분에는 털이 있다. 기름나물은 잎과 줄기, 씨앗이 반들반들 윤이 난다. 총포가 여러 개이고, 소총포는 6~8개이다. 소산경은 10~15개이며 안쪽에 털이 있다. 산경(傘梗)과 꽃자루(花) 안쪽에도 털이 있다.    

 

사상자(정선 함백산, 2022. 6. 11)

사상자는 산형화목 산형과 사상자속의 두해살이풀이다. 사상자라는 이름은 뱀이 이 식물의 옆에서 서식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살무사가 이 풀 아래에 눕기를 좋아하고, 그 씨앗을 먹는다 하여 '뱀의 침대(蛇床)'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사상자의 학명은 토릴리스 자포니카 (후투인) 드 캉돌[Torilis japonica (Houtt.) DC.]이다. 속명 '토릴리스(Torilis)'는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박물학자 미셸 에단손(Michel Adanson, 1727~1806)에 의하면 그 유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사상자를 두고 부르는 프랑스 어느 지방의 방언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단손은 4만여 종의 동식물의 이름을 알파벳 순으로 정리했다. 종소명 '자포니카(japonica)'는 원산지가 일본임을 나타낸다. 

 

전 명명자 '후투인(Houtt.)은 네덜란드 박물학자 마르티뉘스 후투인(Martinus Houttuyn, 1720~1798)이다. 그가 관심을 가졌던 식물 분야는 선태식물(Bryophytes, 蘚苔植物)과 종자식물(Spermatophytes, 種子植物)이었다. 명명자 '드 캉돌(DC)'은 두 사람이 있다. 오귀스탱 피라무스 드 캉돌(Augustin Pyramus de Candolle, 1778~1841)은 스위스의 식물학자이다. 그는 식물의 내부 생체시계 발견으로 유명하다. 알퐁스 루이 피에르 피라뮤 드 캉돌(Alphonse Louis Pierre Pyramus de Candolle, 1806~1893)은 오귀스탱 드 캉돌의 아들로 식물학자이다. 

 

사상자의 영어명은 이렉트 헤지 파슬리(Erect hedge parsley) 또는 업라잇 헤지-파슬리(upright hedge-parsley), 재퍼니즈 헤지 파슬리(Japanese hedge parsley)이다. '이렉트(erect)'는 '똑바로 선'의 뜻이다. '업라앗(upright)과 유사어다. '헤지(hedge)'는 '생울타리, 산울타리'이다. '파슬리(parsley)'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파슬리 잎을 음식의 조미료나 고명, 또는 방향제 등으로 사용했다. 

 

사상자의 일어명은 야부지라미(ヤブジラミ, やぶじらみ , 藪虱)이다. '야부(藪虱·蝨])'는 열매에 열쇠 모양으로 구부러진 가시가 있어 서캐나 이처럼 의류에 달라붙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유사종에는 오야부지라미[オヤブジラミ, 雄藪虱, 개사상자, Torilis scabra (Thunb.) DC.], 야부닌진[ヤブニンジン, 藪人参, 긴사상자, Osmorhiza aristata (Thunb.) Rydb.] 등이 있다. 

 

사상자의 중국명은 샤오치에이(小窃衣)이다. 이명에는 포즈차오(破子草, 中国高等植物图鉴), 따예샨후뤄보(大叶山胡萝卜, 河北) 등이 있다. 도깨비바늘을 샤오치에이(小窃衣)라고도 한다. 

 

사상자를 뱀도랏, 진들개미나리, 사상실(蛇床實)이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사상자를 뱀도랏이라고 부른다. 본초명은 귀노자(鬼老子), 야회향(野茴香), 파자초(破子草)이다. 꽃말은 '결백(潔白)'이다. 

 

사상자는 유럽, 코카서스, 북아메리카, 북아시아, 동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도 자란다. 동아시아에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는 전국 각지에 자란다.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龙江), 네이멍구(内蒙古), 신쟝웨이우얼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를 제외한 전 지역에 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산과 들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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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의 키는 30~7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 전체에는 짧은 복모가 있다. 줄기는 곧게 서며 원주형이다. 줄기 윗부분에서 가지를 내며 가는 홈줄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2회 깃꼴 겹잎(3출엽)으로 전열(全裂)하며, 길이는 5~10cm이다. 잎 끝은 뾰족하고 녹색이다. 소엽은 난상 피침형이고 뾰족한 톱니가 있다. 엽병 밑부분은 넓어져서 원줄기를 싸안는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피며, 겹우산모양꽃 차례로서 줄기끝이나 가지끝에 정생한다. 꽃잎은 5개이다. 소산경은 5~9개, 길이는 1~3cm로서 6~20개의 꽃이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 2~4mm로서 긴 화경과 더불어 복모가 있다. 총포조각은 4~8개이며 선형으로 길이 1cm 정도이다. 소총포는 선형으로서 꽃자루에 붙어 있다. 수술은 5개이다. 씨방은 하위로서 1개이며, 악치편은 가시털 모양이다. 

