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물푸레나무 '겸손'

林 山 2022. 9. 3. 02:54

2022년 6월 중순 정선 백두대간 함백산을 찾았다. 만항재를 오르다가 길가에서 어린 물푸레나무를 만났다. 물푸레나무와 쇠물푸레나무는 비슷해서 초심자들은 헷갈리기가 쉽다. 물푸레나무는 낙엽 활엽 교목, 쇠물푸레나무는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물푸레나무는 잎자루 하나에 달려 있는 작은잎이 5~7개이고, 작은잎 가운데 꼭대기 잎(頂葉)이 가장 크며, 잎 뒷면의 주맥을 따라 갈색 털이 촘촘하게 나 있다. 쇠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보다 잎이 작고 좁으며, 잎 뒷면의 주맥을 따라 흰색 털이 나 있고,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드물게 있다. 

 

옛날에는 보리, 밀, 콩, 팥 등 곡식이나 잡곡을 탈곡할 때 도리깨(flail, 連枷)라는 것을 썼다. 도리깨는 자루인 도리깨채와 타곡부(打穀部)인 도리깨발로 구성되어 있다. 도리깨채의 길이는 2~3m이다. 도리깨채 끝에 연결되어 있는 도리깨발은 3개의 물푸레나무 가지를 새끼 또는 노끈으로 납작하게 엮어서 만든다. 도리깨발을 물푸레나무로 만든 것은 단단하고 야무져서 쉽사리 갈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철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도리깨가 나오면서 물푸레나무 도리깨는 거의 사라진 지 오래다.

 

물푸레나무(정선 함백산, 2022. 6. 11)

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물푸레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가지를 꺾어 물 속에 넣으면 물을 푸르게 만든다 하여 물푸레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꽃말은 '겸손, 열심'이다. 

 

물푸레나무의 학명은 프락시누스 린코필라 한스(Fraxinus rhynchophylla Hance)이다. 속명 'Fraxinus'는 '분리하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phraxis'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지만 불확실하다. 종소명 ‘린코필라(rhynchophylla)’는 ‘부리 같은 잎’이라는 뜻으로 잎 모양을 표현한 것이다. '새의 부리' 또는 '돼지의 주둥 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린코(rhyncho)와 '잎'을 뜻하는 '필라(phylla)'의 합성어로 '부리처럼 생긴 잎'을 표현한 것이다. 명명자 '한스(Hance)'는 헨리 플레처 한스(Henry Fletcher Hance, 1827~1886)이다. 런던에서 태어난 한스는 1844년 영국 외교관으로 홍콩에 처음 부임해서 중국 식물 연구에 전념한 인물이다. 

 

큐 왕립식물원 데이터베이스에서는 학명 'Fraxinus rhynchophylla'를 이명으로 처리하고, 'Fraxinus chinensis subsp. rhynchophylla (Hance) A.E.Murray'를 정명으로 서술하였다. 큐 왕립식물원 자료는 물푸레나무를 중국물푸레나무(Fraxinus chinensis)의 아종으로 간주한 것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Fraxinus rhynchophylla Hance'를 정명, 'Fraxinus rhynchophylla Hance var. densata (Nakai) Y.N.Lee'를 이명으로 서술하였다. 서울대학교 장진성 교수 팀은 한국산 물푸레나무와 중국산 물푸레나무(Fraxinus chinensis), 일본산 물푸레나무(Fraxinus japonica)를 형태적으로 같다고 보고 이들을 한 종으로 통합하였다(Wallander, 2008)

 

