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경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 울타리에는 자주색 종덩굴 꽃이 항창 피어나고 있었다. 일주일 전 정선 함백산에서 만난 것은 모두 세잎종덩굴이었는데, 국립수목원에서는 만난 것은 모두 종덩굴이었다. 종덩굴은 꽃이 종 모양을 닮았고, 줄기가 다른 식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덩굴성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활짝 피어나기 직전의 종덩굴 꽃은 꼭 종과 흡사하다.
종덩굴은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의 덩굴성 식물이다. 학명은 클레마티스 푸스카 바. 비올라케아 막시모비치(Clematis fusca var. violacea Maxim.)이다. 속명 '클레마티스(Clematis)'는 '덤불 또는 관목(brushwood), 흰색 또는 분홍색, 자주색의 큰 꽃이 피는 덩굴 식물인 클레머티스(clematis)'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클레마티스(klēmatís)'에서 유래한 라틴어 고유명사이다. 식물체가 덤불(관목) 또는 덩굴성임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소명 '푸스카(fusca)'는 ‘어두운 색을 띤다’는 뜻의 라틴어다. 꽃 색이 어두운 색임을 나타낸다.
'바(var.)'는 'variant(변종)'의 약자이다. 변종명 '비올라케아(violacea)는 '보라색의' 뜻을 가진 라틴어다.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종덩굴의 영어명은 바이얼럿 스타나보이 클레머티스(Violet Stanavoi clematis)이다. 일어명은 긴챠쿠즈루(キンチャクヅル)이다. 중국명은 즈화티에셴롄(紫花鐵綫蓮)이다. 종덩굴을 수염종덩굴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정의'이다.
종덩굴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지린(吉林), 헤이롱쟝(黑龙江) 등의 길가 관목숲에 자란다. 한강토에서는 중부 이북 지방에 분포한다.
종덩굴의 줄기는 2~3m 정도까지 자라며, 다른 물체를 타고 올라간다. 일년생 가지에는 털이 약간 있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5~7개의 소엽으로된 깃꼴겹잎(羽狀複葉)이다. 정엽(頂葉)이 덩굴손으로 변하는 것도 있다. 소엽은 달걀 모양 또는 난상 타원형(卵狀楕圓形)으로 길이 3~6cm이고 끝이 뾰족하다. 소엽 뒷면에는 잔털이 약간 있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나 2~3개로 갈라지는 것도 있다.
꽃은 5~6월에 암자색을 띤 종 모양으로 피며, 밑으로 처진다. 잎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리고, 꽃대에는 2개의 포가 있다. 화피편(花被片)은 4개로 두껍고, 끝이 뒤로 젖혀지며, 외면에는 털이 없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편평한 타원형이다. 암술대에는 갈색의 털이 우상으로 난다. 열매는 8~10월에 익는다.
종덩굴의 유사종에는 세잎종덩굴(Korean clematis), 누른종덩굴(Lemon Bells clematis), 왕세잎종덩굴, 검은종덩굴(Stanavoi clematis), 요강나물(선종덩굴), 음달종덩굴, 고려종덩굴(함북종덩굴), 산종덩굴, 좀종덩굴, 자주종덩굴(Purple alpine clematis), 구례종덩굴 등이 있다.
세잎종덩굴(Clematis koreana Kom.)의 잎은 마주나기하며 3출(三出) 또는 2회 3출 겹잎(三出複葉)이다. 꽃은 황색 또는 암자색이며 종 같고 아래로 처진다. 누른종덩굴(Clematis chiisanensis Nakai)은 지리산, 경북, 황해, 평북 등지에 분포하는 특산 식물이다. 꽃이 노란색이다. 분류학적으로 세잎종덩굴은 누른종덩굴과 동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왕세잎종덩굴(Clematis koreana var. biternata Nakai)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자란다. 잎이 2회 삼출 겹잎이다. 꽃은 노란색 또는 자주색이다. 검은종덩굴(Clematis fusca Turcz.)은 경기도 이북 지방에 분포한다. 꽃대가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1개의 어두운 보라색 정화(頂花)가 달린다. 요강나물[Clematis fusca var. coreana (H.Lev.) Nakai]은 설악산 이북의 고산 지대에서 자란다. 줄기가 곧게 선다. 화피에 흑갈색 털이 빽빽하게 난다. 음달종덩굴(Clematis koreana var. umbrosa)은 화경(花莖)에 털이 없으며, 화피 표면에 연한 갈색 털이 있다. 잎은 밋밋하거나 결각이 있다.
고려종덩굴(Clematis subtriternata Nakai)은 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잎은 1~2회 3장씩 갈라지는 겹잎이다. 꽃은 넓은 종 모양으로 진한 보라색이며, 밑으로 처진다. 학자에 따라 자주종덩굴의 변종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산종덩굴(Clematis nobilis Nakai)은 북부 지방의 고산 지대 풀밭에 자란다. 키는 6~20cm 정도이다. 잎은 2회 3출 겹잎이다. 꽃은 옅은 자주색이고, 줄기 끝에서 나온 꽃대에 1개씩 달린다. 좀종덩굴(Clematis crassisepala Ohwi)은 북한의 묘향산, 풍서군에 분포한다. 잎은 1~2번 갈라진 삼출 겹잎이다. 꽃은 회색을 띤 갈색 또는 연한 자색을 띤다. 자주종덩굴[Clematis alpina var. ochotensis (Pall.) Kuntze]은 평북, 함경남북도에 분포한다. 일년지는 붉은빛이 돌고, 이년지는 갈색이다. 잎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으며, 때로 2~3개로 깊이 갈라진다. 꽃은 짙은 자색으로 핀다. 구례종덩굴(Clematis mankiuensis Y.N.Lee)은 지리산에 분포한다. 엽병과 작은잎자루가 꼬부라져서 덩굴손과 같은 역할을 한다. 꽃은 노란빛을 띤 흰색으로 잎겨드랑이나 가지 끝에 달린다.
2022. 8. 29.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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