 

열매는 4~10개씩 달리며 달걀모양이고, 길이 2.5~3mm로서 짧은 가시같은 털이 있어 다른 물체에 잘 붙는다. 과실을 사상자(蛇床子)라 한다.  

 

사상자(정선 함백산, 2022. 6. 11)

사상자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어린잎과 순을 생으로 데쳐서 쌈을 싸먹거나 간장 또는 된장에 무쳐 먹기도 한다. 특유의 향기가 있고 맛은 약간 맵다. 꽃이나 열매도 식용하는데, 차를 우려내어 마시거나 술을 담가 먹는다. 열매를 채취할 때에는 익은 뒤 따서 바로 사용하거나 햇볕에 말린 뒤 사용한다. 전체 식물은 효소로 담가 먹는다. 가축 사료용으로 심기도 한다.

 

한강토의 사상자는 본초명 사상자가 아니다. 다만, 열매를 본초명 사상자(蛇床子)로 대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 본초명 사상자는 벌사상자[Cnidium monnieri (L.) Cusson], 일본에서는 쟈쇼오시(ジャショウシ, 蛇床子, 和蛇床子, Cnidii Monnieri Fructus)이다. 본초명 사상자를 사주(蛇珠), 사미(蛇米), 사상인(蛇床仁)이라고도 한다. '방약합편'에는 방초(芳草) 편에 사상자가 수재되어 있다 

 

본초학에서 사상자는 보익약(補益藥) 중 보양약(補陽藥)으로 분류된다. 온신조양(溫腎助陽), 거풍조습(祛風濕燥), 살충(殺蟲)의 효능이 있어 남자양위(男子陽痿), 음낭습양(陰囊濕痒), 여자대하음양(女子帶下陰痒), 자궁한냉불잉(子宮寒冷不孕), 풍습비통(風濕痺痛), 개선습창(疥癬濕瘡) 등을 치료한다. 사상자는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종종 처방하는 한약재이다. 

 

'동의보감'에는 사상자(蛇床子, 뱀도랏열매)에 대해 '성질은 평(平)하고(따뜻하다[溫]고도 한다) 맛은 쓰며[苦] 맵고[辛] 달며[甘] 독이 없다(조금 독이 있다고도 한다). 부인의 음부가 부어서 아픈 것과 남자의 음위증(陰쌇證), 사타구니가 축축하고 가려운 데 쓴다. 속을 덥히고 기를 내린다. 자궁을 덥게 하고 양기를 세게 한다. 남녀의 생식기를 씻으면 풍랭(風冷)을 없앤다. 성욕을 세게 하며 허리가 아픈 것, 사타구니에 땀이 나는 것, 진버짐이 생긴 것 등을 낫게 한다. 오줌이 많은 것을 줄이며 적백대하를 치료한다. ○ 어느 곳에나 다 있는데 작은 잎은 궁궁이(천궁)와 비슷하며 꽃은 희고 열매는 기장쌀알(黍粒) 같으며 누르고 흰빛이며 가볍다. 습지대에서 나고 자란다. 음력 5월에 열매를 받아 그늘에서 말린다[본초]. ○ 알약, 가루약에 넣어 쓸 때 약간 닦은 다음 비벼서 껍질을 버리고 알맹이만 가려서 쓴다. 만일 달인 물로 환처를 씻으려면 생것을 그대로 쓴다[입문].'고 나와 있다. 

 

사상자와 가까운 식물에는 개사상자(Rough hedgeparsley), 갯사상자(Seashore snowparsley), 긴사상자(Aristate sweetroot), 벌사상자(Common cnidium, オカゼリ) 등이 있다. 

 

개사상자[Torilis scabra (Thunb.) DC.]는 사상자와 비슷하나 줄기가 자줏빛을 띠고, 열매에 가시 같은 돌기가 있는 것이 다르다. 들에 자라며 키는 60cm 정도이다. 갯사상자(Cnidium japonicum Miq.)는 키가 10~30cm로 작다. 바닷가에 자라며, 8월에 흰색 꽃이 핀다. 긴사상자[Osmorhiza aristata (Thunb.) Makino & Yabe]는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자라고, 전체에 털이 나며 키는 40~60cm이다. 뿌리 잎에 긴 자루가 있어서 긴사상자라고 한다. 벌사상자[Cnidium monnieri (L.) Cusson]는 줄기가 곧게 서고 전체에 털이 없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산지에 자라며 키는 1m이다.

 

2022. 9. 1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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