물푸레나무의 영어명은 리튜스 애쉬(Retuse Ash) 또는 코리언 애쉬(Korean Ash)이다. '리튜스(retuse)'는 '식물·곤충 등의 (잎·날개가) 끝이 둥글고 약간 움푹 들어간'이라는 뜻이다. '애쉬(ash)'는 '구주물푸레나무' 또는 '유럽물푸레나무'이다. 일어명은 죠센토네리코(チョウセントネリコ, ちょうせんとねりこ, 朝鮮秦皮·梣)이다. '죠센토네리코(朝鮮秦皮·梣)'는 '한강토(조선반도)에 자생하는 물푸레나무'라는 뜻이다. 중국명은 화취리우(花曲柳, 东北, 东北木本植物图志), 또는 따예바이라슈(大叶白蜡树, 中国树木分类学), 따예첸(大叶梣, 河北习见树木图说)이다. 물푸레나무를 심목(梣木), 청피목(靑皮木), 수청목(水靑木), 수정목(水精木), 사수피(蜡樹皮), 진백피(秦白皮), 쉬청나무, 광능물푸레나무, 떡물푸레나무, 잠피(岑皮)라고도 한다. 

 

물푸레나무는 한강토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중국에는 헤이롱쟝(黑龙江),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등 동북 지방에 자란다. 일본에는 혼슈(本州) 지방에 분포한다. 

 

물푸레나무는 한강토의 전국의 산지에 자란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 소재 물푸레나무는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 제286호로 지정됐다. 무건리 물푸레나무는 수령이 150년으로 키가 13.5m에 이른다.

 

물푸레나무의 키는 10m, 지름은 50c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세로로 갈라지고, 흰색의 가로무늬가 있으며, 일년생 가지는 회갈색이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홀수깃모양겹잎(奇數羽狀複葉)이다. 소엽은 5~7개이고 달걀형, 넓은 피침형 또는 피침형에 점첨두 예형이다. 6배체의 식물로 잎의 변이가 매우 심하다. 소엽의 길이는 6~15cm, 너비는 3~7cm이다. 잎 뒷면은 회녹색이고 주맥 위에 갈색 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거나 밋밋하다.

 

꽃은 4월 중순~5월 중순에 핀다. 암수딴그루 또는 암수한꽃도 섞여 있다. 원뿔모양꽃차례 또는 복총상꽃차례(複總狀花序)로 새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꽃받침은 4개로 갈라지거나 거의 밋밋하며, 털이 없거나 잔털이 있다. 수꽃은 2개의 수술과 꽃받침조각이 있다. 암꽃은 2~4개의 꽃잎과 수술 및 암술이 있고, 꽃잎은 거꿀피침모양이다. 열매는 길이 2~4cm 크기의 시과(翅果)이다. 시과는 피침형 또는 긴 피침형이고, 무딘형 또는 작은 오목형으로 약간 뾰족하다. 종자는 9월에 익는다.

 

물푸레나무는 용재수종으로서 주요 조림수종 가운데 하나다. 목재는 운동용구, 기구재, 총대, 가구재 등으로 사용된다. 물리적 성질이 좋아 악기를 만드는 데도 많이 쓰이며, 일렉트릭 기타의 몸체 재질로도 자주 사용된다. 요즈음에는 야구방망이 재료로 흔히 쓰고 있다. 소의 코뚜레를 만들 때도 물푸레나무를 쓴다. 옛날에는 회초리나 죄인을 심문할 때 쓰는 곤장을 대부분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 물푸레나무는 계곡 및 하천변 조림용, 공원수로도 적당하다. 꽃에는 밀원이 풍부하다.

 

물푸레나무와 쇠물푸레나무, 좀쇠물푸레의 나무껍질을 진피(秦皮)라 하며 약용한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진피는 '물푸레나무와 백랍수(白蜡樹, Fraxinus chinensis Roxb)의 동속 근연식물의 줄기와 가지 껍질을 건조한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진피는 본초학에서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으로 분류되어 있다. 청열조습(淸熱燥濕), 수삽(收澁), 명목(明目) 등의 효능이 있어 열리(熱痢), 설사(泄瀉), 세균성이질, 장염(腸炎), 적백대하(赤白帶下), 목적종통(目赤腫痛), 목생예막(目生翳膜), 누액분비과다증(淚液分泌過多症) 등을 치료한다. 또, 평천지해(平喘止咳)의 효능이 있어 만성기관지염을 치료한다. 그밖에 어린선(魚鱗癬) 치료에도 쓰인다. 진피는 한의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한약재는 아니다. 

