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과남풀 '당신의 슬픔을 함께 합니다'

林 山 2022. 9. 23. 23:45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으로 오르다가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과남풀을 만났다. 아쉽게도 아직 꽃이 피기 전이었다. 과남풀이라는 이름은 어딘지 모르게 좀 낯설다는 느낌이 든다. 과남풀은 용담(龍膽)과 비슷하다. 같은 용담속 식물이기 때문이다.

 

과남풀(정선 함백산, 2022. 6. 11)

 

과남풀은 용담목 용담과 용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겐티아나 트리플로라 바. 자포니카 (쿠즈네초프) 히로시 하라[Gentiana triflora var. japonica (Kusn.) H. Hara]이다. 과남풀을 칼잎용담 또는 금강산용담(​金剛山龍膽), 초용담(草龍膽), 능유라고도 한다. 과남풀은 용담(龍膽)의 옛 이름 관음풀(觀音草)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관음풀이 과늠풀->과남풀로 음운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속명 '겐티아나(Gentiana)'는 용담의 약효를 처음 발견했다고 하는 겐티우스(Gentius)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겐티우스는 발칸 반도 고대국가인 일리리아(Illyria)의 왕이었다. 용담의 약효를 발견한 플리니(Pliny)가 이름을 붙였다. 종소명 '트리플로라(triflora)'는 '3개의 꽃의'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트리플로루스(triflorus)'에서 유래했다.

 

'바(var.)'는 '베리언트(variant)'의 약자로 '변종'이란 뜻이다. 변종명 '자포니카(japonica)'는 처음 발견한 곳 또는 자생지가 일본임을 나타낸다. 

 

'쿠즈네초프(Kusn.)'는 에스토니아의 자연주의자 협회 회장이자 식물학자 니콜라이 쿠즈네초프(Nikolai Kuznetsov, 1864~1932)이다. 쿠즈네초프는 30종류 이상의 식물 분류군을 설명했다. '히로시 하라(H. Hara)'는 일본의 식물학자 하라 히로시(原寛, 1911~1986)이다. 하라는 도쿄대학에서 공부했으며, 1957년에는 도쿄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1968년~1971년 그는 새로 설립된 도쿄대학 박물관 관장이었다. 하라는 이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과남풀의 영어명은 젠슨(Gentian)이다. 일어명은 에조린도우(エゾリンドウ, 蝦夷竜胆)이다. 이명에는 야나기바린도우(ヤナギバリンドウ, 柳葉竜胆)가 있다. '에조(エゾ)'는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이름', '야나기바(柳葉)'는 '버들잎', '린도우(竜胆)'는 '용담'이다. 일본 'YList'에는 과남풀의 한글명이 '큰용담'이라고 나와 있다. 또, 중국명은 차오셴롱단(朝鮮龍膽) 또는 진깡롱단(金剛龍膽)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중국 '바이두백과'에는 朝鮮龍膽과 金刚龙胆의 학명이 Gentiana uchiyamai Nakai로 나와 있다.  

 

과남풀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지린(吉林), 헤이롱쟝(黑龙江省), 랴오닝(辽宁) 등 동북 지방에 자란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에서 혼슈(本州) 긴키(近畿) 이북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경기도, 강원도, 경상남도 산지의 습지에서 자란다. 

 

 

과남풀(정선 함백산, 2022. 6. 11)

과남풀의 근경은 굵다. 키는 30~8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추서고, 전체가 분백색을 띤다. 줄기에는 돌기가 없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밑부분의 잎은 비늘 같다. 잎 모양은 피침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고, 위로 갈수록 점차 커진다. 잎 길이는 5~15cm, 너비는 1~2.5cm이다. 잎 끝은 뾰족하거나 둔하고 3맥이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잔돌기가 거의 없다.

