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개승마를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2007년도 4월 말 울릉도에 가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성인봉을 오르다가 산기슭에서 눈개승마를 대규모로 재배하는 밭을 만났다. 전에는 눈개승마를 울릉도에서만 재배했었는데, 요즘은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다고 한다.
울릉도에서는 눈개승마를 삼나물이라 부르고 있었다. 삼나물은 고기맛이 난나고 해서 고기나물이라고도 한다. 이른 봄 연한 새싹을 삶아서 말리면 아주 맛좋은 산나물이 된다. 갖은 양념을 해서 무치면 삼나물 특유의 맛과 향이 입맛을 돋운다. 찌개를 끓일 때 고사리와 함께 넣어도 좋고, 비빔밥에 넣어도 좋다.
눈개승마는 눈+개+승마(升麻)로 분석할 수 있다. '눈'은 '누운'의 준말이다. '개'는 원종보다 못하거나, 흔할 때 붙이는 접두사다. '승마'는 본초학에서 해표약(解表藥) 중 발산풍열약(發散風熱藥)에 속한다. '승마'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못하다고 해서 '개', 식물체가 누워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눈'이 붙었다.
승마는 중국 밍(明)나라 리싀젠(李時珍)이 쓴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 '其葉似麻,其性上升,故名.'(잎은 삼을 닮았고, 성질은 상승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나와 있다. 승마라는 이름이 들어간 대표적인 처방이 온병(溫病, 외감성 급성 열병)과 돌림감기(四時感冒)를 치료하는 승마갈근탕(升麻葛根湯)이다.
눈개승마는 장미목 장미과 눈개승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룬쿠스 디오이쿠스 바. 캄차티쿠스 (막시보비치) 하라 히로시[Aruncus dioicus var. kamtschaticus (Maxim.) H. Hara]이다. 속명 '아룬쿠스(Aruncus)는 '산양의 수염'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아룬쿠스(aruncus)'에서 유래했다. 종소명 디오이쿠스(dioicus)는 '암수딴그루'임을 나타낸다.
'바(var.)'는 '베리언트(variant)'의 약자로 '변종'이라는 뜻이다. 변종명 '캄차티쿠스(kamtschaticus)'는 처음 발견된 곳이 캄차카 반도임을 나타낸다.
전 명명자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명명자 '하라 히로시(H. Hara)'는 일본의 식물학자 하라 히로시(原寛, 1911~1986)이다. 그는 도쿄대학에서 공부했으며, 1957년에는 도쿄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1968년~1971년 그는 새로 설립된 도쿄대학 박물관 관장이었다. 하라 히로시는 이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눈개승마의 영어명은 브라이즈 페더스(bride's feathers) 또는 벅스-비어드(Buck's-beard), 고츠-비어드(goat's-beard)이다. 일어명은 야마부키쇼우마(ヤマブキショウマ, 山吹升麻)이다. 이명에는 치시마야마부키쇼우마(チシマヤマブキショウマ), 우스바야마부키쇼우마(ウスバヤマブキショウマ) 등이 있다. 중국명은 쟈셩마(假升麻)이다.
눈개승마를 삼나물, 죽토자(竹土子), 눈산승마, 고기나물, 삐뚝바리, 찔뚝바리라고도 한다. 삼나물이라는 이름은 인삼처럼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고, 잎 모양이 삼을 닮아서 붙은 것이다. 본초명은 가승마(假升麻), 승마초(升麻草)이다. 꽃말은 '산양의 수염'이다.
눈개승마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제주도에는 없다.
눈개승마의 근경은 목질화되어 굵어지고 밑부분에 비늘조각이 몇 개 있다. 키는 30~10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추선다. 잎은 2~3회 깃모양 겹잎이며, 소엽은 좁은 달걀모양 또는 난상 원형이고 끝이 뾰족하거나 꼬리처럼 길게 뾰족해진다. 잎 가장자리에는 결각과 톱니가 있고 때로는 우상으로 갈라지며, 길이 3~10cm, 너비 1~6cm로서 흔히 윤채가 있고 긴 엽병이 있다.
꽃은 이가화이며 6~8월에 핀다. 쫓의 지름은 2~4mm로서 황록색이다. 원뿔모양 꽃차례는 길이 10~30cm로서 짧은 털과 짧은 꽃자루가 있다. 꽃받침은 끝이 5개로 갈라진다. 꽃잎은 5개이며 거꿀달걀모양이고 길이 1mm이다. 수꽃은 20개의 수술이 있다. 암꽃에는 3~4개의 암술이 있고 곧게 선 3개의 씨방이 있다.
열매는 골돌(蓇葖)이다. 골돌은 7~8월에 익고 갈색이며 타원형이다. 길이는 2.5mm 정도이다. 종자가 익을 때는 윤채가 있고 밑을 향하며 암술대가 짧다.
눈개승마는 말려서 묵나물로 먹는다. 고기 맛이 나며 풍미가 뛰어난 나물이다. 연변에서는 어린순을 쉬나물이라고 한다. 봄에 잎이 다 벌어지기 전에 채취해 밑동의 질긴 부분을 제거한 후 데쳐서 물에 우려내고 무침으로 먹거나 튀김, 볶음으로 먹는다. 육개장 등의 국물 요리에 넣으면 씹는 맛이 살아있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울릉도에서는 어린순을 육개장을 만들때 넣는다. 전으로 부치거나 간장에 절여 장아찌로 먹기도 한다.
눈개승마는 교목 하부의 지피녹화용 소재로 이용할 만하다. 화단의 가장자리에 심기도 한다.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 심고 서늘한 공기가 있어야 잘 자란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근경과 전초는 보신(補腎), 수렴(收斂), 해열(解熱) 작용이 있으며, 타박상과 피곤으로 근골이 아픈 데 쓴다.'고 나와 있다. 다음백과에는 '뇌경색과 심근경색의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고, 해독이나 해열에도 도움이 된다. 암세포에 저항하는 성분인 사포닌이 들어있어 항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눈개승마의 기본종은 참눈개승마이다. 유사종에는 한라개승마 등이 있다. 참눈개승마[Aruncus dioicus (Walter) Fernald]는 북반구 온대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키는 3m까지 자란다. 한라개승마[Aruncus aethusifolius (H.Lev.) Nakai]는 한강토 고유종으로 한라산의 냇가 바위틈에서 자란다. 키는 15~20cm 정도이다. 잎은 넓은 삼각형이며 2회 우상 3출엽이다. 꽃은 8월에 황백색으로 핀다.
2022. 9. 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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