 

'동의보감' <탕액편 : 나무>에는 진피(秦皮, 물푸레나무껍질)에 대해 '성질은 차며[寒] 맛은 쓰고[苦] 독이 없다. 간의 오랜 열기로 두 눈에 피가 지고 부으면서 아픈 것과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낫게 하며 눈에 생기는 푸른 예막, 흰 예막을 없앤다. 눈을 씻으면 정기를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 열리(熱痢)와 부인의 대하, 어린이의 열을 겸한 간질을 낫게 한다. ○ 곳곳에서 난다. 나무는 박달나무 비슷한데 잎이 가늘고 껍질에 흰 점이 있으며 거칠지 않다. 껍질에 흰 점이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백심목(白梣木)이라고 한다. 음력 2월과 8월에 껍질을 벗겨 그늘에서 말린다. ○ 껍질을 물에 담그면 푸른 빛이 되는데 이것으로 종이에 글을 쓰면 푸른 빛으로 보이는 것이 진짜이다[본초].'라고 나와 있다. 

 

물푸레나무의 유사종에는 쇠물푸레나무, 좀쇠물푸레나무, 백운쇠물푸레나무, 미국물푸레나무(white ash), 구주물푸레나무, 붉은물푸레나무(red ash), 좁은붉은물푸레, 들메나무(Manchurian Ash, やちだも), 물들메나무(Jirisan ash, 지리산물푸레나무) 등이 있다. 

 

쇠물푸레나무(Fraxinus sieboldiana Blume)는 잎 뒤의 맥 위에 흰색 털이 나고, 뒷면이 담녹색이다. 좀쇠물푸레나무(Fraxinus sieboldiana var. angusta Blume)는 제주, 경남, 충북 속리산 등지의 표고 500m 이하에서 자란다. 키는 10m까지 자란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거의 없다. 뒷면 주맥에 백색털이 있다. 작은잎자루는 짧으며, 엽축은 표면에 홈이 있다. 쇠물푸레나무에 비해 작은 잎에 거치가 거의 없으며, 수형이 작고 잎이 보통 5개인 것을 좀쇠물푸레나무라고 한다. 백운쇠물푸레나무[Fraxinus sieboldiana var. quadrijuga (Nakai) T.B.Lee]는 광양 백운산에서 자란다.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쇠물푸레와 비슷하지만 작은잎의 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쇠물푸레나무도 소엽이 9개 달리는 것이 있다. 

 

미국물푸레나무(Fraxinus americana L.)의 키는 원산지에서 40m까지 자란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이 자주색이어서 쉽게 구분된다. 구주물푸레나무(Fraxinus excelsior L.)는 키가 20~40m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고, 뒷면 주맥에는 털이 있다. 붉은물푸레나무(Fraxinus pennsylvanica Marsh.)는 키가 20m까지 자란다. 잎 뒷면에는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거나 거의 밋밋하다. 암꽃은 녹색이다. 좁은붉은물푸레(Fraxinus pennsylvanica var. lanceolata Sarg.)는 붉은물푸레나무와 비슷하나 소엽이 피침형이 가깝다. 

 

들메나무(Fraxinus mandshurica Rupr.)는 함경남북도, 강원도, 전라남북도 백두대간에 분포한다. 키는 30m, 지름은 1m까지 자란다. 잎 뒷면 맥 위에 털이 있으며 아랫부분 근처에 갈색 털이 발달한다. 작은잎자루가 없으며 엽축에 날개가 있다. 꽃이 전해에 자란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물들메나무(Fraxinus chiisanensis Nakai)는 지리산 반야봉에서 자란다. 들메나무와 물푸레나무와의 잡종이다. 키는 30m까지 자란다. 잎 뒷면은 연한 녹색으로서 맥 위에 털이 있으며 기부 근처에 갈색털이 있다. 소엽은 7개이고 도란상 긴타원모양이다. 꽃이 묵은 가지에 달린다. 꽃받침은 떨어지지 않는다.  

 

2022. 9. 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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