 

꽃은 7∼8월에 하늘색으로 핀다. 위쪽의 잎겨드랑이와 끝에 1~5개의 꽃이 달린다. 꽃은 활짝 피지 않는다. 꽃잎에는 점이 없다. 꽃받침 통은 길이 12~15mm이고, 열편은 선상 피침형으로 길이가 불규칙하다. 꽃받침 열편은 직립(直立)한다. 꽃부리는 길이 35~45mm이고, 5개로 갈라져 수평으로 퍼진다. 열편 사이에 부편은 작다. 열매는 삭과이다.

 

과남풀(정선 함백산, 2022. 6. 11)

과남풀의 유사종에는 연보라과남풀(Lilac clustered gentian), 구슬붕이(the squarrose gentian), 좀구슬붕이, 봄구슬붕이(Early-blooming gentian), 큰구슬붕이, 용담(Chinese Gentian), 큰용담, 칼잎용담, 흰그늘용담, 비로용담(Biro gentian, 毗盧龍膽), 흰비로용담, 산용담(Whitish gentian, 山龍膽), 진퍼리용담, 갈잎용담 등이 있다. 

 

연보라과남풀(Gentiana triflora var. japonica f. alboviolacea W.K.Paik & W.T.Lee)은 경기도 포천시 운악산 계곡에 자생한다. 꽃이 연보라색이다. 구슬붕이(Gentiana squarrosa var. squarrosa Ledeb.)는 전국에서 자라며 두해살이풀이다. 키는 2~10cm정도이다. 5~6월에 담자색의 꽃이 핀다. 좀구슬붕이(Gentiana squarrosa var. microphylla Nakai)는 구슬붕이와 닮았으나 잎이 선형이고 작다. 꽃은 5~6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봄구슬붕이[Gentiana thunbergii (G.Don) Griseb.]는 키가 5~15cm 정도이다. 꽃은 4~5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큰구슬붕이(Gentiana zollingeri Faw.)는 제주, 울릉도, 경기 이북에서 자란다. 구슬봉이보다 대형이다. 꽃은 5~6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용담(Gentiana scabra Bunge)은 꽃이 활짝 피고, 꽃받침 열편은 개출(開出)한다. 꽃잎에 점이 있다. 줄기와 잎 뒷면에는 돌기가 많다. 큰용담(Gentiana axillariflora var. coreana)은 지리산, 경기, 강원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50~100cm 정도이고 잎이 대형이다. 꽃은 8~9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칼잎용담(Gentiana uchiyamai Nakai)은 경기, 강원 이북 지역에 서식한다. 큰용담과 비슷하나 잎이 좁고 긴 것이 특징이다. 흰그늘용담(Gentiana chosenica Okuyama)은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한다. 키는 5~7cm 가량이다. 꽃은 5~7월에 흰색으로 핀다. 비로용담(Gentiana jamesii Hemsl.)은 강원도 인제군에 분포한다. 꽃은 7~9월에 짙은 벽자색으로 피는데 화경이 없다. 흰비로용담[Gentiana jamesii f. albiflora (Nakai) Toyok.]은 흰색 꽃이 피는 비로용담이다. 산용담(Gentiana algida Pall.)은 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꽃은 8~9월에 연한 황백색 바탕에 청록색 점이 있는 종 모양의 꽃 2~6개가 줄기 끝에 모여 핀다. 진퍼리용담[Gentiana scabra f. stenophylla (H. Hara) W.K.Paik & W.T.Lee]은 강원도 화천군 습지에 분포한다. 꽃은 10월에 파란색으로 핀다. 용담과 비슷하지만 잎이 선상 피침형이다. 갈잎용담에 대해서는 국가생물종지식정부시스템이나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2022. 9. 23.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쥐다래 '깊은 사랑'  (0) 2022.09.29
지리강활(智異羌活) '허무한 사랑'  (0) 2022.09.28
청시닥나무  (1) 2022.09.23
시닥나무 '예절과 덕성'  (0) 2022.09.22
복장나무  (0) 2022.09.22